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향기
- 저자
- 서하진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08-10
- 사양
- 304쪽 | 신국판
- ISBN
- 89-8281-306-3 03810
- 분야
- 소설집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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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일상 뒤편의 파괴적 일탈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서하진씨의 세번째 소설집. 일상의 아주 작은 사건들을 붙잡고 한발 한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음험한 악의와 비극적 진실 쪽으로 서서히 육박해가는 구성의 힘과 그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문체는 서하진 소설의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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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하진씨는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현재 재능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소설집 『책 읽어주는 남자』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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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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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일상 뒤편의 파괴적 일탈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서하진씨의 세번째 소설집 『라벤더 향기』가 출간되었다. 서하진씨의 장처는 주제를 드러내는 소설적 문법의 견고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견고함은 크게 보아 정제된 문체와 단단한 구성력으로 요약될 터인데, 일상의 아주 작은 사건들을 붙잡고 한발 한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음험한 악의와 비극적 진실 쪽으로 서서히 육박해가는 구성의 힘과 그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문체는 서하진 소설의 큰 매력이다. 이번 소설집에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는 이러한 서하진 소설을 두고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상당수의 소설들이 고백체의 글쓰기와 체험의 진정성을 내세우는 것에 반해 서하진 소설은 관찰과 묘사에 의거한 미학적이고 규범적인 글쓰기를 중시한다. 정련된 문학적 비유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서하진 소설이 지닌 고유한 장기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라벤더 향기』는 전체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표제작 「라벤더 향기」는 작가의 전언이 가장 깊이 있게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안정된 가정, 일에 빠진 남편, 아래층 남자와의 불륜 등 일쑤 상투적일 수도 있는 소설적 구도는 심야의 뺑소니 사고를 계기로 가차없는 삶의 진상을 향해 달려간다. 그 진상이란, 불륜이라는 껍질 속에 숨겨진 허무하고 텅 빈 사랑의 실체에 다름아니다. 불륜이라고 하는 일탈의 욕망 속에 일상이 은폐시키고 있는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일탈에 깃들인 미망을 함께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일탈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냉정하게 포착하고 있다. 머릿속에 그리는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남자와의 정열적인 사랑 관계 역시 눈속임으로 더럽혀져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더러움을 깨친 눈으로 일상의 더딘 삶을 돌이키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는 있다. 그러고 보면 서하진 소설에 무슨 편견처럼 붙어 있는 ‘불륜 테마’가 기실은 하나의 냉정한 방법론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며, 이것만으로도 이번 소설집의 문학적 의의는 튼실한 것이라 하겠다.
「모델하우스」나 「개양귀비」는 가정이라는 미망에 대한 서하진식 해부학이다. 어린 시절 가족의 흩어짐으로 상처받은 주인공에게 따뜻하고 안정된 결혼생활, 평상의 가정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얻고 싶은 소중한 공간이었다. 남편의 첫여자로 인해 힘겹게 이루어낸 가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남는 현실은 단지 ‘모델하우스’뿐이다.(「모델하우스」) 「개양귀비」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역시 신혼 초부터 밖으로만 돌던 남편, 시아버지에게 빼앗긴 아이들 등으로 해서 삶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꽃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녀에게 가족, 혹은 가정이란 무엇이었을까. 「불륜의 방식」에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닌 채 불륜의 사랑을 감행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불륜은 일상의 건조함을 견디는 방법이거나 자학의 방법으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불륜의 심각성을 조롱하며 삶의 한편에 그 마땅한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하는 듯하다.
삶의 모욕을 견디는 불온한 사랑
서하진의 소설에는 꽃냄새가 진동을 한다. 인공의 화분에 각기 다른 향을 뿌려가며 음미하거나(「라벤더 향기」), 철마다 정원을 가꾸는 데 삶의 전부를 쏟거나(「개양귀비」), 꽃집을 하며 매일같이 장미를 사러 오는 남자를 만나거나(「모델하우스」) 한다. “타락한 일상에 더이상의 희망을 걸 수 없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꿈과 욕망을 꽃과 별, 향기라는 이미지들로 분출시킨다. 그것은 아주 잠시 피어났던 정염의 순수한 불길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환각들이다.”(해설 중에서) 때문에 아름다운 환각이 깨어질 때의 삶의 비극성은 극대가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막 받아와 우아한 향기를 뿜는 꽃일수록 질 때의 냄새는 고약했다”(「모델하우스」) “그 여자를 사랑하나요? 내가 물었을 때 남편은 말했다. 너도 사랑해”(「회전문」)의 표현에서처럼 삶을 모욕하는 비극적 진실로 그 정체를 드러내고야 마는 사랑의 환각을 치명적으로 꿰뚫고 있는 것이다.
“서하진의 소설에는 고전적인 품격이 있다. 그의 소설은 특유의 단문이 자아내는 서정적인 문체와, 간결하고 절도 있는 설명 속에 성취되는 속도감 있는 짜임새와, 사건과 스토리를 포용하는 시적 분위기를 통해 고전적인 품격을 획득하고 있다.”―홍정선(문학평론가, 인하댜 교수)
“숙명적이다시피 한 오래된 내면 상처와 극단적으로 단절된 세속 일상이 뒤섞인 이 작가만의 인물들의 비극적인 행로가 만만찮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미덕이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치밀한 묘사와 극적 긴장과 어우러져 상당한 수준의 서사미학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에 값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박덕규(소설가)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일상 뒤편의 파괴적 일탈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해온 서하진씨의 세번째 소설집. 일상의 아주 작은 사건들을 붙잡고 한발 한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음험한 악의와 비극적 진실 쪽으로 서서히 육박해가는 구성의 힘과 그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문체는 서하진 소설의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