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 저자
- 전경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1999-08-06
- 사양
- 288쪽 | 신국판
- ISBN
- 89-8281-205-9 03810
- 분야
- 장편소설
- 도서상태
-
절판
- 정가
- 9,500원
-
도서소개
불온한 욕망, 모호한 생의 불안으로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전경린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문제작!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삶을 향해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도 두려운 질문"을 던진다.
-
저자
전경린
1962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독어독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단편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1997년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제3회 21세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가 있다.
-
목차
프롤로그
훼손
생의 어느 저녁
나비의 근황 1
괜찮아요?
테미안의 처녀
오래된 추문
나비의 근황 2
구름 모자 벗기 게임
내상의 표정
(이하생략)
-
편집자 리뷰
불온한 욕망, 모호한 생의 불안으로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전경린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문제작!
일상의 평범함 속에 내재된 욕망, 관습과 제도를 거부하는 불온함의 내면풍경을 섬뜩하게 포착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로 급부상한 전경린의 두번째 장편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지난해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구름모자 벗기 게임’을 대폭 손질한 것으로, ‘나쁜 날씨’ 같은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삶을 향해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도 두려운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사막의 달」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1996년에는 단편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전경린은 1997년 장편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1999년에는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제3회 21세기문학상을 수상, 가장 짧은 기간에 90년대 문학의 최전위로 나섰다.
전경린의 이번 작품은, 작가가 그동안 작품 속에서 제기했던 질문, 즉 인간과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심연, 즉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격렬하고도 섬뜩한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다. 염소를 몰고 생의 안개 속으로 사라져가는 여인으로 상징되던 전경린 문학은, 이제 ‘생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탐사한다. 적요와 우수, 일탈과 격정이 정밀한 문체에 의해 교직되어 있는 이번 장편은 나비, 나팔꽃, 따뜻한 바닷물, 한적한 교외, 폐가 등 가벼운 이미지들을 배경으로, 일탈, 격정, 정념, 배반, 도피 등과 같은 가차없는 사랑의 사건들이 질주한다. 그러나 그 격렬한 사랑의 드라마를 포착하는 카메라는 어느 순간, 외부로 향하지 않고, ‘나’의 내부를 응시한다.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 새로운 나, 진정한 나를. 이 지점에서 전경린 문학은 성큼, 놀라운 진화를 성취한다.
돌연하고 비합리적인 사랑의 눈부신 매혹, 그러나 그 기막힌 환멸의 역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여러 겹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휘감고 있는 하나하나의 겹은 모두 가면이다.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미지근한 평화에 안주하고 있던 여주인공 미흔은, 그 미지근한 안정감이 사랑의 정체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로 인하여 미흔의 삶과 정체성은 여지없이 깨어져버린다. 남편은 극도의 불화를 수습하기 위해 지방 도시의 한적한 교외로 이주하지만, 미흔의 삶은 회복되지 않는다. 유월의 오후처럼 권태로운 나날들. 수용소에 갇혀진 것 같았다. 기억으로부터 단절되고, 세상으로부터도 격리된 유폐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미흔에게 한 남자가 나타난다. 시골에서 사설 우체국을 운영하는 남자.
그 남자는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을 제안한다. 일정 기간 동안, 조건없는 사랑을 나누되,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쪽이 지는 게임. 서로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헤어지고 마는 게임이다. 이 소설은 남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미흔과 사설 우체국장이 벌이는 사랑 게임을 중심 줄거리로 세워놓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조연의 삶’을 배치해 소설의 부피를 한층 확대시킨다. 여고 시절에 사랑했던 남자를 십수년 만에 만난 여자 ‘부희’의 지독하지만 순결한 사랑의 전설, 감옥에서 출소한 남편을 피해 살며 화물트럭 운전기사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휴게소 여자 등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얼핏,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이혼 소설’로 보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분류를 거부한다. 이혼과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소재를 뛰어넘어 인간과 삶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말한다. 진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 무엇이라고! 미흔은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이라는 가볍고도 돌발적인 상황 속으로 빨려들지만, 그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미흔은 두렵고도 무서운 질문, 즉 나는 과연 누구이고, 이 생은 진정 무엇인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와 맞닥뜨리는 것이다. 분명하게 존재해왔던, 그러나 결코 예감하지 못했던 ‘내 안의 나’는 낯설어서 매혹적이고, 신랄해서 아름다운 현실이었다. 미흔이 ‘나’를 만나기 이전의 현실은, 밖에서 미흔에게 돌을 던지는 현실은, 이미 미흔에게는 비현실이고 과거이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이혼 소설이라는 소재적 범주를 훌쩍 뛰어넘어, 존재의 심연에 가 닿으려는 문제작으로 변신을 이룩한다. 가정에의 복귀나, 세상과의 타협과 같은 섣부르고 서툰 화해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가급적 삶과 연루되지 않는, 관능적이고 부유하는 사랑을 미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쾌락과 감상과 욕망의 비루함과 무상한 환멸을 기록하게 되었으니, 사랑이 왜 지리멸렬한 삶의 가랭이를 벌리고 그 살점 속에 뿌리를 박아 서로의 악성 종양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숙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사랑은 지독한 역설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가혹한 역설이다. 사랑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나라는 실체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사랑과 나는 무엇보다도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런 사랑과 나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그런 사랑과 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매우 ‘특별한 소설’로 우뚝 선다.
우리에게 생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 두려운 질문
소설가 오정희씨는 “일상의 작은 소품, 사소한 스침도 이 작가의 눈길이 가 닿으면 비상한 생의 은유로 빛을 발하며 우리에게 생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 두려운 질문으로 닿아”온다고 말한다. 그만큼 전경린이라는 작가가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날카로움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눈부신 마력으로 작용한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예감 같은 작고 사소한 것들, 돌연 분출하는 그리움과 같은 생의 박동들을 끌어안는 전경린의 문체는 정교하고 생생하다. 선명하고 여운이 긴 이미지를 동반하는 그의 시적 문체가 전경린 문학이 내장하고 있는 매혹적인 긴장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우 아름답고, 특별한 소설이다.
불온한 욕망, 모호한 생의 불안으로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전경린 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문제작!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삶을 향해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도 두려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