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문리의 아이들
- 저자
- 김진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1-01-26
- 사양
- 176쪽 | 신사륙판
- ISBN
- 89-8281-353-5 02810
- 분야
- 시
- 정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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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80년대를 뒤엎었던 죽음과 어둠의 그늘, 고통스런 자기 결단을 담고 있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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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5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과 및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1984) 『광화문을 지나며』(1986) 『우리 시대의 예수』(1987) 『별빛 속에서 잠자다』(1996), 『슬픔의 힘』(2000), 장편소설 『이리』(1998), 산문집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은 까치에게』(1995), 어른을 위한 동화 『은행나무 이야기』(1998)가 있다. 2000년 시와시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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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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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중견 시인 김진경의 첫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1984, 청사)이 재출간되었다. 그의 첫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은 저 폭압의 80년대를 펄펄 끓는 젊은 영혼으로 거쳐온 시인의 삼엄한 시 정신의 산물이자 절망의 깊이만큼 치열했던 삶의 생생한 육성이다.
실체조차 모르는 적 앞에서 무장해제당한 듯 무기력했던 90년대가 지나고 새로운 밀레니엄의 떠들썩한 흥분도 가셔버린 지금, 김진경의 첫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에 담긴 견결한 목소리는 허겁지겁 달려온 우리의 지나온 자리를 되돌아볼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시대의 어둠을 뚫는 꿈
『갈문리의 아이들』에는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나서 자란 시인이 유년 시절에 체험한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공포의 기억(「갈문리의 아이들」연작), 그 기억을 화인처럼 지니고 있는 시인이 자라 청년이 되고 시인이 되고 교사로 살아가면서 이땅의 모순을 온몸으로 느끼고 부대낀 상흔들이 즐비하다.
“닫힌 교문 앞에서 교정에 주둔한 군인들을 보며 돌아서고/주위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져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며/피를 흘렸”(「성산동 시」)던 젊은 시인의 눈에 비친 고향은 “낯선 총칼들에 찢기고 상처난 고향”이며 “피와 통곡 속의 고향”(「귀향」)이다. “보이지 않는 철망과 보이지 않는 총칼이 날 선 도시”(「한탄강」), 돌아갈 곳 없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눈부신 퍼득임처럼 저 어둠 속을 찾아”(「이화중선」)가고자 하는 고결한 다짐의 이면에는 “망설임과 근지러움이 유일한 무기인 양/시원찮은 몇 편의 시를 쓰”(「돌」)는 시인이자 “명령형으로 가득 찬 교과서”(「지문」)를 가지고 아이들의 “날개”를 찢는 교사로서 느끼는 자괴감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의 시가 고통과 괴로움, 절망의 노래인 것만은 아니다. 죽음과 상처로 점철된 근대사를 국토 곳곳에서 생생하게 피부로 느낀 시인은(「제주도」 「한탄강」 「금남로에서」 「지리산」 등) “이름 없는 이들/맨몸뿐으로 두 팔을 벌려 거부하는 이들/압제의 총칼에 그 모든 추악한 얼굴에/하나뿐인 심장으로 저항하는 이들”(「우리들을 위한 묘비명」)에게서 희망의 빛살을 발견한다. 민중이라 일컬어질 이들의 모습은 그의 여러 시에서 ‘풀’ ‘바람’ ‘흙’ 등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들인 “쐐기풀, 억새풀, 개똥지빠귀”(「이 한국사」), “절망할 줄 모르고 쓰러질 줄을 모르고/낮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다시 낮은 곳에서 낮은 곳을 불어”(「바람」)가는 바람의 이미지 속에 김진경은 시대의 어둠을 뚫고 나갈 저력을 담아내고 있다.
한바탕 걸판진 농담 같은 시!
김진경 시인은 새로 덧붙인 자서에서 “첫 시집의 원고를 읽는 것은 오래된 농담을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달라진 사회 현실 속에서,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느덧 청년에서 중년으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쑥스러운 듯 예전의 시들을 한낱 농담으로 낮추면서도 시인은 “그때는 제법 진지한” 농담이었다고 덧붙이길 잊지 않는다. 여기에는 ‘진지하지’ 못한 요즘 시들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 담겨 있다. “한없이 옹졸해져 현실의 농담조차 못 따라가”는 요즘 시들을 따갑게 꼬집으며 그는 예언하듯 말한다. “현실의 농담조차 넘어서지 못한다면 시는 밀실에 갇히고 말리라.”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고 시인은 나이를 먹었지만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은 여전히 젊다. 시인은 다시 말한다. “한바탕 걸판진 농담을 시작해야겠다”고.
80년대를 뒤엎었던 죽음과 어둠의 그늘, 고통스런 자기 결단을 담고 있는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