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누계 400만 부 돌파! NHK 드라마로 방영된 화제작
산부인과의 빛과 어둠을 기꺼이 품어낸 화제작, 3·4권 동시 출간!
고등학교 간호실습생 밧카에게 주어진 업무는 바로 죽은 태아를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일. 밧카는 산부인과 실습생으로 일하며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사연을 만난다. 실명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를 낳기로 한 여성, 아이의 돌연사로 절망에 빠진 엄마, 혼자 아기를 키우게 된 불량배 아빠, 42세에 첫 아이를 가진 커리어 우먼까지. 『투명한 요람』 3, 4권에서는 한 생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과제와 씨름하며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밧카의 시선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투명한 요람』은 저자 오키타 밧카가 고등학교 시절 산부인과에서 직접 아르바이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다. 저자는 출산, 임신을 그린 작품의 대다수가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낳고 나니 모두 행복해졌다’는 결말을 맞이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 산부인과의 진실을 그리고자 연재를 시작했다. 출산이라는 경사(慶事) 이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인공임신중절(낙태), 데이트폭력, 성폭력, 영아 유기까지. 1990년대 일본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의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보아도 위화감이 없다. 저자는 이들의 슬픔과 절망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보이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오키타 밧카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찬사를 받으며 제42회 고단샤 만화상 소녀 부문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NHK 드라마로 제작 및 방영되기도 했다.
‘생명을 품고 있다’는 불안과 고독 속에서
세상의 빛을 볼 때까지 아이를 지켜낸 이들이 있었다
“네 아픔을 모두 짊어지고 이 세상에서 힘껏 살아가는 것,
그게 엄마가 네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일 거야.”
배우자의 사랑과 주변의 축복이 함께하는 임신이라도, 결국 수술대에 오르는 것은 여성 혼자다. 산모는 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하고, 무사히 아이를 낳은 후에도 뜻하지 않은 이별과 절망을 경험하기도 한다. 으레 임신한 순간부터 태어날 아이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하는, 모성을 지닌 존재로서 그려져 왔던 ‘엄마’. 저자 오키타 밧카는 홀로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들의 고독과 불안, 좌절을 보듬으면서도 작은 생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그려낸다.
세상을 떠나는 생명과 괴로워하는 산모, 매일같이 그들과 마주해야만 하는 간호사들에게 슬픔에 젖어 있을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직업적 소명을 다해 환자들을 대한다. 유산 직후 슬픔에 잠긴 여성을 병원 앞까지 배웅하는 것. 성폭력을 당한 초등학생이 나중에라도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도록 최대한 꼼꼼히 피해 기록을 남기는 것. 남자친구가 도망가 홀로 남은 산모에게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것. 이 작품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투명한’ 존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미 태어난’ 투명한 존재에게도 주의를 기울인다. 무사히 세상에 태어났으나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버려지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채 이집 저집 떠돌거나 학대당하기도 한다.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점차 ‘투명한 존재’가 되어가는 아이들. 저자는 자라나는 생명들이 더이상 빛을 잃고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절박하고도 간절한 염원을 담아 작품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