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의 둘레 (문학동네시인선 076)
- 저자
- 고진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5-11-10
- 사양
- 148쪽 | 130*224
- ISBN
- 978-89-546-3841-8
- 분야
- 시, 문학동네시인선
- 정가
- 8,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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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뒤 지금껏 활발한 시작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 고진하의 여섯번째 시집. 여전히 그의 시는 맑다. 여전히 그의 시는 천진하며 여전히 그의 시는 가볍다. 도통 어깨에 훈장 말씀이란 걸 얹지 못한다. 예까지 펼쳐온 그의 시들을 다시 읽고 또 봐도 28년, 거의 30년에 가 닿은 그의 시력에 있어 위에서 내려찍는 듯한 지혜의 불벼락 같은 어른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의 시는 우리와 보폭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우리와 읽는 호흡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일상에 놓여 있으며 그의 시는 일상에서도 가장 소박한 우리의 착한 심성을 끄집어낼 줄 알고 그의 시는 일상의 기적, 그 일상의 처음과 끝에 우리의 나고 감을 은근슬쩍 얹어놓을 줄 안다. 일상을 일상으로 그려내되 삶이라는 우주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캐내서 먹인 뒤에 싸는 일까지 도와줄 줄 안다는 얘기다.
고진하의 이번 시집을 찬찬히 읽다보면 도통 그는 시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천친´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다 자란 어른이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의 눈매에 흘겨봄이란 없다. 꽈배기 같은 어른으로 꼬이지 않는 그의 시선 끝에 단련되어 있는 힘을 느낀다. 마주잡자는 손이다. 꼭 움켜쥐자는 손이다. 그 손을 잡고 따뜻하게 이 한 세상 살아보자는 손이다.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손이다. 사실은 그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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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감리교신학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거룩한 낭비』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우파니샤드 기행』 『시 읽어주는 예수』 『책은 돛』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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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1부
향기 수업
명랑의 둘레
대문
웃음 세 송이
초록 스크랩
억새
박쥐
나무도 움직인다
푸른 쉼표
첫 불
엘리제를 위하여
물물 교환
사순절 무렵
고로쇠나무 우물
아지랑이야
내 귀에 복면을 씌우고
2부
입춘 무렵
고해
제비가 다녀가셨다
울음 농사
인동초야, 용서하지 말거라
잡초비빔밥
모란
대대적 사건
해토머리
똥 속의 보석
예수
성(聖)모자상
움직이는 사원
달의 걸음걸이
큰 고요에 대고 빌다
봄의 첫 문장
오리무중
황금 그늘 속으로
봄의 우울
무청
뒷간
월식
3부
생일
그림자의 속삭임
함박눈
고도에서
육식을 포기함
날개
귀뚜라미야
밤길
풍부한 시심(詩心)
말썽쟁이 울 엄마
봄 처녀
은가락지
청맹과니
좁은 방, 넓은 들
티끌의 증언
맨드라미
수목장
4부
재활용
지금 이 순간을
밭고랑 구름
호젓한 밤과 이별하는 방식에 대해
돈, 요놈!
야크
보리밭에서
똥 탑
마근 스님
요강
그 식당 옆 와송
가묘
상쾌해진 뒤에 길을 떠나라
제야(除夜)
발문| 연민 사이로 새어나오는 울음과 웃음
|최창근(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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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뒤 지금껏 활발한 시작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 고진하의 여섯번째 시집을 펴낸다. 여전히 그의 시는 맑다. 여전히 그의 시는 천진하며 여전히 그의 시는 가볍다. 도통 어깨에 훈장 말씀이란 걸 얹지 못한다. 예까지 펼쳐온 그의 시들을 다시 읽고 또 봐도 28년, 거의 30년에 가 닿은 그의 시력에 있어 위에서 내려찍는 듯한 지혜의 불벼락 같은 어른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의 시는 우리와 보폭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우리와 읽는 호흡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일상에 놓여 있으며 그의 시는 일상에서도 가장 소박한 우리의 착한 심성을 끄집어낼 줄 알고 그의 시는 일상의 기적, 그 일상의 처음과 끝에 우리의 나고 감을 은근슬쩍 얹어놓을 줄 안다. 일상을 일상으로 그려내되 삶이라는 우주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캐내서 먹인 뒤에 싸는 일까지 도와줄 줄 안다는 얘기다. 고진하의 이번 시집을 찬찬히 읽다보면 도통 그는 시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천친’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다 자란 어른이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의 눈매에 흘겨봄이란 없다. 꽈배기 같은 어른으로 꼬이지 않는 그의 시선 끝에 단련되어 있는 힘을 느낀다. 마주잡자는 손이다. 꼭 움켜쥐자는 손이다. 그 손을 잡고 따뜻하게 이 한 세상 살아보자는 손이다.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손이다. 사실은 그의 심장이다.
책 속으로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오리를 가고 나면 또 오리가 무중이다
답답한 마음 달래려 호숫가를 걷다가
물속을 자맥질하고
또 자맥질하는 오리들을 본다
쬐고만 창자를 채워줄 물속도
물속 시계(視界)도 오리무중인 모양이다
그래도 또 자맥질하길 그치지 않는
잔잔한 수면에 이는 파문이 뭉클하다
파문당한 어떤 생의 헛발질처럼
쉴 새 없이 헤적이는 갈퀴발질이 생생하다
물의 심장처럼 두근두근 떠 있다가
저녁놀 머금고 날아오르는 오리들처럼
생생한 물음 머금고 그냥 가야 할 모양이다
한 모롱이 두 모롱이 감돌아 오리를 가고
또 오리를 가도 오리무중
아득한 하늘길을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렇게 하루가 캄캄하게 갔다
어디 방점 한 점 찍을 데 없는 하루가
그렇게 가볍게 갔다
- 「오리무중」 전문
택배로, 쌀이 한 포대 왔다 이런!
기어이 올 것이 왔구나!
지난겨울 생면부지의 어떤 노인이 전화로, 시집을 읽고 감동받았다며 대뜸 자기네 선산에 세울 비문을 써달라고 하기에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얼마 뒤 눈보라치는 악천후 뚫고 직접 찾아와 떼쓰는 통에 차마 거절 못하고 써주마 하며 좀 기다리시라 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내 목구멍 속으로 다짜고짜 밀고 들어왔다
전라도 어디 청룡등이라던가, 그 산자락에 세울 비에
뭐라 써줄지 아직 감감하기만 한데
비문과 바꿀 쌀 30킬로로 우격다짐 밀고 들어왔다
전에도 어느 시 잡지에서 원고료 대신 보내준 쌀을 받은 적 있지만
이제 내 생계는 이러구러 물물 교환으로 가는 것이냐
허 참, 이래도 되나 이래도 되나
- 「물물 교환」 전문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뒤 지금껏 활발한 시작활동을 이어온 중견 시인 고진하의 여섯번째 시집. 여전히 그의 시는 맑다. 여전히 그의 시는 천진하며 여전히 그의 시는 가볍다. 도통 어깨에 훈장 말씀이란 걸 얹지 못한다. 예까지 펼쳐온 그의 시들을 다시 읽고 또 봐도 28년, 거의 30년에 가 닿은 그의 시력에 있어 위에서 내려찍는 듯한 지혜의 불벼락 같은 어른은 없었다는 얘기다.
그의 시는 우리와 보폭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우리와 읽는 호흡을 함께한다. 그의 시는 일상에 놓여 있으며 그의 시는 일상에서도 가장 소박한 우리의 착한 심성을 끄집어낼 줄 알고 그의 시는 일상의 기적, 그 일상의 처음과 끝에 우리의 나고 감을 은근슬쩍 얹어놓을 줄 안다. 일상을 일상으로 그려내되 삶이라는 우주를 그 안에서 발견하고 캐내서 먹인 뒤에 싸는 일까지 도와줄 줄 안다는 얘기다.
고진하의 이번 시집을 찬찬히 읽다보면 도통 그는 시인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인 ´천친´으로부터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다 자란 어른이지만 그는 여전히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의 눈매에 흘겨봄이란 없다. 꽈배기 같은 어른으로 꼬이지 않는 그의 시선 끝에 단련되어 있는 힘을 느낀다. 마주잡자는 손이다. 꼭 움켜쥐자는 손이다. 그 손을 잡고 따뜻하게 이 한 세상 살아보자는 손이다. 귀하기 이를 데 없는 손이다. 사실은 그의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