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아주 짧은 사랑처럼 잊혀진 마음을 일깨우는 시집!
시인이며 학자이고, 시론과 비평의 영역에서 문학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문학평론가인최동호 시인의 처녀시집『황사바람』은 젊은 날의 아주 짧은 사랑처럼 잊혀진 마음의 한 자락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시집이다. 그의 문학적 원적(原籍)이라 할 수 있는 이 시집은 시인 자신의 문학적 현재성을 확인해주는 뿌리에 해당한다.
이 시집에서 드러나는 최동호 시인의 정신세계는 답답한 현실을 견디며 자기존재의 정체성을 찾아 나아가는 순례자의 모습이다. 젊은 영혼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념적인 회의가 뒤섞이며 어두운 세계에 대한 응시와 건강한 대결 의지가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젊은 날 시인이 마주한 세계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 어둠 너머 빛의 세계가 있으리라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깜깜한 세계이다. 어둠 속에 갇힌 실존의 비극성을 시인은 주저하지 않고 대결한다. 적극적인 자기 내부와의 격한 싸움을 통해 시인은 철저한 자기 반성의 의식으로 나아간다. 어둠과 빛의 변증법이라 할 수 있는 시적 방법론을 구사하며 시인은 어두운 세계를 견디고 맞대응한다. 그것은 강인한 건강함이며 메말라버린 세계에서 생명의 힘을 찾아내려는 힘겨운 고투이고 간절한 소망이다. 시집『황사바람』에는 전모와 배후를 알 수 없는 세계의 영혼 앞에 맞서 자기존재를 쇄신하려는 젊은 영혼의 투지가 아로새겨져 있는 것이다.
시집『황사바람』외부세계의 폭력성과 대결하는 순결하고 무애한 정신의 숭고함과 젊음의 고뇌와 고독이 금강석처럼 단단한 시어로 응축되어 있어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진솔하면서도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최동호 시인은 1948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1976년 시집『황사바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황사바람』『아침책상』『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시론집『현대시의 정신사』『불확정시대의 문학』『평정의 시학을 위하여』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헤겔 시학』『문심조룡』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