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마음을 보고 있었다 미국에서 만난 불자들
- 저자
- 세등 스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11-01
- 사양
- 272쪽 | 신국판
- ISBN
- isbn89-8281-331-4
- 분야
- 산문집/비소설
- 정가
- 7,000원
-
도서소개
세등 스님이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혹은 UC 버클리에 체류하는 4년 동안 만나게 된 평범한 불자들의 이야기들이 스님의 생각과 함께 엮인 책이다.
-
저자
-
목차
-
편집자 리뷰
미국 버클리 불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출간
UC 버클리에서 불교여성학 객원연구원으로 1994년부터 4년 동안 머무른 세등 스님의 산문집 『그들은 마음을 보고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열아홉에 동화사 내원암으로 출가하여, 동국대 불교학과와 동경 고마자와 대학에서 수학하는 등 학승(學僧)의 길을 걷고 있는 세등 스님은 불교 여성학 연구를 위해 1994년부터 4년간 미국 UC 버클리에 객원연구원으로 머문 바 있다. 이 책은 그때 만난 푸른 눈의 불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월남전 참전용사, 화학자, 동성애자 등등,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에서 불자가 된 이들의 사연들은 더러 눈물이 나올 만큼 가슴을 아리게도 하고 더러는 배꼽을 잡을 만큼 우습기도 하다. 모두 열두 편의 얘기를 읽다 보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감동과 읽은 후에도 한동안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긴 여운이 남는다. 문학평론가 박혜경의 지적처럼 “글을 읽는 동안 맑은 종소리를 듣는 듯한 어떤 청량한 정신의 울림”으로 남는 이 산문집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방의 불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찾고 만났는지 말해주는 마음의 기행문이다.
또한 이 산문집에는 불교의 주요한 주제들에 대한 세등 스님의 비판적 통찰이 간결한 문장에 담겨 있다. 그것은 주로 불교 여성학의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독립된 주체로서의 여성적 삶을 불교의 근본적 철학으로부터 옹호하는 스님의 시각은 단호하지만 신선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열린 시각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세등 스님은 1954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동화사 내원암으로 출가했다. 이후 운문사 강원(講院),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동경 고마자와(驅澤) 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94년부터 4년 동안 불교 여성학 연구를 위해 UC 버클리에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렀다.
청량한 정신의 울림, 이방의 불자들이 켜든 마음의 등불
『그들은 마음을 보고 있었다』는 세등 스님이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혹은 UC 버클리에 체류하는 4년 동안 만나게 된 평범한 불자들의 이야기들이 스님의 생각과 함께 엮인 책이다. 열두 불자들의 삶, 그리고 불심(佛心)을 갖게 된 동기들을 좇기 위해 그들과 있었던 만남 중 여러 일화들을 순금을 캐듯 풀어낸다.
다음은 이 산문집 중 한 편인 「게이의 천국 카스트로 가에서 만난 조지 브라운」에 나오는 일화이다:
토론중에 불교학자이며 일리프 종교학교(Illif School of Religion)의 철학교수인 호세 카베존이 문제의 핵심을 환기시켰다. 불교의 어떤 경전에서는 한 남자가 그의 아내와 하룻밤에 다섯 번 성행위를 하는 것을 허락한다고 했다. 수행의 목적이 욕망에 대한 번뇌를 제거하는 데 있다면, 한 남자가 그의 아내와 하룻밤에 다섯 번 성행위를 하는 것은 허락하면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와 일생에 한 번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어떻게 도리에 맞는 일인가. 달라이 라마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이야!”라고 말했다.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짓누르는 사회의 모순을 통쾌하게 지적해내는 이 일화처럼, 스님의 글에는 자유로운 정신과 지적 위트가 가득하다. 불교의 정신세계에 대한 스님의 해박한 식견을 바탕으로 자기로부터의 소외, 그리하여 일상에서 찾아야 하는 선(禪)적 깨달음의 경지를 간결한 필치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올바른’ 삶의 철학, 일상의 철학으로서의 불교를 친근하게 만나게 해준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총 800마일(약 1300km)을 세 걸음 옮길 때마다 절을 하며 2년 9개월 동안 순례행진을 한 헝슈어 스님의 이야기, 그저 세등 스님을 피해다녔을 뿐인데도 정작 스님에게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수행을 하도록 만든 강아지 ‘공자’의 이야기, 마약에 중독되었다가 불교에 입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마침내 득도식까지 치른 예술가 안드리아, 선을 수행해서 개개인이 행복해지면 온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정확한 믿음으로 선 수행을 하는 수학도, 나이트클럽의 댄서로 일하면서 술과 마약, 남자에 찌들었다가 이제는 틱 나트 한(프랑스로 망명중인 베트남 스님)의 오계(五戒)를 세등 스님보다도 더 철저히 지키는 금발 미인 윌로우, 월남전에 참전했다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입고 격심한 불안과 우울에 청춘을 다 보내버린 그레그의 회복과정, 자기 중심적 사고로 인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하나씩 허물어가면서 여성을 남성의 부수적인 존재로 여기는 사회통념과, 인간세계가 여성과 남성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함을 우리에게 깊이 깨우쳐주는 동성애자 조지 브라운(그는 현재 HIV 양성반응으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크리스마스에 먼 이역에 동떨어진 스님을 어머니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준 블랜치의 인연 이야기 등은 모두가 ‘자기’를 찾아가는 감동적인 여정에 다름아니다.
고명한 선지식(善知識)이나 대덕(大德)이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방의 불자들, 그들이 물질적 탐욕과 감각적 쾌락이 대신해버린 마음 자리를 되찾으려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기 내부의 지적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순수한 학문에의 열정을, 낯선 세계에서 부딪치는 인간들과의 영적 교류를 통해 나와 인간에 대한 넓고 깊은 깨달음에 가 닿으려는 정신의 궤적을, 그리고 마침내는 세등(世燈)이라는 스님의 법명처럼, 종교의 힘으로 세상의 모든 경계를 뛰어넘으려는 자유로운 영혼의 빛을 만나게 된다.
세등 스님이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혹은 UC 버클리에 체류하는 4년 동안 만나게 된 평범한 불자들의 이야기들이 스님의 생각과 함께 엮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