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절묘한 배합을 통한 죽음과 외로움의 시
개성적인 상상력으로 일상의 평범함을 뛰어넘어 삶의 숨겨진 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주며 확고한 시적 성취를 달성하고 있는 강창민 시인의 『비가 내리는 마을』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1980년 평민사에서 처음 출간된 강창민 시인의 첫시집이다. 당시 시집의 부제가 ‘죽음과 외로움의 시’였음을 상기할 때 이 시집의 상상력의 기저를 이루는 핵심은 ‘죽음’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시의 주된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그 죽음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고향 사람들과 친구들의 죽음이다. 강창민 시인은 다수의 시에 ‘시작 노트’ 형식의 글을 덧붙여 그 죽음의 사연과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그의 감수성을 역력히 찾아볼 수 있는 주요 작품으로 ‘만가(輓歌)’ 연작시, 「고향」 「이슈메일의 편지」 「모래내 다리 근처 1」 「우리는 바다」 등 여러 편을 들 수 있는데,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의 죽음시들에서 ‘죽음빛’ ‘죽음바다잠’의 연관을 읽어낸 바 있다. 강창민 시인에게 죽음은 빛을 향한 움직임(「만가 3」)이며, 편안함의 구체적 모습(“잠은 죽음처럼 편안해라”「우리는 바다」)이며, “죽은 채, 썩은 채 돌아가”(「염불 3」)는 바다이다. 표제작 「비가 내리는 마을」은 이와 같은 이미지들이 아름답게 교직되어 감동적인 울림을 주는 빼어난 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죽음은 개인적 죽음이 아니라 보편적 죽음으로 승화되고 있다. 어떤 외로운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온 마을을 젖게 하는 보편적 죽음에 대한 상상력이다.
『비가 내리는 마을』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죽음에의 친연성이야말로 강창민 시의 가장 독창적인 세계이다. 감각적인 이미지의 절묘한 배합을 통해 강창민 시인은 ‘죽음이 바로 구원’이라는 성찰에 이르고 있다.
강창민 시인은 1947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연세대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육사(陸史) 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현대문학』에 시 「나무꾼의 노래」 「눈사람을 위하여」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비가 내리는 마을』 『물음표를 위하여』 『1+1=0 0이 아니다 아닌 것도 아니다』 등이 있다. (연락처 : 598-7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