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정신주의의 큰 봉우리 월하 김달진 선생
그의 시와 삶이 벚꽃의 도시 진해에서 다시 태어나다!
시인이자 승려였고, 한학자이자 불경 번역가로서 우리 시대의 큰 봉우리로 우뚝 서 있는 월하(月下) 김달진(金達鎭) 선생과 그의 고향 진해(鎭海)가 전국의 유수한 시인들에 의해 시로 다시 태어났다. 1996년부터 매년 가을에 열리는 김달제문학제에 참가했던 김종길, 장호, 최동호, 송수권, 유안진, 이문재, 나태주, 박태일 등 51명의 내로라 하는 시인들이 김달진 선생의 시와 삶, 그리고 그의 고향 진해를 시로 노래하여 연모(戀慕)의 정을 담은 것이다.
평생을 세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고고한 정신세계를 천착한 김달진 선생은 동양학으로 지칭될 한학과 불경 번역에서 불후의 업적을 남겼으며, 동리·미당과 함께 『시인부락』의 동인으로서 시작(詩作)에서도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9년 6월 타계하기까지 선생이 이룬 빛나는 업적은 ‘김달진 전집’ 출간으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문학동네에서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김달진 전집’은 총 19종의 방대한 양으로, 시·산문 전집을 비롯 『장자(莊子)』 『손오병서』 등 동양의 고전과 『금강삼매경론』 『법구경』 『진각국사어록』 등 불교 서적을 망라하고 있다. 현재 『詩 전집』 『산거일기(산문전집)』 『손오병서』 『장자』 등 4종이 출간되어 있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 『당신의 마당』은 김달진 선생의 시와 삶을 그의 고향 진해를 중심 공간으로 하여 후배 시인들이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문학적 의미를 지니며 ‘김달진 전집’의 별권으로 특별히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55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는 시집 『당신의 마당』은 ‘김달진문학상’ 제정 10주년을 기념하는 의의를 갖기도 한다. 제10회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이 오는 6일(土) 열리는 것이다. 선생의 타계 이후 해마다 6월 6일에 수여하고 있는 ‘김달진문학상’은 그 동안 박태일, 이성선, 이하석, 송재학, 송수권, 이문재, 남진우, 고진하 시인 등에게 돌아갔으며, 올해에는 최정례 시인이 수상한다.
또한 이번 시집은 “지자체와 지역 문인의 만남”이라는 소중한 의미에서도 화제가 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적으로 활발한 지역 문화 활동이 일고 있는데, 『당신의 마당』은 바로 진해 시청과 ‘김달진문학제 운영위원회’의 협력에 의해서 탄생된 것이다. 문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의 정체성 찾기와 아울러 군사도시 진해의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승격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김달진문학제는 바람직한 지역 문화 정착의 한 전범으로 평가될 만하다. 매년 9월 개최되는 ‘김달진문학제’는 올해로 4회째를 맞을 예정인데, 시 낭송과 김달진 문학에 관한 토론의 장으로서 전국의 문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박태일(시인, 경남대 교수) 유재천(문학평론가, 경상대 교수) 이성모(문학평론가, 마산대 교수) 서석준(문학평론가) 우무석(시인) 원은희(시인) 최영호(문학평론가, 해군사관학교 교수)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진해는 김달진의 몸을 낳아준 대신, 김달진으로 인하여 마음을 얻었다
그간 세 차례의 ‘김달진문학제’ 행사에 참여한 전국의 시인들이 남녘의 아름다운 도시 진해를 글감으로 삼아 쓴 시들을 묶은 시집 『당신의 마당』은 특정 지역을 시의 주제로 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김달진 선생의 삶과 문학이 현재에도 깊은 향취를 내뿜고 있음을 의미하고, 많은 후배 문인들에게 여전히 소중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뜻한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발문’에서 “진해 하면 군항, 대통령 별장, 그리고 벚꽃 등을 떠올리곤 했다. 이제는 아니다. 진해 하면 곧장 시인 김달진이 떠오른다”고 했다. 군항 진해는 시인 김달진으로 하여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보석을 품게 된 것이다. 김달진 선생의 생가와 그의 고향 마을은 선생의 범상치 않은 정신의 맥을 면면히 유지하고 있으며, 벚꽃과 더불어 매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박완서 선생의 말처럼, “진해는 김달진의 몸을 낳아준 대신, 김달진으로 인하여 마음을 얻었다”.
순결하고 고고한 문학적 삶을 살다 간 선배 시인에 대한 후배 시인들의 흠모를 담은 이 시집은 헌시(獻詩)의 성격을 띰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시편들로 풍요로운 향취를 뿜어내고 있다. 시의 마음이 곧 순정함이라 할 때, 진해 혹은 월하 시편이라 할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 비록 진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취했다 하나 김달진 선생의 시와 삶을 그리는 마음은 순정하기 이를 데 없어 그 훈향이 명작들을 낳은 것이리라. “겉보기엔 작으나 그 울림만은 결코 작지 않은” 이 시집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김달진의 삶과 문학, 그리고 진해에 대한 값진 기억을 심어줄 것이다. 이 시집은 또한, 한국문학사에 우뚝 선 문인들을 배출한 전국의 각 지역 문화 주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복원되고 재평가될 때 한국문화의 수준이 한 걸음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1998년 9월 제3회 ‘김달진문학제’에서 발표한 김윤식 교수의 글을 덧붙였다, 이 글은 김달진 선생의 시 「경건한 정열」을 미당의 시세계와 비교 분석하면서 탁월한 안목과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글로 김달진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