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를 이끈 최고의 대중예술, 여성국극.
그 속에서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
1948년 여성국악인들로 조직된 ‘여성국악동호회’가 노래, 춤, 연기를 어우러 만든 종합예술, 여성국극. 연기로 승부를 거는 연극과 다르고 한 사람이 모든 배역을 맡는 판소리와도 다르다. 춘향이와 향단이, 방자와 이몽룡 등 모든 배역을 여성배우가 연기하는 독특한 장르로 여성관객들에게 열성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남역(男役)을 주연한 배우들은 남장을 한 채 웨딩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과 혈서 팬레터를 받았다는 해프닝이 내려올 만큼 19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국극 열풍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향유한 대중예술이란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무대 위에 선 국극배우들은 그간 남성배우들이 연기하던 배역을 맡아,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었다. 능글맞은 방자, 불같은 사랑에 빠진 이몽룡, 늠름한 호동왕자… 관객들은 그들의 전복적인 연기를 보며 해방감과 설렘을 느꼈다. 사랑과 구원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자신들만의 표현양식으로 새로운 '내'가 되고자 했던 여성예술가들. 『정년이』는 여성국극의 전성기였던 195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그들의 치열하고 눈부셨던 예술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미생> <며느라기> <연의 편지>를 잇는 2019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
여성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정년이』는 인기와 의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여성국극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 서이레, 나몬 작가가 만나 탄생한 작품이다. 매력적인 그림체와 개성 있는 여성캐릭터들은 연재 초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화제성에 ‘여성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2019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 『정년이』가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정년이』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윤정년, 최고의 국극배우가 되고 싶은 허영서, 좋아하는 이의 곁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홍주란. 원하는 바는 다르지만 여성국극이라는 예술 속에서, 그리고 무대를 통해서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실수하지만 씩씩하게 나아가는 여성들. 그들을 만난 독자들이 느낄 감정은 1950년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국극배우들을 보며 느낀 벅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