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서 빠져나온 여자
- 저자
- 원재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05-25
- 사양
- 232쪽 | 신국판
- ISBN
- 89-8281-288-1 0381
- 분야
- 소설집
- 정가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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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파격적인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 유머러스한 문체로 독특한 소설쓰기를 선보여온 작가 원재길의 두번째 소설집. 표제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등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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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원재길
1959년 서울 출생. 연세대 사학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시인으로 활동하던 중 전작 장편소설 『겉옷과 속옷』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소설집 『누이의 방』 장편소설 『그 여자를 찾아가는 여행』 『오해』 『모닥불을 밟아라』 우화소설 『별똥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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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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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파격적인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 유머러스한 문체로 독특한 소설쓰기를 선보여온 작가 원재길의 두번째 소설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 표제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등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았다.
감춰진 인간성의 갈피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풍자정신과 인간조건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표제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는 벼락을 맞고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게 된 후 4년간 세상 각지를 돌아다니며 볼 것, 못 볼 것을 두루 구경한 한 남자가 우연히 길거리에서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를 만난다는 이야기이다. 남자는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로부터 벽을 통과하는 초능력에는 시한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시한이 다해서 세종문화회관 벽 속에 갇힌 남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 코웃음을 치던 남자는 벽에 갇힌 남자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결국 세종문화회관 벽 속으로 뛰어든다. “인간의 자만심이란 도무지 어떤 벽도 무서워할 줄 모르는 무지막지한 것”이라는,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의 중얼거림이 풍자적인 울림을 전해준다.
「삼촌의 좌절과 영광」에서 화자는 뛰어난 회계 능력에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까지 겸비했지만, 폭력적이고 오해로 가득찬 현실에서 사랑의 실패로 좌절을 겪은 후 이민을 떠난 삼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잠시 귀국한 삼촌은 한 음식점에서 과거 자신의 진실한 사랑을 야비한 방법으로 방해한 옛 애인의 부모를 만나게 된다. 삼촌은 칠레 최고의 예언자임을 자처해 그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행한다. 작가는 일상에 만연한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우연과 오해가 빚어내는 삶의 아이러니를 서늘하게 드러낸다.
작가의 풍자적 시선은 문단의 현실에도 미친다. 인간에 대한 깊은 고뇌와 한 문학정신에 기반하여 작품을 쓰기보다는 사생활을 시시콜콜 폭로하는 선정적인 작품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보려 하는 문단의 세태를 ‘신종 바이러스’ 질병으로 규정한 「신종 바이러스에 관한 보고서」나, 남이 쓴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비양심적인 방법으로 명성을 얻어온 한 중견 작가가 어느 날 “너의 손은 당분간 남의 글이 아닌 너 자신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문단에 나온 때부터 최근의 일까지 모든 비밀을 샅샅이 털어놓게 될 것이다”라는 한 정체 모를 사나이의 예언을 들은 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열한 과거를 낱낱이 털어놓게 된다는 「손」이 그러하다. 「손」에 등장하는 중견 작가의 추악한 과거는 나약한 인간의 속물적 욕망이 빚어낸 한바탕 희비극이기도 하다.
「새벽 편지」는 이러한 속물적 욕망이 지배하는 현실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순수하고 진실할 수 있었던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을 다룬 작품이다. 어린 시절 “세상을 향해 열린 환한 문”을 느끼게 해주었던 한 여교사와의 아름다운 인간적 교감을 회상하면서 향수에 젖는 남자의 이야기다.
먼지 알레르기 때문에 바깥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한 여자가, 그녀를 이용해 욕망을 채우려 했던 남자에게조차도 잊혀진 채 먼지 가득한 침실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그린 「먼지의 집」이나 ‘솜다리’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와 도예가의 짧고도 슬픈 사랑을 다룬 「별」에서는 소통 부재의 현실이 아프게 그려져 있다. 「물 속의 집」은 세상의 가장자리로 내몰린 사람의 이야기다. 노숙자로 전락하고 아이까지 잃은 한 여자가 생의 마지막 희망을 품고 고향 마을을 찾아가지만 그곳조차 수몰 지구가 되어버린 절망적인 현실을 다룬다. 반면 지독한 건망증을 앓고 있는 운전기사가, 낮에는 모범적인 은행원으로 밤에는 단란주점 여급으로 변신하며 “두 개의 삶을 서로 혼동하는 일 없이 완벽하게 틀어쥐고 관리하며” 사는 한 젊은 여성을 만나,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타개할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는 「싸락눈」은 주체 혹은 정체성의 현대적 미망을 통렬하게 야유한다.
현실을 비틀고 뒤집어 낯설게 하기
각각 조금씩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아홉 편의 단편들 모두 원재길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거침없고 천진한 상상력이 낳은 낯설고 묘한 인간 풍경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실을 다루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비틀고 뒤집어 낯설게 만드는 데 능하다. 그리하여 작가 득의의 낯설게 하기 방법은 상투적인 인식을 뒤집으며 인간 진실에 더께진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오늘날 인간 군상이 겪는 문제들을 좀더 풍부한 질감과 생동감을 동반해 드러내기 위한 수단”의 모색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에 실린 아홉 편의 이야기는, 현실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혹은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의 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알레고리다. 그는 이 알레고리로써, 현실이라고 하는 중력권을 탈출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수많은 우리 소설가들이 벽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이 쓰고 있는 이 시대에 원재길이 드디어 벽을 만나고 있다는 데, 벽 앞에서 뚫고 지나갈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데 축하를 보낸다.―이윤기(소설가)
원재길은 독특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독자의 기대 지평을 의뭉스럽게 배반하며 전혀 의외의 지점으로 상상력의 물꼬를 터간다. 그의 자유자재는 소설의 낯익은 관습에 일쑤 딴지를 걸며 일상 이면의 낯선 얼굴을 문득, 서늘하게 부조해버린다. 그 부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욕망이나 마성의 섬뜩한 그림자이기도 하지만 보다는 즐겁게 숨쉬고픈 인간의 오랜 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야기꾼의 가벼운 행장은 독자를 억압하지 않거니와, 그와의 동행이 즐겁고 기꺼운 이유다.―정호웅(문학평론가)
파격적인 소재와 기발한 상상력, 유머러스한 문체로 독특한 소설쓰기를 선보여온 작가 원재길의 두번째 소설집. 표제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등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