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뭐 먹으러 가?
오늘도 뭘 먹을지 머뭇거릴 당신을 위한 상황별 식당 모음집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어야 건강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저 사치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던 듯도 하지만 흐릿하고, 지금은 하루에 겨우 한두 끼 챙겨 먹을까 말까 한데다 그마저 직장인이라면 점심식사는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어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니 더욱더 잘 먹는 느긋한 ‘한끼’가 간절해진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약속을 잡을 때, 모임 약속을 잡을 때도 사뭇 비장해진다. 아무거나 먹을 수 없으니까. 단 한끼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니까.
프러포즈를 하는 날, 소개팅 후 데이트 약속을 잡을 때, 혼자 술 한잔하고 싶은 날처럼 특별한 날은 더 그렇다. 그날의 상황과 딱 어울리는 식당에서 딱 어울리는 음식을 먹어 하루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곳은 있는데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하고 블로그를 찾아 헤매도 여기는 이래서 아닌 것 같고, 저기는 저래서 아닌 것 같고…… 상상 속 ‘그곳’과 딱 맞아떨어지는 곳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이 책 『단 한끼라도 여기에서』는 오늘도 상황에 맞춰 알맞은 식당을 찾느라 고생중인 당신에게 ‘상황별 맞춤 음식점’을 소개한다. 혼자서 갈지 둘이서 갈지 아니면 여럿이서 갈지. 눈 오는 날 혼자 술 마시고 싶을 때(14쪽), 아프고 나서 건강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32쪽), 소개팅 후 커피를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가고 싶은 곳(48쪽), 고기를 좋아하는 나와 채식주의자인 그가 함께 갈 수 있는 곳(84쪽), 동네 친구와 슬리퍼를 직직 끌고 나와 간단하게 먹을 곳(104쪽),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 쏘는 날(162쪽) 등 다양한 상황이 소개된다. 그러므로 그저 페이지를 열고 가늠해보면 된다. 어디에 가면 좋을지를.
평소 맛집 탐방을 즐겨 하고 무엇보다 잘 먹는 걸 좋아하는 이 책의 저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상황에 맞는 맛집을 소개해주다가, 식당 정보에 박식한 박돼지 작가가 식당 소개를, 라디오 프로그램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최강희의 야간비행> <박명수의 라디오쇼> 의 한가람 작가가 에세이 부분을 맡아 함께 책을 엮었다.
상황에 맞춰 알맞은 식당을 추천해주는 걸 몹시 좋아합니다. 친구가 그 식당에 가서 잘 먹고 오면 제가 만든 것도 아닌데 굉장히 뿌듯해하는 편입니다.
이 재능을 살려 뭔가 하고 싶었지만 세상 그 어디에도 ‘상황별 맛집 가이드’라는 직업은 없더군요. 그래서 엮었습니다.
하루의 유일한 식사. 이왕이면 맛있게 하시라고.
오늘의 분위기와 딱 맞는 곳. 오늘의 내 기분과 적절한 곳에서 충분히 즐기시라고.
_ ‘부디, 단 한끼라도’ (4쪽)
좋은 날입니다. 그러니까 맛있는 거 먹어요
먹는 게 위로잖아요
에세이 속에서 그려지는 상황들은 풍성하고 현실감이 느껴진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 전 상황의 남녀와 시댁 식구들 앞에서는 어쩐지 불편해지는 여자, 그리고 프러포즈를 준비하느라 골머리 앓는 남자와 원래는 밥이 좋았지만, 빵을 좋아하는 그 때문에 빵이 좋아진 여자.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입씨름하는 부장과 차장에게 ‘야 이것들아!’ 하고 시원하게 소리치고 싶지만 다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참아내는 직원까지…….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면 소개된 식당들은 마치 상황 속 인물들이 어딘가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거나 식사를 하고 있을 것처럼 적절하다.
이어지는 식당 소개에서는, 각각의 대표 메뉴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으며 식당에 직접 가서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메뉴의 양과 가게 회전 속도, 케이터링 서비스와 포장 유무에서부터 라스트 오더 시간까지 상세한 팁들을 정리해두었다. 그 외에도 음식점의 구체적인 주소와 가는 길, 주차 여부까지 정리해두어 책을 보다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맛집을 발견했다면 얼른 찾아가 상황 속에 젖어들기만 하면 되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으레 그렇듯 식사 약속을 잡는 시간. 기대감과 설렘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가? 어디에 가든 맛있는 걸 먹자. 맛있는 거 먹자면서 맨날 검색만 할 거야? 약속 날짜는 다가오지만 아직도 어디에 가야 할지 몰라 마음이 어수선하고,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를 검색을 하며 하릴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런 당신에게 이 책에 소개된 어떤 한 곳이 느낌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와 약속을 잡고 만나기 전의 설렘부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까지 당신의 좋은 날에 모든 순간이 아름답기를 바란다. 삼시 세끼를 다 잘 챙겨 먹지는 못하더라도, 단 한끼라도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한다면 그날의 분위기는 아주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