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그늘의 집』 출간!
분노와 굴절을 뚫어버리는 산뜻한 명쾌함, 역사의 그늘을 넘어서는 생생한 현재성!
재일 교포 2세로 2000년 제122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현월의 『그늘의 집』이 출간되었다. “노신의 ‘아Q’를 떠올리게 하는 뛰어난 인물형의 창조” “생생한 현재를 느낄 수 있다” “연설도 설명도 아닌 뛰어난 묘사” 수상작 「그늘의 집」에 대한 심사평들은 이 작품이 재일 한국인의 슬픈 과거사를 밑그림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 보편의 문학적 과제를 훌륭하게 형상화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오사카 시 한국인 집단촌에서 무력한 삶을 살아가는 교포 2세의 일상에는 지난 역사의 음영과 교포 세대간의 간극이 무시로 드나들지만, 생의 의지와 욕망이 정오의 햇살처럼 투명하게 쨍하다. 담담하면서도 힘있는 묘사로 음습한 분노나 굴절을 뚫어버리는 이 작품의 산뜻한 명쾌함은 생의 막막한 저류로부터 역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뿜어올리는 작가의 강인한 정신을 확인시켜준다.
『그늘의 집』에는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그늘의 집」을 포함해, 제12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올랐던 「젖가슴」, 동인지 우수작으로 『문학계』에 실려 그의 문명(文名)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자 고타니고 문학상 수상작인 「무대배우의 고독」의 세 작품이 실려 있다. 세 작품 모두 재일 교포의 삶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소재나 작품 구성이나 문체가 전혀 달라 각각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젖가슴」과 「무대배우의 고독」 역시 일순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으로 한 뛰어난 문학적 개성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인간의 보편성을 향해 새롭게 씌어지는 재일 한국인의 삶! 전혀 새로운 재일 교포 작가의 탄생!
「그늘의 집」의 무대는 불법 노동자들 집단 거주지역이다. 오사카 시 동부 어느 마을에 안기듯이 조용히 펼쳐진 습지대. 함석지붕에 뒤덮인 이천오백 평 대지에 혈관처럼 빽빽이 들어찬 골목 안에는 이백 개나 되는 바라크가 있다. 불법 체류중인 한국인과 중국인이 숨죽여 서식하는 곳이다. 재일 교포 2세로 태평양전쟁에 징용 나가 손목이 잘린 서방 영감, 바라크에서 꿈틀대는 불법 체류자들을 지배하는 재일 교포 3세 나가야마, 과격파 집단에 몸을 던져 타살된 서방의 아들, 과거 집단촌에서 이루어졌던 참담한 린치의 기억, 또다시 집단촌 광장에서 재연되는,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의 린치의 참상…… 비참하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그늘의 집」은 기존의 재일 교포 작가들의 작품들과 달리, 일본 사회에서 핍박받는 한국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작가 스스로 “다양한 재일 교포의 삶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되, 재일 교포의 특이성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의 보편성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피력하듯이 현월의 작품은 재일 교포들이 겪은 차별과 피해의식, 갈등의 토로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삶을 헤쳐나가는, 모진 세월을 견뎌나가는 강인한 정신과 의지가 단단한 문체의 힘에 실려 되살아남으로써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