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훈 시인은 1989년 『세계의문학』에 「공룡시대」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시집 『낙타의 사랑』 『그리운 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 하네』 등을 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시인의 첫 산문집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는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수리부엉이에게 보내는 편지〉는 낯선 여행지에서 느낀 생각들을 정감 있는 서간문 형식에 담았고, 2부 〈고슴도치가 고슴도치를 사랑하는 법〉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삶의 속내를 엮은 ‘작은 이야기’들을, 3부 〈생각 주머니〉는 깨달음이 있는 단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이 쓰는 산문집
원재훈 시의 테마는 ‘그리움’이다. 그는 늘 그리움을 사는 마음을 섬세한 시어로 그려왔다. 그러나 그의 시에서 그리움의 대상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움의 대상이 베일에 가려 수수께끼처럼 숨어 있기 때문에 그 그리움의 풍경은 오히려 한층 본원적인 것이 된다. 그리하여 마음으로부터 사물에게로 투시되는 그리움의 움직임만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 산문집 역시 ‘그리움’의 풍경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잊혀진 시간의 그림자가 문득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이 생명을 그리워하는 따뜻한 시간의 언덕 위에서, 바람을 만나고 새를 만나고 쓸쓸한 사람들의 추억을 반추하는 동안, 우리들은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산문집에서 시인은 자연과의 만남을 감동적으로 고백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발견한 수리부엉이, 아파트 한켠에 꾸린 작은 연못 이야기는 자연을 통해 겸손해지려는 시인의 소박하지만 따뜻한 숨결로 감싸여 있다.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그의 글은 “머리로 짜고 지어낸 것이 아니어서, 마치 옆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편안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우리들의 일상을 찬찬히 챙겨주는 글, 그것이 원재훈의 산문이다.
사람이 산 속에 있고, 산이 사람 속에 있었습니다. 서로를 품어주고 서로의 그리움을 덜어주는 오누이 같은 정경, 외로움은 눈으로 내려 쌓일 뿐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습니다. 진동리에서 쓴 편지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만 그것은 또다른 탄생을 예감하는 둥지와 같은 것입니다. 사람의 생과 몰은 자연의 가장 자연스러운 한 부분입니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