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년(甲年) 맞는 정현종 시인을 위한 기념 문집
1965년 등단한 이후 35년 동안의 시작활동을 통해 우리 현대시사에서 고전적 지위에 이른 정현종 시인이 올해로 갑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후학들이 준비한 문집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정현종의 시세계』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7권의 시집과 2권의 시선집을 비롯하여 산문집·시론집을 펴냈으며 네루다·로르카·예이츠의 시를 번역하는 등 열정적인 문학활동을 해온 시인은, 20년 가까이 연세대학교 국문과에서 후학을 길러왔다. 정현종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고 지금은 시인, 문학평론가, 교수 등 각자의 자리에서 문학의 열정을 다져나가고 있는 20명의 필자가 시인의 갑년을 계기로 그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마르지 않는 시적 수원(水源)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는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정현종 시인이 지금까지 발표한 7권의 시집을 새롭게 읽는 자리다. 1972년에 나온 첫시집 『사물의 꿈』에서부터 올해 나온 『갈증이며 샘물인』까지 시세계의 변모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2부는 10명의 필자가 각자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 ‘정현종론’ 모음이다. 개별 시들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통해서 시인의 주제의식, 이미지의 운용과 언어의 조탁 방법 등을 깊이있게 추적한다. 3부에서는 정현종 시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그려진다. 3명의 필자는 시인 특유의 파안(破顔)에 담긴 고집과 아량을 아름답게 묘사해놓았다.
“내 청년기의 마르지 않는 시적 수원(水源)” “시읽기의 첫 경험”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이 문집의 많은 필자들에게 정현종 시인의 시는 문학에의 안내자이자 문학적 열정의 원천이었던 셈이다. 이 점, 이 책을 더없이 따뜻한 온기로 감싸는 힘이 되고 있으며, 다른 한편 정현종을 읽는 젊은 세대의 시각을 한목에 확인하는 귀한 자리로 만들어주고 있다. 시인의 시구에서 인용한 이 책의 제목,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는 후학들이 정현종 시인의 문학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