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시인 이윤학의 세번째 시집 출간!
그간 주목받는 두 권의 시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병들고 피폐한 뒷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탁월한 시재(詩才)를 인정받아온 이윤학의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두 권의 시집 『먼지의 집』과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에서 보여준 이윤학의 시세계는 삶을 상처로 얼룩진 폐허의 집으로 인식하고 그 폐허를 건너가기 위한 고투의 흔적이었다. 그것은 시인이라는 존재가 운명적으로 처한 천형과도 같은 것이며, 이윤학은 바로 그 천형의 길을 참으로 감성적인 상상력과 조탁의 언어로 시화했던 것이다.
세번째 시집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는 그의 시가 한층 무르익어 견고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70여 편의 시는 하나같이 단단하고 단아하며 누추한 삶의 심층을 바라보는 깊은 시선으로 하여 읽는 사람의 가슴을 저리게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하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육신과 영혼에 새겨진 상처와 생의 지독한 아픔을 때로는 무서운 침묵의 언어로 때로는 경탄스러울 만치 번득이는 감수성의 언어로 노래함으로써, 빗나가는 삶의 질곡을 통과하고자 하는 존재의 처절함에서부터 자본주의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곧은 시선으로 투시하고자 하는 결기까지 그의 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층위의 공감대를 형성케 한다.
폐허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이 걸어야 할 천형의 길
이윤학은 상처의 시인이다. 그의 삶에 견고하게 달라붙어 있는 상처가 그의 시를 이끌어가고 있다. "상처로 빛나는 거울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거나(「금장 가는 길」), "평생을, 아픔을 끌고 다녀야 하다니!"(「집」)라는 인식은 존재의 존립 근거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그에게 상처가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그에게 세상은 곧 상처이며 자기 자신조차 상처 그 자체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상처에 파먹혀 있으며 "썩어가는 세상과 자신"(「녹슨 창살 사이로」)을 향하여 함께 썩어가는 그 시선은 점점 더 깊고 어두워져간다. 그는 화석화되어버린 생을 가로질러가면서 버려진 것들과 어울려 염전(鹽田)을 찾아가고 저수지를 찾아가고 과수원을 찾아가고 폐허의 곳 지일을 찾아간다.
그는 불구의 육신을 끌고 어디를 그렇게 찾아가는 것일까. "나는 기억의 포로인 것, / 나의 한계는 과거에 있는 것"(「겨울에 지일에 갔다 9」). 그는 기억의 냄새를 좇아서 가고 있다. 기억이 가닿는 곳, 그곳은 무덤이며 폐허의 땅이다. 고독과 단절과 소멸의 땅이다. 시인은 상처를 안고 유폐의 집을 힘겹게 찾아간다. 기억(과거)으로부터 파종된 그의 상처는 아무리 내성으로 단련되었다지만 깊고 절절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아픔 그 자체이다. 삶의 깊디깊은 상처에 대해 이토록 명징하게, 진실하게 그리고 정면으로 맞대결한 시인은 흔치 않다.
이윤학의 세번째 시집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는 폐허의 삶을 살아가는 시인이 삶의 고독과 상처에 대해 읊은 정직한 노래이며 절절한 신음소리이다. 그의 시는 생이 상처 뿐인 폐허라고 말한다. 그 폐허의 길을 시인이 가고 있다. 추방당한 집을 찾아 영원히 헤매야만 하는 천형의 길, 그 시인의 운명을 이윤학을 살고 있다. 그 운명의 길을 탁월한 감수성과 보석처럼 빛나는 언어로 정련해낸 이윤학의 이번 시집은 그래서 더없이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