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세대의 교량 천이두 교수의 문학 탐구가 이루어낸 한국문학의 결실
30여 년간 우리 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폭넓은 교양으로 국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10여 권에 이르는 왕성한 저술 활동으로 그 양과 질에서 한국 평단을 대표하고 있는 천이두(千二斗, 69세) 선생의 평론집 『우리 시대의 문학』이 출간되었다.
1993년에 펴낸 『한의 구조 연구』 이후 5년 만에 묶은 천이두 선생의 평론집 『우리 시대의 문학』은, ‘문학의 죽음’ 운운하며 문학의 존립 위기를 논하는 시대에 과연 문학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문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한다. ‘우리 시대의 문학’이란 표제를 단 까닭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선생의 줄기찬 문제의식과 깊은 인식의 결과이다. 이어 한국 시문학과 현대소설의 양상을 개별 작품론에 근거, 한국문학사의 주요 작가들에 대한 분석으로 밝히는 글들이 따르고, 마지막으로 판소리 및 그와 관련된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독창적인 견해가 수록되어 있다.
한국현대사의 산 증인이라 할 만큼 우리 역사의 험난한 시기를 살아온 선생의 60여 년의 삶에서 그대로 드러나듯이, 선생의 문학적 삶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한(恨)’이었다. 첫 평론집 『한국 현대소설론』(1969)의 「한(恨)과 인정-한국의 순수주의」라는 글을 시작으로 근자의 『한의 구조 연구』에 이르기까지 선생은 평생을 우리 문학에서 ‘한’이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탐구해왔던 것이다. 이 책의 제4부에 수록된 글은 바로 그 연장선에서 집필된 것들이다.
우리 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한 탁월한 혜안
시대 역사적 배경 속으로 문학작품을 환원시키는 역사주의 방법에 대한 반성에서 천이두 선생의 작품 읽기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개별 작가 작품의 보편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문학 변천의 줄기를 도출해내려는 시도가 선생의 문학 연구의 출발점인 셈이다. 『우리 시대의 문학』은 그러한 선생의 연구 방법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가의 고유한 작품세계와 한국소설의 총괄적인 체계를 조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한 2부와 3부의 글들은 한국 근대문학의 주요한 줄기들―박재삼, 이성부, 서정주, 윤흥길, 선우휘, 박경리, 김동인, 이광수 등에 대한 세세한 작품 분석과 작가 연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의 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선생의 탁월한 혜안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논한 글들이다.
특정 사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작품 내적인 가치를 중시한 선생의 문학 연구는 한국 평론사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해왔다. 특정 시기의 문학을 종합하는 스타일로 개별 작가의 작품 속에 내재한 한국문학 전체의 숨은 주제를 탐색하는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선생의 30여 년 문학 인생은 신구 세대의 교량 역할을 하며 우리 문학사에 소중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선생의 신작 평론집 『우리 시대의 문학』은 바로 그 정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천이두 선생은 칠십 평생을 줄기차게 국학과 문학 연구에 열중함으로써 우리 학계와 문학계에서 보기 드문 집념과 성실의 모범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생의 평문들은 유려한 문체와 정교한 논법으로 씌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해서, 나아가 인생에 대해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후학들에게 평문의 전범이 되고 있다. 평론집 『우리 시대의 문학』은 선생의 학문 연구의 또하나의 소중한 결실로서 우리 문학의 값진 성과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