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
- 저자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1-02-06
- 사양
- 280쪽 | 신국판
- ISBN
- 89-8281-358-6
- 분야
- 장편소설
- 수상내역
- 동서문학상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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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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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상(李箱)의 비밀과 예술의 비의,
마침내 삶의 끝모를 심연을 교직하는
놀라운 지적 추리!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둘러싼 비밀들을 파헤치는 숨가쁜 추적의 기록만으로도 "꾿빠이 이상"은 충분히 흥미롭다. 더불어 이 소설에는 문학적 실존에 대한 영웅본색세대의 동경과 열망이 담겨 있다. 이상을 휩쓸고 있던 권태와 광기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학이 더이상 가질 수 없는 예술적 염결성의 세계이다. 젊은 날 장정일과 기형도에 심취했던 세대에게 근대문학사의 이상은 고대의 유물처럼 낯설고 신비로운 문학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백지연(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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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원더보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우리가 보낸 순간』 『지지 않는다는 말』 『소설가의 일』 『시절일기』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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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첫번째 이야기 데드마스크 7
두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꽃 89
세번째 이야기 새 167
해설 또다른 원본을 찾아서 김성수(문학평론가) 245
작가의 말 275
1
이 일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잘못 걸려온 전화. 잘못 전화한 사람은 잘못 전화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잘못 전화하지 않은 사람은 잘못 전화한 사람이었다.
문장의 꼴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 이상(李箱)을 흉내내려는 생각은 절대 아니다. 나는 그저 매주 기획안에 올라 있는 기사를 취재하고 오십 매 안팎의 글을 쓰는 인간에 불과하다. 하물며 이상처럼 위대한 문학인의 글을 넘보는 수준은 못 된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상의 「오감도 시 제3호」를 흉내내며 시작해 이렇게 긴 글을 남기는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 의도는 출판전문 잡지사의 기자로서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이와 비슷한 사건의 전례를 남기기 위한, 다분히 저널리즘적인 관심 때문이었다. 유품의 진위 문제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예컨대 문우였던 정인택의 일부 작품이 실은 이상의 유작이었다는 최근 한 학자의 주장처럼.
그러나 애초의 의도가 무척 훼손됐다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겠다. 왜냐하면 진위 문제를 따라가다 어느 순간에 나는 마음의 끈을 놓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마음의 끈을 놓치게 됐느냐는 점이 이 글의 대강이 될 테다. 특히 예술작품과 관련해서 그것만 툭 떼놓고 어떤 유물의 진위를 가린다는 것이 애당초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이런 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실험한 결과, 토리노의 수의가 1300년 무렵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들 그게 예수의 성의가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물리적으로 그 옷이 만들어진 연도를 계산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아야 한다. 실존의 영역에서 신화의 영역으로 상승할 때, 궁극적으로 진위 여부는 우리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물론 모든 유품의 진위 여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이상의 유품만을 꼬집어 얘기하고 있다. 이 일이 유품을 둘러싸고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다른 사례의 전례가 되기 힘들다는, 처음의 의도와 상반되는 결론은 바로 이상과 관련됐기 때문에 나온다. 윤동주 정도는 이에 육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만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상은 한국문학사를 대신해 죽었고 죽은 지 한 달 만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상은 신화의 영역으로 들어갔고 외전(外典)은 더이상 없다는 얘기.
이상수난곡은 은식기들이 박꽃처럼 하얗게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순간부터 시작됐다. 태몽에 따르면 은수저와 은그릇의 절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상은 잉태됐다. 적빈한 가정, 손가락 일곱 개인 이발사 아버지와 태생이 불분명한 앍둑빼기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벽지에 피어난 곰팡이 문양처럼 이상수난곡의 첫 장을 가난으로 장식했다. 이어 이상은 2세가 되어 친가를 떠나 백부가(伯父家)로 들어간다. 이상의 유년 시절이 파편적인, 그리하여 기억이 가물가물한 증언으로 일관되는 것은 큰아버지 슬하의 유년이라는 비유적 사실 때문이다. 집을 떠났다가 20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큼 비유적인 전기적 일화는 없다. 그 즈음 그는 "벨이울린다/兒孩가二十年前에死亡한溫泉의再噴出을報導한다" 같은 시구를 쓴다. 말을 바꾸면 20년 전에 사망한 아이가 뜨거운 물의 재분출을 보도한다는 얘기. 어쩐지 쓸쓸하다. 그 이듬해 재차 목 너머로 분출하는 피를 막아보겠다고 배천온천에 가 기어이 금홍을 만나야만 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바로 이 시점에서 이상은 공포의 기록 「오감도」의 복음을 선포한다.
1934년 이상이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 15편을 연재했을 때, "미친놈의 잠꼬대냐" "무슨 개수작이냐"며 성난 독자들의 공격성 투고가 날마다 신문사로 밀려든 일은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이상수난곡에서 이 부분은 임종의 레몬 향기와 함께 빠질 수 없는 요소를 이룬다. 말하자면 25세에 이상은 이 성흔(聖痕)을 증거로 공적 생활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성흔은 우리에게 지금까지도 이렇게 묻는다. "너희가 "13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를 믿느뇨?"
당대 최고의 문학비평가인 최재서 역시 의심했으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냉담자의 눈으로 이상을 바라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상은 죽은 지 한 달 만에 부활함으로써 모든 불신의 장막을 거둬버린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28일 만이다. 이상이 죽은 것은 1937년 4월 17일이고 부민관에서 열린 김유정·이상의 합동추도식은 5월 15일 열렸다. 꼭 같은 모양의 상현달이 도쿄와 서울 하늘에 떠 있었다.) 겨우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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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의 실험 90년대 신세대 작가군 중 가장 이지적인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는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에서 작가 김연수는 1930년대에 활동했던 천재 작가 ‘이상’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고증을 바탕으로, 이상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실제 기록과 그의 작품, 이상에 대한 연구서를 인용하는 한편으로, 이상의 유실된 데드마스크와 가상의 시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오감도」는 현재 15편까지만 발견된 상태이다), 이상에 대한 가짜의 참고문헌이나 각주, 가상적 기술, 상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가며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의 실험적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글쓰기의 실험을 통하여 작가는 이상이 남긴 비밀을 추적해가는 지적 추리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동시에, 진짜와 가짜, 실재와 허구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러진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비밀의 힘으로!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우리 문학사에 불멸의 천재이자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란 자신의 말처럼, 하나의 난해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전기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꾿빠이, 이상』의 주인공이자 중심화자는 이상이 활동한 시대에서 몇십 년을 건너뛰어 2000년대 현재를 살아가며, 이상이 남긴 흔적을 추적해가는 세 명의 인물이다. 『꾿빠이, 이상』은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등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편마다 각기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이 화자로 등장하는 특이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 「데드마스크」는 이상이 죽은 후 제작되었으나, 지금은 그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데드마스크의 소재와 데드마스크를 제작한 인물, 그것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우연한 계기로 이 사건에 말려들게 된 기자 김연(화)이 화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이 사망한 도시 도쿄를 배경으로 한 두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꽃」은 무명 시인이자 아마추어 이상 연구가인 서혁민이란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첫번째 이야기에 ‘가짜’ 데드마스크를 들고 등장하는 서혁수는 그의 동생이다.) 열광적인 이상 추종자였던 서혁민은 평생을 이상의 시와 삶을 모방하려고 애쓴 특이한 인물로 이상이 죽은 곳인 도쿄를 찾아가 『이상을 찾아서』란 수기 한 편과 이상의 작법을 모방해 쓴 시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를 남기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세번째 이야기 「새」는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면서(여기에 앞에서 서혁민이 쓴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가 다시 등장한다) 그에 연계시켜 『참조로서의 이상 텍스트』란 연구서의 저자이자 재미교포 출신의 학자로 이 이야기의 화자인 피터 주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아이덴티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꾿빠이, 이상』은 이런 식으로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세 이야기는 공통된 소재인 ‘이상’을 연결고리로 서로 유기적으로 탄탄하게 얽혀 있다. 작가 김연수는 이상의 일생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세 편의 이야기 곳곳에 등장시키면서, 이상이 우리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불멸의 천재가 되어 ‘부러진 날개로 솟구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란 암시를 강하게 드리운다. 세 편의 이야기를 거치며, 퍼즐을 짜맞춰가듯 이상의 비밀을 추적해나갔을 때, 마침내 드러나는 결론은 우리에게 기묘한 충격을 안겨준다. 그 결론은 “이상은 소설을 창작한 게 아니라 앞으로 쓸 소설처럼 자신의 삶을 먼저 창작했다는 것”, 즉 ‘이상’이란 위대한 천재 작가는 “얼굴 하얀 아이”인 김해경(이상의 본명)이 소설을 쓰듯 창조해낸 인물, 일종의 가면이었으며, 이상의 작품은 그 부산물에 불과하고 김해경은 ‘천재 이상’이란 가면을 쓰고 자신의 삶을 판돈으로 건 채 한평생 도박(사기)을 했다는 사실이다. 얼굴 하얀 아이 김해경은 진짜와 가짜, 혹은 실재와 허구의 경계에 대한 어떤 ‘비밀’을 알았기에, 그리고 그 ‘비밀의 힘’이 있었기에, 자신의 운명을 거슬러 “부러진 날개를 가지고 영원한 작가 이상이라는 어둠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한, 그 앞에서 아스라이 사라지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선 『꾿빠이, 이상』 전체는 우리 존재의 실재와 허구, 진짜와 가짜의 의미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들로 가득 차 있다. ‘위대한 천재’ 이상이 평범한 일상인, 김해경이 창작해낸 인물이고, 이상 안에 평생 김해경으로서와 이상으로서의 두 자아가 공존하며 갈등했다면, 천재 이상이란 인물은 과연 실재했던 존재라 할 수 있는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상의 유품, 데드마스크와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평생 이상을 추종하며, 이상의 삶의 일거수일투족까지 흉내냈던 서혁민의 삶은 진짜의 삶인가, 가짜의 삶인가? 사실은 차이니즈 타운에서 태어난 중국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피터 주를 과연 여태까지 그가 지녔던 정체성대로, 한국인 부모한테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자란 재미교포 학자 피터 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들에 대해 작가 김연수는 진위와는 무관하게 모든 정황이 진짜라면 진짜인 것이고, 모든 정황이 가짜라면 가짜라는 사실, 진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진짜처럼 보이고, 가짜라고 믿는 자에게 그 세계는 가짜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즉 진짜라서 믿는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진짜이고 믿기 때문에 가짜란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작가는 무한한 어떤 것 앞에서는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하지, 진짜(실재)와 가짜(허구)의 구분은 사라진다는 주장을 편다. 작품 속에서 이상이 일평생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란 바로 이 사실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꾿빠이, 이상』은 비평가 김성수씨의 말대로 진짜냐 가짜냐, 진실이냐 허위냐 하는 이분법적인 구분을 뛰어넘어, 진짜와 가짜 사이에 스펙트럼처럼 퍼져 있는 존재의 진실을 탐색하며, 열정의 과잉이나 맹신으로 수렴되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대상에 대한 다면적 해석의 목소리가 중요해지는 어떤 한없이 열린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김연수의 『꾿빠이, 이상』은 21세기의 원년에 던져지는 무서운 문학적 화두이다. 문학이 죽었다고 말하는 시대, 작가는 보란 듯이 문학의 성소를 박살내고 문학의 신화를 찢어발긴다. -박상우(소설가)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둘러싼 비밀들을 파헤치는 숨가쁜 추적의 기록만으로도 『꾿빠이, 이상』은 충분히 흥미롭다... 젊은 날 장정일과 기형도에 심취했던 세대에게 근대문학사의 이상은 고대의 유물처럼 낯설고 신비로운 문학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백지연(문학평론가)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번 국도』(1997), 소설집 『스무 살』(2000)이 있다.
이상(李箱)의 비밀과 예술의 비의,
마침내 삶의 끝모를 심연을 교직하는
놀라운 지적 추리!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둘러싼 비밀들을 파헤치는 숨가쁜 추적의 기록만으로도 "꾿빠이 이상"은 충분히 흥미롭다. 더불어 이 소설에는 문학적 실존에 대한 영웅본색세대의 동경과 열망이 담겨 있다. 이상을 휩쓸고 있던 권태와 광기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학이 더이상 가질 수 없는 예술적 염결성의 세계이다. 젊은 날 장정일과 기형도에 심취했던 세대에게 근대문학사의 이상은 고대의 유물처럼 낯설고 신비로운 문학 아이콘으로 다가온다. 백지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