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색 흰색 푸른색
- 저자
- 마르흐리트 더 모르
- 역자
- 장혜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07-10
- 사양
- 321쪽 | 신국판
- ISBN
- 89-8281-268-7 03810
- 분야
- 장편소설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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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쥐색 흰색 푸른색 Eerst grijs dan wit dan blauw』은 마르흐리트 더 모르(Margriet de Moor)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원제 : 우정 De Vriendschap』)의 코니 팔멘에 이어 문학동네가 두번째로 소개하는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이 작품으로 네덜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아코 문학상"을 수상하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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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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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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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네덜란드 최고의 문학상, 아코 문학상 수상작 『쥐색 흰색 푸른색』
『쥐색 흰색 푸른색 Eerst grijs dan wit dan blauw』은 마르흐리트 더 모르(Margriet de Moor)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원제 : 우정 De Vriendschap』)의 코니 팔멘에 이어 문학동네가 두번째로 소개하는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이 작품으로 네덜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아코 문학상’을 수상하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
더 모르는 1941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하고 성악가로 활동하다 마흔이 넘어 작가로 데뷔한, 다소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1988년 소설집 『뒤에서 바라보다』로 데뷔하자마자 곧바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더 모르는 1992년 『쥐색 흰색 푸른색』, 이듬해 발표한 장편 『명인』의 잇따른 성공으로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다방면에 걸친 소재와 심오한 테마, 속도감 있는 문체로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독자들로부터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네덜란드의 주요 문학상과 국제적인 문학상에 후보로 올라 있다.
작가는 『쥐색 흰색 푸른색』에서 마그다라는 여인의 돌연한 증발과 귀환, 죽음을 중심으로 그녀의 과거와 현재, 주변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키며 피륙을 짜듯 정교하게 이야기를 구성해나간다. 그녀의 남편, 남편의 친구이자 그녀의 애인인 남자, 그 남자의 부인과 아들 등이 각자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자신들의 삶에 일부를 차지했던 그녀에 대해 증언한다. 우연히 선택한 삶을 내던지고 진정한 ‘나’를 찾아 생의 흔적을 더듬어간 여인, 그 여인의 뼛속까지 소유하려 했던 남자의 자기 파멸적 사랑, 세상과 소통을 거부한 영혼의 불가해한 내면, 죽음을 부르는 침묵,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그 어두운 미로를 탐색한다. 조금씩 각도와 깊이를 달리해서 드러나는 삶과 죽음의 진실이 더 모르의 적확하고 절제된 묘사와 탄탄한 구성을 통해 섬뜩하리만큼 리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깊이 있는 내용과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숙한 솜씨로 현대 네덜란드 문학의 진수(眞髓)를 보여준다.
절묘한 구성, 숨막히는 진실 게임!
『쥐색 흰색 푸른색』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독특한 서술 방식이다. 전체는 4부로 나누어져 있고, 각 장마다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며 그에 따라 서술 시점이 변한다. 에릭이라는 안과 의사와 그의 죽마고우 로베르트, 그의 아내 마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릭의 아내 넬리와 그의 아들 가브리엘이 그 주인공들이다. 독자는 주인공들의 관점에 따라 네 조각으로 나누어진 사건의 파편을 퍼즐 조각을 맞추듯 맞춰보아야 한다.
서두(序頭)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에릭의 일상에 대한 진술로 시작한다. 이웃에는 어릴 적 친구인 로베르트와 그의 아내 마그다가 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 느닷없이 살인 사건이 끼여든다. 이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소설은 다섯 사람의 추억을 더듬으며 살인의 원인을 추적해가고 그 과정에서 다섯 사람의 인생 조각이 하나 둘 펼쳐진다. 에릭은 어느 날 아침 출근 길에 마그다의 살해 현장을 목격한다. 범인은 다름 아닌 로베르트. 그는 왜 아내를 죽였는가. 여기에서부터 소설은 살인 사건의 원인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는 범죄 소설인 듯하다. 그러나 로베르트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2부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가 이 년 만에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의 내면에 대한 치밀한 심리 드라마가 전개된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마그다의 장(章)에 이르면, 네덜란드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프랑스의 산골, 캐나다의 한구석, 베를린의 친척 집, 체코의 작은 마을 등을 무대로 한편의 로드 무비가 펼쳐진다. 끝으로, 에릭의 아내 넬리와 아들 가브리엘의 4부에서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 제시된다. 일찍이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놀랍고도 신비로운 자폐아의 내면 세계를 통해 역시 수수께끼 같은 삶을 살았던 여인의 마지막이 장식된다.
『쥐색 흰색 푸른색』에서는 시간과 시점의 잦은 이동과 변화를 통해 미묘한 게임이 벌어진다. 독자는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이 퍼즐의 단지 작은 부분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숨막히는 서스펜스 속에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지는 사건들은 등장인물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동시에 그 이야기들로부터 어떻게 배제되어 있는지를 격렬하게 보여준다. 늘 무엇인가로부터 배제된 삶, 결핍된 삶, 조각나고 파편화된 삶은 전형적인 현대의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더 모르는 독특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현대 사회의 삶과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는 숨막히는 게임과 같은 소설을 완성해냈다.
사랑의 심연에는 죽음을 부르는 침묵의 미로가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그다이다. 나치에게 아버지를 빼앗긴 순간부터 행복을 잃어버린 어린 소녀가 과거에 매달려 살아가는 어머니 곁에서 성장하여 사랑을 하고 고통을 겪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나서고 다시 돌아와 죽기까지, 마그다의 인생은 소설의 중심 축으로 주변 인물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마그다의 갑작스런 증발에서 비롯된다. 로베르트가 어느 날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종적을 감추어버렸다. 쪽지 한 장, 전화 한 통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날부터 그는 아내의 자취를 더듬어가고, 그와 더불어 그들의 만남과 결혼 생활을 되새김질한다. 번개처럼 가슴을 강타했던 뜨거운 사랑, 결혼, 아내의 반복되는 유산, 그의 그림 세계와 비즈니스의 세계가 추억의 한켠으로 불쑥불쑥 솟아오르면서 아내에 대해 분노하는 현재와 행복과 고통이 어우러진 과거가 하나로 뒤엉킨다. 이 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아내는 다시 돌아온다. 떠날 때와 똑같이 갑작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그리고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계절이 몇 번 바뀌도록 지난 이 년의 세월을 한마디도 털어놓지 않는다. 기다리고 기대하고 마침내 좌절한 그가 꼭 닫힌 아내의 입술에 분노하여 칼을 빼들 때까지. 로베르트는 마그다의 침묵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남편인 로베르트는 물론이고 남편 몰래 관계를 갖던 에릭, 에릭의 아내이자 가장 가까운 이웃인 넬리,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은 점차 증오로 바뀐다. 유일한 예외는 자폐아 가브리엘이다. 마그다는 가브리엘과 진정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자, 가브리엘을 별의 세계로 인도해준,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를 마련해준 여인이다. 스스로 자폐의 길을 택한 여인의 비극적인 죽음이 가브리엘의 독백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의미심장하다.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고 여기저기 뒤엉켜 있는 기억의 조각들을 숨가쁘게 맞추어나가다 보면, 사랑과 증오로 점철된 삶의 원초적인 비극성에 대한 진한 공감과 더불어 타자와의 진정한 의사소통이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이 묵직한 화두로 남는다.
소설의 제목 ‘쥐색 흰색 푸른색’은 어린 마그다가 생각하는 죽음의 빛깔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그녀가 살았던 인생의 빛깔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그것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네 삶과 죽음의 빛깔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쥐색 흰색 푸른색 Eerst grijs dan wit dan blauw』은 마르흐리트 더 모르(Margriet de Moor)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원제 : 우정 De Vriendschap』)의 코니 팔멘에 이어 문학동네가 두번째로 소개하는 네덜란드 작가인 마르흐리트 더 모르는 이 작품으로 네덜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아코 문학상"을 수상하며 네덜란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널리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