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거장 - 장석남의 그렇다는 얘기 책과 책임 3
- 저자
- 장석남
- 출판사
- 난다
- 발행일
- 2015-12-25
- 사양
- 반양장본 | 204쪽 | 224*130mm | 280g
- ISBN
- 978-89-546-3878-4
- 분야
- 시
- 정가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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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책과 책임 3권. 장석남 시인의 산문집. 부제로 따라붙은 말은 ´장석남의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다. 당연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고개를 끄덕일 때여만 비로소 적어내려갈 수 있는 사연이다.
산문의 달인이자 달필로 널리 알려진 장석남 시인의 이 산문집은 총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난 2000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출판사 이레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나왔던 산문에 새로 쓴 산문들을 덧댄 원고다. 예서 덧댔다는 말은 낡은 이야기를 꿰매고 또 꿰맸다는 게 아니라 옛 이야기는 그 귀함 그대로 두고 이에 어울림직한 새 이야기를 서두에 앉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2부에서 5부까지가 이십대에서 삼십대의 그의 풋풋함을 드러냈다면 1부는 사십대에 들어선 그의 관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63편에 달하는 이번 책의 산문들을 보자면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이를테면 어떤 자세다. 사계절을 보고 느끼고 견디고 넘기는 포즈, 제 맘에 드는 사물들을 만지고 주무르고 반질거리게 하다가 버려버리는 포즈, 이제 겨우 손에 넣기 시작한 귀함을 어떻게 어르고 달래어 제 품에 들이는가 하는 집요와 집착의 포즈. 사소하게 놓치는 것들, 놓쳐버리는 것들, 가질 때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 그러나 잃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 그런 작디작고 간절한 것들의 주인장이 바로 장석남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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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천 덕적도에서 태어났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젖은 눈』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뺨에 서쪽 을 빛내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물 긷는 소리』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5년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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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바위 밀러 가자
종소리를 찾아서
바위 밀러 가자
살구나무에 골방 한 칸 들이기
집수리 음악
한적한 공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어느 정자 이야기
정자亭子가 왔다
연등 아래를 지나며
눈사람에 대하여
무덤의 체험
언제 나라를 가진 백성이 될까
작약꽃밭 속의 얼굴들
2.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
미인
아주 조그만 평화를 위하여
어떤 손길
절터
가만히 깊어가는 것들
바람 소리 곁에 누워
창에 넘치는 달
새벽 물소리
별까지 가는 배
푸른 이마
마른 메아리
3. 두 겹의 고독
어머니에게 가는 길
중세
전설
물의 정거장
별을 노래하는 마음
산길을 걸으며
우물과 낮달 사이
두 겹의 고독
갈증의 시간들
오동나무가 있던 집의 기록
눈물의 기원
하얀 찔레꽃
4. 걷어온 이부자리 위에서
봉숭아 씨앗 한 봉지
돌 속의 달마
사람은 어디로 가나
장미 화분
와선에서 깨어나
사람들 사이에 마른 풀잎 소리가
걷어온 이부자리 위에서
허공에서 비롯되는 소리들
집, 견고한 춤에의 꿈
먼 데를 본다
첫 여행
물방울들
5. 여행의 여백들
텡 빈 것
여로
말의 풍경 속에서
구름으로 머리 감는 아침
유곽 앞, 나무 한 그루
11월
비단길 생각
적막
봄 들판에서
세상을 떠갈 듯 핀
감미로운 공포
여행의 여백들
방파제에서
시간의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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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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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은 어떻게 쓸까요?
산문은 이렇게 씁니다!
장석남 시인의 그렇다는 얘기
『물의 정거장』
장석남 시인의 산문집 『물의 정거장』을 펴낸다. 부제로 따라붙은 말은 ‘장석남의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다. 당연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고개를 끄덕일 때여만 비로소 적어내려갈 수 있는 사연이다.
산문의 달인이자 달필로 널리 알려진 장석남 시인의 이 산문집은 총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같은 제목의 책을 본 적 있는 분들은 의아해하시겠지만, 맞다. 지난 2000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출판사 이레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나왔던 산문에 새로 쓴 산문들을 덧댄 원고다. 예서 덧댔다는 말은 낡은 이야기를 꿰매고 또 꿰맸다는 게 아니라 옛 이야기는 그 귀함 그대로 두고 이에 어울림직한 새 이야기를 서두에 앉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2부에서 5부까지가 이십대에서 삼십대의 그의 풋풋함을 드러냈다면 1부는 사십대에 들어선 그의 관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산문과 시의 경계가 유독 흐릿한 사람인 장석남 시인의 『물의 정거장』은 오랜 기간 절판 상태로 그의 글을 사모해마지 않는 이들의 간절함을 담아 재출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와 산문이 어떻게 다른가, 라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시와 산문이 어떻게 같은가, 라는 의미에서 한 예가 될 수 있는 그의 산문은 그의 독자들로 하여금 계절과 낭만과 쓸쓸함을 익히게 하는 데 있어 참 살뜰한 교본이 되어주기도 하는 까닭이다.
63편에 달하는 이번 책의 산문들을 보자면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이를테면 어떤 자세다. 사계절을 보고 느끼고 견디고 넘기는 포즈, 제 맘에 드는 사물들을 만지고 주무르고 반질거리게 하다가 버려버리는 포즈, 이제 겨우 손에 넣기 시작한 귀함을 어떻게 어르고 달래어 제 품에 들이는가 하는 집요와 집착의 포즈. 사소하게 놓치는 것들, 놓쳐버리는 것들, 가질 때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 그러나 잃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 그런 작디작고 간절한 것들의 주인장이 바로 장석남 시인이다. 우리는 이를 가지고 노는 법을 모른다. 그걸 아는 유일한 이가 바로 장석남 시인이다.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묶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장석남 시인의 이 산문집은 낭만이기이전에 한 시인의 피와 뼈와 살의 원형이다. 시인의 근본이다 할 사연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에 이 산문을 읽고 그의 시를 다시 본다면 연관되는 대목들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터. 그 재미로 이 책을 본다는 것, 그 재미 속에서 내 재미를 찾는 일로 내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 그 과정이 책읽기의 짜릿함이자 동기부여가 아닐 수 없겠다. 이것이 산문 읽기의 참맛이라고도 본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갔었습니다. 황혼이 아름다운 그런 장소였습니다. 몇 척의 배가 밀리는 물결에 흔들리고 멀리 섬들이 있고 그 길목 언덕엔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죽어서 바닷가에 온 사람들…… 공동묘지 바로 아래가 바다였습니다. 물은 다 빠져나가 갯벌만이 드넓게 드러나 있었습니다. 마치 죽음이 그러하다는 듯이.
-p200, 「방파제」전문
시인의 말
초겨울이 되면 나무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익명이 된다. 잎 떨어지는 나무들 얘기다. 죽음이 그렇다는 얘기 같기도 하다.
시를 쓰면서 혹은 불가피 산문을 써야 할 때에도 나는 나의 그것이 ‘나중에’ 읽어도 스스로 얼굴 붉히지 않을 만한 글이기를 생각했었다. 살며 단순 ‘품팔이’로서의 글을 쓰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동안 원고료와 바꾸기 위한 글도 많았다. 스스로 즐겁지 않은 글들 말이다. 싫었다.
불멸의 거창한 글을 쓸 재주도 의지도 없었다. 건들수록 거대해지는 육체와 바라볼 때마다 미미한 영혼, 영원성에 대한 질문이면 되었다. 나의 전부가 별것이 아니었으므로. 욕망은 일었으나 웬일인지 동시에 잿더미였다. 오래전의 글들을 꺼내보는 심정은 애달프다.
근자에 쓴 글들을 덧대어 사고로 사라졌던 옛날의 글들을 다시 묶는다. 아주 잊어버릴 생각이었으나 다시 꺼내어 햇빛에 말려도 괜찮겠다는 의견이 고마웠다. 간혹 문법을 벗어나 헝클어졌는데도 쓰던 당시의 감상은 앙금으로 고스란했다. 미소가 지나갔다. 나는 일종 낭만파였구나. 혁명파의 다른 이름인.
모든 식물들은 가을이 되면 제 이름을 구현한다고 되어 있다. 글은 나이와 관계없이 자기 자신의 가을이다. 가을은 의義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는 철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지금, 무의미한 의여!
침묵에 든 겨울 숲, 그러나 곧 소곤거림이 시작될 것이다. 익명을 벗고 나올 나무들을 바라본다.
2015년 12월
장석남
책과 책임 3권. 장석남 시인의 산문집. 부제로 따라붙은 말은 ´장석남의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는 건 당연하다는 말이다. 당연한 것은 그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고개를 끄덕일 때여만 비로소 적어내려갈 수 있는 사연이다.
산문의 달인이자 달필로 널리 알려진 장석남 시인의 이 산문집은 총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지난 2000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출판사 이레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나왔던 산문에 새로 쓴 산문들을 덧댄 원고다. 예서 덧댔다는 말은 낡은 이야기를 꿰매고 또 꿰맸다는 게 아니라 옛 이야기는 그 귀함 그대로 두고 이에 어울림직한 새 이야기를 서두에 앉혔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2부에서 5부까지가 이십대에서 삼십대의 그의 풋풋함을 드러냈다면 1부는 사십대에 들어선 그의 관록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63편에 달하는 이번 책의 산문들을 보자면 배우는 게 하나 있다. 이를테면 어떤 자세다. 사계절을 보고 느끼고 견디고 넘기는 포즈, 제 맘에 드는 사물들을 만지고 주무르고 반질거리게 하다가 버려버리는 포즈, 이제 겨우 손에 넣기 시작한 귀함을 어떻게 어르고 달래어 제 품에 들이는가 하는 집요와 집착의 포즈. 사소하게 놓치는 것들, 놓쳐버리는 것들, 가질 때 귀하게 여겨지는 것들, 그러나 잃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들, 그런 작디작고 간절한 것들의 주인장이 바로 장석남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