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의 카뮈론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기념비적 저서!
“더이상의 카뮈론은 없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은 김화영 교수의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 박사 학위 논문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가 출간되었다.
시인으로서, 문학평론가로서, 불문학자요 탁월한 번역가로서 우리 문화계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아온 김화영 교수. 그가 프랑스 엑스 앙 프로방스 유학 시절인 1974년 문학과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탐색의 결과로서 탄생시킨 논문 『문학 상상력의 연구』는 알베르 카뮈의 문학세계를 총체적 시각에서 깊이 있고 치밀하게 분석한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이 논문을 두고 당시 지도교수(레몽 장)로부터 여느 박사 학위 논문으로는 아까우니 국가박사 과정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받을 만큼 이 책은 질과 양에 있어 공히 경이로운 찬사를 받았다.
한 작가의 문학세계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고 깊이 있고 적확하게 파고든 문학 연구서가 일찍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카뮈의 문학세계의 전부를 놀라운 통찰력으로 관찰한 기념비적 저서이다. 김화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특유의 날카로운 직관과 섬세한 시적(詩的) 감수성, 그리고 번득이는 문학적 재능을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문체에 실어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더욱이 이 카뮈론이 단순한 개별 작가 연구에 그치지 않고 문학 상상력 전반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분석의 전범이 되어주는 데까지 나아간 점은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오 년여의 카뮈 연구, 『이방인』에 숨겨진 시적 아름다움의 비밀
『문학 상상력의 연구』는 1982년 문학사상사에서 처음 간행되었으나 이후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새로운 장정으로 재출간된 것이다. 산문집 『바람을 담는 집』에 이어 김화영의 글 가운데 정수만을 모아 간행하는 ‘김화영 문학선’ 중 두번째 권으로 나온 이 책은 첫 출간 이후 15여 년 동안 카뮈 애호가나 불문학도는 물론이요 문학비평·연구 방법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인문학도들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 작품은 한 권의 뛰어난 ‘연구서’로서 뿐만 아니라 독서를 통하여 체험한 기쁨과 고통, 그리고 책 읽기의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책이다.
김화영 교수는 치밀하게 짜여진 카뮈의 작품을 탐구하게 된 것을 “청소년기를 감싸고 있던 암울한 형이상학의 빌려 입은 양복을 벗어버리고 그 속에서 단명하나 행복한 살을, 그리고 지중해의 찬란한 빛과 참으로 맑은 물을 되찾은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또 “카뮈와 더불어 살았던 오 년은 현실 속에서도, 생각 속에서도, 근심 걱정이나 꿈속에서도 물과 빛이 가득한 세계였다. 카뮈는 실로 내 청춘의 일부가 되고 말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렇듯 김화영 교수는 카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육백 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알베르 카뮈論’을 탄생시켰다. 이로써 카뮈는 한 문학연구가의 손에 의해 사후 수십 년 후에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카뮈의 작품세계에 접근하는 김화영 교수 특유의 독창적인 방법론에 있을 것이다. 즉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에 근거하여, 금세기의 대표적인 고전주의적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카뮈에게서 낭만주의적인, 갖가지 색깔을 갖춘 상상력을 지닌 시인(詩人) 카뮈를 발견한 데 있다. 실존주의 철학의 지주였으며 그와 같은 정신에 투철한 장식없는 문체의 소유자였던 카뮈에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시적 세계가 있었음을 김화영 교수는 간파해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뮈의 대표작인 『이방인』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여지는 시적 아름다움의 비밀을 이 책은 완전하게 규명해내고 있다. 이것은 필연코 시적 후광으로 찬연한 김화영 교수의 글 자체에서 연유한 바가 크리라 생각된다.
카뮈를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문학 상상력 연구의 결정판!
이 책은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 ‘문학 상상력’에 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연구서이다. 문학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프랑스에서 바슐라르와 질베르 뒤랑에 의해 그 이론적 골격이 완성되고, 바르트와 리샤르 같은 이론가들이 미슐레, 말라르메 등의 작품 분석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문학 연구의 중요한 한 분야이다.
문학 상상력은 정적이거나 형태적인 상상력이 아니라 세계라는 질료를 자신의 욕망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내는, 물질적이며 역동적인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은 작품이라는 총체적 세계를 매개로 하여 작가의 상상력과 독자의 상상력이 마주쳐 울림으로써 그 깊이를 획득한다. 문학 상상력 연구가 흔히 주제비평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것이 상상력의 혼융에 의해 작품의 주제를 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화영 교수의 카뮈론은 문학 상상력 연구라는 방법론에 입각하여 카뮈의 모든 글을 하나의 닫혀진 총체로서 바라보며 그 중심적 주제를 찾아내는 작업에 집중한다. 그 작업의 중심 동력이 되는 것은 이미지이다. 카뮈의 전 작품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추출된 주제는 동적 이미지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게 확장된 이미지들이 나타나는 모든 문단을 모아, 그것을 포개어 그 이미지의 의미상을 밝힌다. 문학평론가 김현에 따르면, 그 결과로 카뮈의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주제는 태양과 바다이며, 태양과 바다를 원초적 질료로 확대하여 빛과 물로 확산시킨 뒤, 그것을 포함한 모든 문단을 포개어본 결과, 그 이전의 연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돌의 주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돌이야말로 카뮈 상상력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물과 빛과 돌의 이미지 분석을 통해 카뮈의 문학적 상상력을 탁월하게 설명해냄으로써 김화영 교수는 카뮈를 소설가의 자리에서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들고 있다. 김화영 교수가 아니었던들 카뮈는 시인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시대 비평 문학이 도달한 정상-진정한 인문주의자의 모습
원숙한 사유와 섬세한 비평의 촉수, 폭넓은 세상 읽기, 그리고 독특한 감성과 사유의 그물로 건져낸 빛나는 산문과 평론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문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화영 교수. 그의 책 『문학상상력 연구』는 우리 시대 비평문학이 도달한 한 정상을 보여주는 탁월한 작품이다. 카뮈의 모든 글을 통일적 시각으로 보고 그 전체를 꿰뚫고 지나가는 원초적 상상력의 울림과 그 울림이 생성하는 이미지의 질서를 포착하고자 시도한 연구서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독서의 경험에서 야기되는 ‘행복한 충격’을 한껏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