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 문학선 출간
우리 시대의 탁월한 산문가이자 문화 감식가 김화영 교수의 문학선이 출간되었다. 서울대 불문학과 대학원을 졸업, 프랑스 프 로방스 대학에서 알베르 카뮈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김화영 선생은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성적인 글 쓰기와 유려한 번역, 그리고 어느 유파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왔다 . 김화영 문학선은 이제 한국 문단의 중진으로서 존경받고 있는 김화영 교수가 한국 문단, 더 나아가서는 한국 문학에 퍼뜨려온 지성의 파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화영 문학선은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바람을 담는 집」을 필두로, “더이상의 카뮈론은 없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아온 그 의 박사 학위 논문 「문학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론」, 70~80년대 지중해 연안에 머물며 쓴 산문들과 예술기행문이 담긴 「 행복의 충격예술의 성」, 중견작가 김주영 한수산 김채원 오정희씨 등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평론집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화영 문학선 1권 「바람을 담는 집」
김화영 교수의 지적인 모험, 독특한 사유는 참으로 다양한 문학 공간에서 다양한 문학 형태로 발현되어왔다. 그러나 그는 무엇 보다도 빼어난 산문가다. 감상적인 넋두리에 게으르게 머물지 않는, 그런가 하면 다가서기 힘든 현학을 노련하게 자제하는 산문 의 미학을 김화영 교수만큼 탁월하게 체득하고 있는 작가도 드물다.
김화영 문학선의 첫 권은 그런 그가 우리의 산문문학을 얼마나 아름다운 수준에 올려놓았는지, 그 기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산 문 모음 「바람을 담는 집」이다. 지난 7년여 동안 틈틈이 써온 산문을 묶은 「바람을 담는 집」에서 독자는 그의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삶의 태도와 폭넓은 예술적 체험에 기대어, 존재의 다채로운 이면과 관계의 미묘한 빛깔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한편, 삶의 조그마한 현상에서도 근원적인 느낌을 표현해내는 그의 탁월한 언어적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통의 “혈색 좋은 식당아주머니를 보면 나는 왜 항상 그이가 과부라고 혼자 짐작을 해버리는 것 일까?”라든가, 어느 날 우연히 입어보았던 여자의 외투로부터 기억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가슴 아픈 그런 냄새”와 같은 대목은 우리의 고유한 기억을 자극하고 웃음을 머금게 한다. 평생의 스승인 이어령 선생과의 만남, 영화감독 고 하길종과의 우정,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전혜린의 유작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펴냈던 일 등 김화영 교수의 인 생 행로를 결정지었던 수많은 만남과 사건들 또한 그의 글을 읽는 재미다.
마음속의 풍경, 책, 글읽기, 문학, 그리고 영화, 미술이라는 세 주제 아래 묶여 있는 그의 글들에서 가장 돋보이 는 면모는 현실과 예술의 경계를 따로 두지 않으나 결코 공허하지 않은 진정한 인문주의다. 시인으로서, 문학평론가로서, 불문학 자요 탁월한 번역가로서 우리 문화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아온 그는, 무엇보다도 능동적인 지성으로써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민 감하고도 너그러운 눈길로 포착해온 성실한 관찰자다. 첫 산문집 「공간에 관한 노트」 이후 거의 1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독 특한 감성과 사유의 그물로 건져낸 그의 빛나는 산문들을 통해 우리는 한 참된 인문주의자의 여정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