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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Book

치즈 책 인류의 조상에서 치즈 장인까지 치즈에 관한 모든 것

원서명
Cheese and Culture
저자
폴 S. 킨드스테트
역자
정향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0-06-30
사양
324쪽 | 140*210 | 양장
ISBN
978-89-6735-796-2 03900
분야
역사
정가
18,000원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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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역사 코드
인간의 욕망과 기술을 이해하는 식문화 코드

식탁 위 치즈 한 조각에 담긴
인류의 미각과 정신을 읽다

‘이 치즈는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종류가 뭐가 됐건, 전통 치즈는 저마다 지금의 모습과 맛, 향, 제조법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친 매혹의 역사를 감추고 있다. 세계사를 관통하며 무수한 치즈와 치즈 장인이 인류 문명사에 남긴 자취를 추적하고, 치즈 과학과 기술의 기본 원리를 탐구한 저자 폴 S. 킨트스테트는 저마다의 치즈가 어떻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탄생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왔는지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세밀하게 기술한다. 지금의 식문화를 꽃피운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미래로의 시험대이기도 한 치즈. 이 책은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유전학, 기후학, 언어학, 고전학을 아우르며 시고 짜고 고소하고 쌉싸래한 치즈의 ‘맛’과 그 맛만큼이나 깊이 있는 치즈의 ‘가치’를 탐구한다.

✱책 소개✱

맛과 향, 형태와 색, 결과 질감
치즈 한 조각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에는
수천 년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

연구 인생을 치즈에 바친 미국 치즈 교수님이
인류학, 고고학, 기후학, 화학을 넘나들며 써내려간
각색각양의 치즈 연대기


서양 문명의 중심에는
치즈가 있었다
이 책은 치즈의 역사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서양 문명에서 치즈가 차지하는 위상에 관한 이야기다. 치즈의 제조 원리와 기술적 변천사를 추적하는 관점에서는 미시사라 할 수 있고, 다양한 치즈에 담긴 문명사를 조명하는 관점에서는 거시사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치즈는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하는 일상의 호기심을 십분 충족해주기도 하지만, 풍부한 역사적 기록, 문화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독특한 식문화의 관점에서 서양사를 만나게 해주기도 한다.
원래 저자의 집필 의도는 소박하고 실질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치즈를 만드는 거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수제 전통 치즈를 만드는 장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것. 그러나 다양한 전통 치즈의 세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문명사를 단계적으로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 치즈 가운데 역사를 지니지 않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치즈 기술은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서 개발되어 온전한 채로 계승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문명의 수레바퀴 속에서 굴절되고 흡수되는 변화를 거쳐 완성되었다. 즉 장구한 1만 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치즈 장인들은 역사의 결정적 국면마다 시대와 사회상의 영향을 받았고, 때로는 서양 문명의 전개에 무시 못 할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치즈 공정의 모든 것을 파헤친 ‘치즈 책’인 동시에, 다양한 치즈가 역사적 순간과 맞닥뜨리는 지점을 살펴보고 그 변화의 환경적 요인을 탐구한 ‘역사 책’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치즈는
우연히 발견되었다
첫 탐구는 인류 최초의 치즈에 대한 추리로 시작된다. 신석기 시대인 기원전 6500년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묻어 있는 동물의 젖 성분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신석기인이 농경과 더불어 가축을 키우고 젖을 채취했음을 말해주는 이 증거에 포착하여 저자는 치즈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신석기인은 아이에게 먹이고 남은 동물의 젖을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부드럽게 응고되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 최초의 치즈는 아마도 오늘날에도 근동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최켈레크 치즈 같은 리코타 종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들은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금방 상해버리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소금을 치거나 토기에 담아 땅 속에 묻는 등의 보관 기술을 개발했다. 나아가 그들은 인위적으로 젖을 응고시키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새끼 염소나 새끼 양의 위장에 존재하는 어떤 물질(레닛)을 젖에 넣으면 응고(유청)가 발생한다는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서부터 단단하고 오래가는 치즈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되었다. 치즈의 진정한 발명은 바로 레닛의 활용이라 할 수 있다.

신들이 사랑한 치즈
「창세기」 18장을 보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아브라함의 집에 여호와와 두 천사가 찾아온다. 아브라함은 허둥지둥 갓 구운 빵과 송아지 고기 그리고 엉긴 젖(생치즈)를 차려 예를 갖춘다. 이는 중요한 의식이나 행사에 치즈가 바쳐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훨씬 이전인 신석기 시대에 이미 치즈는 인류의 대이동과 함께 이집트, 이란, 지중해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기원전 제4000년기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우루크 사원에서 제단에 바치는 귀한 제물로 취급되었다. 특히 다산과 성애의 여신이자 계절과 수확의 여신인 이난나는 치즈를 좋아하여 날마다 자신에게 치즈를 바치는 조건으로 곡식 번성을 약속했다. 이러한 이난나 숭배는 아카드 왕조에 이르러 이슈타르, 레반트 지역에서는 아스타르테,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 여신 숭배로 수천 년간 이어졌다. 놀랍게도 그 긴 세월 동안 치즈는 제단에서 내려진 적이 없었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치즈 케이크는 로마 시대의 유피테르(제우스) 제단에 올리던 제물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 서쪽에서 찬란한 치즈 문명을 이루는 동안 동쪽에서는 반대 현상이 빚어졌다. 분명히 문명의 이동과 함께 치즈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에 도착했으며, 힌두교의 성전인 베다 문헌을 보면 소젖으로 만든 파니르 치즈를 제단에 바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후 불교와 자이나교가 뿌리를 내리면서 채식주의가 우세해졌고, 음식을 ‘썩히는’ 치즈의 기법은 음식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인도인에게 배척되었다. 더 동쪽에 위치한 중국에서는 치즈의 기반인 낙농업 자체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광활하고 비옥한 토지에 재배하는 쌀과 기장이 풍부했고, 이미 곡식 중심의 식문화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치즈의 개화기
킨드스테트는 치즈의 변천과 이동을 설명하기 위해 넓고 탄탄한 역사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구석기 시대 지구환경의 변화가 인간에게 끼친 변화, 신석기와 청동기에 발명된 도구 기술과 해상교역, 히타이트 문명이 낳은 쐐기문자와 미케네 문명이 낳은 선형문자의 기록들, 가나안 상인이 개발한 암포라, 유럽 대륙의 수목한계선이 낮아지면서 형성된 낙농과 방목,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엄에 나타난 식문화…… 이렇게 방대한 역사적·지리적·문화적 지식은 고대 치즈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었는지를 입증하는 기반으로 채워져 있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시칠리아섬에서 키클롭스의 동굴에 보관되어 있는 치즈를 발견하는데, 저자는 로마 시대의 치즈 강판이 유럽 곳곳에서 발굴된 것과 연관지어 그것이 오늘날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페코리노 또는 카프리노 치즈의 조상이라는 과학적 추리를 시도한다.
서양 문명의 확고한 기틀이 세워진 시기가 로마 시대이듯이, 고대 치즈의 혁명은 로마 시대에서 화려한 정점을 찍었다. 로마군이 활발한 정복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치즈는 더할 나위 없는 보급 식량이었고, 낙농 민족인 켈트족이 보유한 고산 치즈 기술은 로마의 체제 아래 서양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중세―치즈의 전성기
치즈 문명의 관점으로 볼 때 중세 유럽은 암흑기라기보다는 전성기에 가깝다. 바로 암흑기의 핵심인 수도원과 장원 세력이 치즈 발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동이 곧 기도다”라는 모토 아래 자급자족하는 베네딕토파 수도회가 그 선봉이었다. 수도사들은 다양한 종류의 치즈 제조방법과 숙성 기술을 실험하여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브리, 로크포르, 퐁레베크, 뇌프샤텔, 크로탱, 생모르 등의 정교한 치즈를 개발해냈다. 영주의 장원에 소속된 소작 농가에서도 온도와 습도를 조율하거나 씻어내어 곰팡이를 증식시키는 ‘의도적인 썩히기’로 색다른 풍미의 치즈를 개발했다. 영국에서는 양모 생산을 위한 집약적 목축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치즈와 버터를 생산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바다를 막은 간척지의 토질이 척박하여 낙농업으로 전환한 것이 놀랍게도 훗날 하우다 치즈라는 획기적인 품목을 낳는 토대가 되었다. 이와 같이 서양 역사의 결정적 시기에 치즈가 어떠한 변곡점을 형성하는지를 이 책은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전통 치즈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치즈에 깃든 역사를 알아야 오늘날 치즈를 둘러싼 갈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즈를 둘러싼 갈등과 미래
근현대에 치즈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이룬 반면 암울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7~19세기에 폭압적인 노예무역의 주된 요소로 기능한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들이 만든 치즈가 서인도 제도의 흑인 노예들의 식량으로 공급되었고, 서인도 제도의 플랜테이션에서 재배된 당밀로 럼주를 만들어 아프리카 노예를 사들이는 삼각 무역에 휘말렸다. 이후 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기술 발전에 따라 특정 치즈를 어디에서나 균일한 품질로 만들 수 있는 표준이 마련되자, 그동안 전통적으로 어머니가 딸에게 또는 여주인이 하인에게만 비밀지식을 전수하는 낙농부들은 치즈 장인이라는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들어서고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제 농장 치즈는 맥이 끊기고 질 낮은 싸구려 치즈가 대중화되었다.
오늘날 치즈는 새로운 갈등의 ‘인질’이 되었다. 치즈의 원산지 명칭 보호에 관해 미국과 유럽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산지 명칭 보호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고유성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지역의 업체는 동일한 명칭을 브랜드로 쓸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오랫동안 로크포르, 체더, 모차렐라 등 유럽의 수많은 전통 치즈는 지역적 제한 없이 생산 유통되어왔기 때문에 전통 치즈 기반이 없는 미국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협정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전통 치즈의 부활을 조심스레 제안한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된 소규모 수제 치즈의 바람은 지속가능 농업, 동물 복지, 유기농 식품과 궤를 같이하며, 이것은 원가 절감 중심의 식품체계에 항거하는 문화적 변화의 증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을 보호 발전시키는 데는 커다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거기에 식문화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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