“이보다 더 오싹하고 정교하게 세공된 초자연적 이야기란 상상하기 어렵다.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걸작.” 스티븐 킹(소설가)
<가디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텔레그래프> <커커스> <북페이지> NPR 선정 올해의 책
19세기 일본의 작은 섬에 갇혀버린 네덜란드 사무원부터 인간성이 상실된 먼 미래 사회의 복제 인간까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든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유려한 필력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작가 데이비드 미첼. 이번에 그가 택한 무대는 고스트 하우스다. 2015년 영국에서 출간된 데이비드 미첼의 일곱번째 장편소설 『슬레이드 하우스』는 특정한 날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미스터리한 대저택 ‘슬레이드 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호러 스토리다. 총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979년부터 2015년까지 구 년 간격으로 이 저택에 초대된 다섯 인물들의 괴기하고 파란만장한 여정을 그린다.
그동안 미첼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나 『야코프의 천 번의 가을』 같은 작품을 통해 길고 장대한 서사를 힘있게 끌고 가는 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상당히 짧고 독립적인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슬레이드 하우스』는 작가가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압축적인 서사에도 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00쪽 분량의 이 작품이 전작들에 비해 짧은 호흡을 가지게 된 것은 작가가 밝혔듯 “무릇 고스트 스토리란 짧은 서사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짧은 글에 특화된 매체인 트위터를 통해 연재한 단편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되기 일 년 전인 2014년, 미첼은 소설의 1장에 해당하는 단편 「알맞은 먹잇감」을 트위터에 연재했으며, 후에 이것을 다듬고 네 장 분량의 이야기를 덧붙여 한 권의 장편소설로 탄생시켰다.
쫓는 자는 누구이고 쫓기는 자는 누구인가.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날 수 없는,
위험하고 매혹적인 데이비드 미첼의 미로.
높다란 벽돌담 사이로 이어지는 좁고 어둑한 골목 슬레이드 앨리. 그곳에는 구 년마다 한 번, 10월 마지막 토요일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작고 검은 철문이 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원과 고풍스러운 저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환상의 저택에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삼십여 년에 걸쳐 다섯 명의 손님이 초대된다. 평범해지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어린 소년, 매사에 불만이 가득한 닳고 닳은 형사, 마음에 상처를 한가득 품고 있는 대학교 초현실 동아리의 신입 회원, 미스터리한 저택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기자, 심령 현상을 철석같이 믿는 ‘잠재적 환자’의 손에 이끌려 온 정신과의사. 처음에 그들은 이 어마어마한 저택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내 그곳을 떠날 수 없음을, 화려한 풍경 뒤에 그들의 영혼을 노리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각 장의 이야기는 모든 유령 서사가 제기하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조금씩 다르게 답한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여기 초현실적인 존재가 있는가? 그들이 우리를 해칠 수 있는가?” _데이비드 미첼
독자는 작가가 조금씩 흘려놓은 진실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이 세 가지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떠올려보지만, 이야기는 새로운 골목에 접어들 때마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을 펼쳐 보이며 예측을 번번이 뒤엎는다. 슬레이드 하우스로 이끌려 들어가는 각 장의 주인공들처럼 독자는 미첼이 탄탄하게 쌓아올린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길을 잃는다. 소설 속에서 한 인물이 슬레이드 하우스를 “마치 술 취한 M. C. 에스허르와 흥분 상태의 스티븐 킹이 공동 설계한 보드게임 같다”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작품 전체를 묘사하는 말로도 더없이 적절하다. 『슬레이드 하우스』는 작품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서사적 측면에서도 미첼에게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호러소설의 장르적 특성을 때로는 능란하게 활용함으로써, 때로는 의도적으로 비틀거나 무화시킴으로써 오직 데이비드 미첼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신선하고 매력적인 고스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직시하는,
인간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상상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호러 스토리.
인간을 해하려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깃든 일종의 ‘흉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호러라는 장르의 큰 틀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슬레이드 하우스는』는 단지 ‘공포’라는 장르적 쾌감에만 초점을 맞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미스터리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겪어내는 각각의 ‘인간’에 주목한다. 소설 속에서 슬레이드 하우스는 인물들에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들이 가장 욕망하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인간이 욕망하는 것과 마주했을 때 얼마나 쉽게 함정에 빠지는지를 묘사한다. 또한 인간이 경험과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주했을 때의 당혹감과 좌절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한계를 대변하는 각 장의 주인공들이 그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도구로 소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과 삶이 있는 생동하는 인물들이다. 언제나처럼 데이비드 미첼은 탁월한 상상력과 공감 능력으로 각각의 인물들에게 생명과 사실감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독자는 일인칭시점에서 서술되는 인물들의 으스스한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이 느끼는 혼란과 공포, 슬픔과 후회의 감정에 깊게 이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작가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되 그것을 절대화하지는 않는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믿는 사람처럼, 미첼은 인물들이 장을 거듭하며 서로와의 연결성을 드러내고, 그와 함께 그들을 해하려는 존재에 서서히 대항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편소설로서 『슬레이드 하우스』의 서사적 연결성은 주제적 통일성으로 나아간다.
데이비드 미첼이 늘 인간의 약점과 강점, 비인간성과 인간성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작품의 무대로 선택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슬레이드 하우스라는 초현실적인 장소 역시 그에겐 그런 의미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호러소설이라기보다 호러라는 장르를 빌린 드라마에 가깝다. 소재의 초현실성과 묘사의 리얼리즘이 뒤섞여 탄생한 이 기묘하고 매혹적인 소설은 미첼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와 기존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새롭고 이상한 세계를 맛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그 안에서 기꺼이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위해, 슬레이드 하우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내가 『슬레이드 하우스』의 으스스한 마력에 굴복해 있는 동안, 화분의 식물은 말라 죽고 우유는 응고되고 나의 아이들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지극히 독창적이고 오싹하고 초현실적이며, 놀랍도록 인간적인 고스트 하우스 스토리. _길리언 플린(소설가)
대체 데이비드 미첼이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슬레이드 하우스』는 불붙은 듯 페이지가 넘어가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미첼의 소설에서 기대하게 되는 지적인 매력과 황홀한 필력에 더해, 이 책은 때로 당신을 혼비백산하게 만들 것이다. 슬레이드 하우스가 아무것도 모르는 방문객들을 놓아주지 않듯, 당신은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슬레이드 하우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자, 어서 들어오라. _애덤 존슨(소설가)
『슬레이드 하우스』의 재미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지켜보는 데 있다. 당신은 자신이 그들보다 더 영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라면 이 모든 B급 영화적인 설정—으스스한 초상화와 억울한 유령들과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계단—의 속임수를 간파하고 비밀 문을 찾아내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곧 당신은 알게 된다. 당신이 이미 갇혀 있다는 것을. 당신도 이미 슬레이드 하우스의 또다른 손님이 되었다는 것을. _NPR
보통의 경우라면 나는 트위터에서 연재했던 소설을 읽느니 차라리 머리에 구멍이 뚫려서 영혼을 빨아먹히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쾌한 일련의 살인 사건 이야기에는 대단히 마성적인 매력이 있다. _워싱턴 포스트
소설의 배경이 현재로 다가올수록 점점 더 긴장이 고조되는 압도적인 이야기. 조심하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을 책이 아니다. _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미첼은 노련하게, 유머러스하게, 공포소설의 고전적 소재들—오래된 집, 어두운 골목, 사라진 사람들—을 리얼리즘과 결합했다. 희생자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은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으며 진실하다. 판타지소설에 대한 편견 때문에 미첼의 비현실적인 현실 세계로 휩쓸려들어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_타임스
하룻저녁에 삼키듯이 읽어내려갔다. 정교한 상상력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끓어오르는 이 작품은 새로운 시대를 위한 『드라큘라』이자 어른을 위한 『헨젤과 그레텔』이며, 소설이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다. _앤서니 도어(소설가)
예리하고 빠르고 끝내주게 오싹하다. 『슬레이드 하우스』의 최면 효과는 너무도 강력해서 자칫하면 푹 빠져 읽다가 지하철 정거장을 지나칠 수 있다. 그렇다, 바로 내 얘기다. _대니얼 핸들러(소설가)
미첼은 가장 초현실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가장 사실적인 목소리들—수줍은 십대 소녀에서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형사에 이르기까지—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비범하고 대담한 묘기 같다. 아직 미첼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슬레이드 하우스』는 휴대하기 좋은 300쪽짜리 입문자용 마약이다. _타임
말도 안 되게 기발하다. 자판기처럼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공포 장치, 사실적인 캐릭터, 거친 해학, 존재론적 위기, 메타픽션적인 농담을 전부 가마솥에 넣고 끓여냈다. 이 부엌에서 미첼은 너무도 편안하다. _가디언
최고의 고스트 하우스 스토리. 신선하고 내내 소름이 끼친다. 한자리에서 통독해야 마땅한 책. 다만 반드시 불은 켜두고 읽을 것. _북페이지
섬뜩하고 눈부시다.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정서적인 강렬함이다. 미첼은 모든 화자에게 마음이 쓰이도록 만든다. _스코틀랜드 온 선데이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가득하고, 어두운 에너지로 고동친다.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 _파이낸셜 타임스
잘 짜인 플롯과 재미를 모두 충족하는 맛깔나게 으스스한 이야기. 심장이 고동치고, 뒷이야기를 좇기 위해 두 눈은 자기도 모르게 다음 페이지를 향해 돌아가게 될 것이다. _선데이 타임스
너무도 눈부셔서 중력의 법칙마저 무시하는 듯 보이는 언어의 유희를 통해, 미첼은 충돌하는 두 개의 평행우주를 매끄럽게 엮어놓는다. _메트로
미첼이 쓴 가장 유쾌한 소설인 동시에 그의 가장 섬세한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 조용하지만 대단히 기분좋은 승리. _리터러리 리뷰
마성적인 재미를 주는 작품. 미첼은 일종의 마술사다. _워싱턴 포스트
유쾌하게 오싹하다. 두뇌를 자극하는 미로와 인물 묘사 그리고 필력에 관한 한 미첼은 언제나 믿어도 좋다. _시카고 트리뷴
기가 막히게 섬뜩하고 날카롭고 간결한 걸작. 짧은 소설이라고 해서 미첼의 문장에 담긴 수많은 펀치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의 소설은 독자를 취하게 한다. _레이디
온갖 위협이 난무하지만 그 속에 유쾌하고도 교활한 재치가 담겨 있다. _선데이 미러
▶ 책 속에서
엄마는 그레이어 부인의 음악 모임에 다른 남자애들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른 남자애들이 있다는 것은 곧 정리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뜻이다. 누가 가장 멋진가? 누가 가장 센가? 누가 가장 똑똑한가? _20쪽
문학 교사인 토즈 선생님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전부 꿈이었다’는 식으로 글을 쓰면 자동으로 F를 준다. 선생님은 그게 독자와 작가 사이의 계약 위반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 양치기 소년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우리는 실제로 깨어나고 실제로 모든 게 다 꿈이다. _41쪽
유령을 한 번만 본다면 알게 되겠지. 죽음이 끝이 아닌 하나의 문이라는 걸. _148쪽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그 속에 또 가면을 쓰고 그 속에 또 가면을 쓴다. _149쪽
슬픔은 절단이지만, 희망은 치유되지 않는 혈우병이라 피를 흘리고 흘리고 또 흘린다. 희망은 결코 열 수 없는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다. _183쪽
누가 진실을 말하는 거냐고요? 그야 나도 모르죠. 진실이란 건 본래 사후에 변하는 습성이 있지 않던가요? _197쪽
우리 삶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게 있다면 바로 죽음 아니던가요?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도록 설계되었죠. 그 두려움이 우리의 생존 본능이고, 젊은 시절에는 그 본능이 쓸모 있지만 나이가 들면 저주가 돼요. _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