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하늘로 튀어 올랐습니다. 땅 위의 모든 생명은 타들어 가고, 하늘 나라 신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드디어 열 개의 해와 신과 인간들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은 수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간과 관련된 한자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하늘을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 주는 옛 사람들의 하늘이야기
인간이 인간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부터 하늘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섬김의 대상이었습니다. 털북숭이 몸뚱이로 모닥불 주위를 돌며 내지르던 몸짓과 괴성은 그 시대 인간들이 할 수 있는, 하늘을 향한 가장 신성한 제례였습니다. 이미 이 때부터 사람들은 하늘의 소리에 귀기울였습니다.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으로 길흉화복을 점쳤습니다.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더욱 간절해졌습니다. 농사일은 사람의 정성에 더하여 적절한 시기와 날씨가 판가름합니다. 여러 종족들은 저마다 해와 달의 움직임에 따라 일 년과 한 달과 하루를 계산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칩니다. 그럴수록 인간은 하늘을 우러르며 그 뜻을 좇으려 했습니다. 여기 『일 년이 열두 달된 이야기』는 이 무렵의 사람들이 나눈 하늘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해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를 짓던 종족이 달과 별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를 짓게 되는 과정을 신화와 영웅의 이야기로 펼쳐냅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오늘날에 와서도 시간은 역시나 하늘의 몫입니다. 인간은 1차원적으로 흐르는 직선의 시간밖에 기록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늘은 시간을 구부리거나 정지시켜 놓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린 이 하늘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아니, 올려다 볼 하늘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아갈지 모릅니다.
김진경 선생님의 한자동화 시리즈가 그렇듯, 『일 년이 열두 달이 된 이야기』는 단순히 한자의 부수와 획을 가르치는 책이 아닙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자에 담겨있는 옛 사람들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자고 조심스레 제안합니다.
하늘을 섬기고, 그 곳에서 삶의 준거를 찾으려 했던 옛 사람들의 지혜! - 『일 년이 열두 달이 된 이야기』가 감히 한 올 한 올 새겼습니다.
글 김진경
195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과와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74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작품으로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광화문을 지나며』『우리 시대의 예수』『슬픔의 힘』 등이 있으며, 장편 소설 『이리』 어른을 위한 동화 『은행나무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을 위한 책으로는 『한울이 도깨비 이야기』『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은 까치』『목수들의 전쟁』이 있습니다.
그림 박현자
1963년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독학으로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초현실주의·신비주의 계열의 그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주로 이미지 일러스트와 자연동화를 작업해 왔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놀라운 우리 겨레 시리즈, 『아가야, 네가 있어 행복하단다』『별아기의 바다꿈』『열두 달 이야기』등이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하늘로 튀어 올랐습니다. 땅 위의 모든 생명은 타들어 가고 하늘 나라 신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드디어 열 개의 해와 신과 인간들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전쟁이 일어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