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양심으로 되살아나는 무구한 시혼(詩魂)!
혹독했던 우리 현대사의 한가운데서 어둠을 밝히고자 했던 시대의 양심 故 이광웅 시인의 첫 시집 『대밭』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이광웅 시인이 이른바 ‘오송회(五松會)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중이던 1985년 풀빛에서 처음 나왔었다.
이광웅 시인은 소박한 인품과 천진무구한 심성을 지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그가 1982년 제5공화국의 정치적 탄압의 일환으로 조작된 ‘오송회 사건’에 주범으로 연루돼 간첩 죄목으로 7년이라는 장시간 동안 수형 생활을 하였고,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1992년 사망한 것은 한국 현대사의 큰 비극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학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하영춘이라는 서울대 학생이 버스 속에 두고 내린 월북시인 오장환의 『병든 서울』이라는 필사본의 복사판 시집 한 권 때문에 시작된 ‘오송회 사건’은, 이광웅 시인이 시 공부 시절 읽고 동료 교사에게 복사본을 건네주었던 것이 하영춘의 손을 거쳐 수사기관에 입수되어 왜곡, 조장된 간첩단 사건이다. 80년의 군사정권은 평범한 고교 교사를 어이없게도 고정간첩으로 몰아 민족분단의 순교자가 될 것을 모진 고문으로 강요하였던 것이다. 이 간첩단 조작 사건은 민족어의 빛나는 성과로 보전되어야 할 이광웅 시인의 예술혼을 단숨에 꺾어버린 천인공노할 일이었다.
이광웅의 첫시집 『대밭』은 민족분단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절절히 노래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서정적 언어 사용으로 뛰어난 호소력을 지닌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강압적 고문으로 얼룩진 수사과정에서의 겁에 질린 모습과 법정에서 양심에 따라 마지막 진실을 외치던 시인의 모습을 표현한 시(「우혈지(牛血池)」), 자유와 정의를 위해 불의에 항거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을 개탄하며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육을 갈망하는 교사의 비애를 노래한 시(「보충수업 10년」), 분단의 비극을 원죄처럼 끌어안고 통일된 조국을 염원한 시 등 이광웅 시인의 시편들은 현실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천착을 하면서도 우리말의 미감(美感)을 절묘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 옥중시집의 복간은 이광웅 시인의 꺾여진 시혼(詩魂)을 되살리고 세 권으로 한정된 그의 시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