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이치도
- 저자
- 성석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12-06
- 사양
- 312쪽 | 153*224
- ISBN
- 978-89-546-0290-7
- 분야
- 장편소설
- 정가
- 13,000원
-
도서소개
야 이 도둑놈아! 누가 뒤에서 그렇게 부른다면 백 사람 가운데 아흔아홉은 돌아볼 세상이건만 한 사람만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니 그의 이름은 바로 이치도다.
-
저자
성석제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95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호랑이를 봤다』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참말로 좋은 날』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아름다운 날들』 『인간의 힘』,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등이 있다.
-
목차
-
편집자 리뷰
입맛 다시게 하는 소설의 만찬! 천하제일 이야기꾼 성석제가 풀어놓는 천하제일 도둑 이치도傳!
“도둑에게도 다섯 가지 도가 있나니라. 먼저 훔칠 물건이 어떤 것이며 자물통은 어떤 게 걸려 있는지 잘 살펴 알아두는 것이 거룩함(聖)이다. 앞장을 서서 훔치러 들어가는 건 용감함(勇)이며 물러날 때 맨 뒤에 서는 것이 의로움(義)이다. 알맞은 때를 보는 게 슬기(智)이니라. 도둑질한 걸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어질다(仁)고 한다. 이 다섯 가지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천하에 이름난 도둑이 될 수 없다.”
그에 따르면 소설이란 별게 아니다. 그것은 “거리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해준 다음 모자를 돌리는 직업, 살롱에서 귀족들의 벌린 입에 파리를 집어넣고 주머니를 터는 직업”(『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의 현대적 버전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소설업이란 안정성이 부족한 이 직업들을 개량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한 비교적 자유로운 전문 기술직에 다름아니다. 소설가들은 장터의 이야기꾼, 광대, 악사, 차력사, 서커스단의 난쟁이 들의 친구이자, 불시에 주머니를 터는 불한당, 귀여운 거짓말쟁이 들의 후배들이다. 이들은 오로지 자신의 입담에 의지하여 한 시대를 견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가와 장터의 이야기꾼이 동일한 조건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소설가들은 그들의 선배들이 사용해왔던 목소리와 몸짓과 표정, 청중과의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 등 모든 물질적인 수단을 박탈당한 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을 불행한 이야기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모든 물질적 수단 대신 그들은 문자라는 미증유의 매체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 문자를 중심으로 한 ‘쓰기’의 영역이 새롭게 주어졌다. 문자는 목소리의 대리보충이다. 이제 그들은 이 문자에 의거하여 그들의 선배들이 풍요롭게 확보하고 유쾌하게 전파한 이 모든 구연의 전통을 재연(再演)해야 할 임무가 있다. (신수정, 해설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서」) 이러한 선배들의 임무를 충실히 이어나가고 있으니 말해 무엇 하랴, 바로 소설가 성석제다. 한갓 농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성석제의 소설, 오로지 이야기를 닮고자 하는 것 이외 어떠한 욕망도 드러내지 않는 그의 소설은 이러한 아포리아를 견뎌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아마도 그는 최후의 이야기꾼이거나 소설 이후의 소설가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둘 사이의 그 흐릿한 경계선 위를 영원히 왔다갔다하기를 바라는지도.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 성석제의 성석제다움은 이제부터다. 그는 시침 뚝 떼고 독자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말문을 연다. “……이치도라는 아이가 살았는데……” 주인공인 도둑 이치도는 불행한 환경과 그릇된 사회의 희생물처럼 보인다. 소년 시절 그의 ‘가슴속에 피어오른 것은 인간과 인간의 교감이 자연스럽게 피워내는 꽃봉오리처럼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그러한 ‘순정’은 배반당하고 상처를 입는다. 그러니까 그의 일탈은 더 큰 도둑과 합법적인 악당들이 움직이는 이 사회의 거울이요 풍자라고 할 수 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성석제의 입심 또한 볼 만하다. 정현종(시인, 연세대 국문과 교수) 성석제 소설을 특징짓는 너스레의 예술은 이제 달인의 경지에 들어선 느낌이다. 노블형 소설에 밀려난 스토리텔링, 창조의 신학에 억눌린 전승의 도덕, 개인주의에 가려진 공동체의 경험을 불러오는 그의 서사담론은 서사라는 행위에 잠재된 장난을 능청맞게 연출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그 근대적 정형으로부터 해방시켜 인식이나 재현이 아니라 쾌락에 봉사하는 형식이 되게 한다. 뻣뻣하게 굳은 소설의 관절마다 새로이 솟아나는 유쾌한 활력. 『도망자 이치도』는 소설의 회춘을 알리는 이야기의 퍼포먼스이다. 황종연(문학평론가, 동국대 국문과 교수)
* 이 책은 성석제 장편소설 『순정』의 개정판입니다. 각 장에 제목을 새로이 붙였고, 전체의 내용에는 변함이 없지만 문장을 새로 손보았습니다. *
초판 발행 | 2000년 12월 6일(『순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행)
* 2판 발행 | 2007년 3월 28일 * 신국판 | 312쪽 | 값 9,500원
* ISBN 978-89-546-0290-1 03810
야 이 도둑놈아! 누가 뒤에서 그렇게 부른다면 백 사람 가운데 아흔아홉은 돌아볼 세상이건만 한 사람만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갈 것이니 그의 이름은 바로 이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