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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Book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 시인, 호색한, 전쟁광

원서명
THE PIKE: GABRIELE D´ANNUNZIO
저자
루시 휴스핼릿
역자
장문석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19-01-07
사양
932쪽 | 140*210 | 양장
ISBN
978-89-6735-573-9 03
분야
역사
정가
42,000원
왜 지금 단눈치오를 읽는가

이 책은 이탈리아 파시즘을 예고한 인물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쾌락』 『무고한 존재』 등 탐미주의 문학가로 저명한 그는 유럽을 핏빛으로 물들인 광포한 선동가이기도 했다. 그를 조명할 렌즈는 너무나 많다. 문학인, 정치가, 여성 편력의 호색한, 전쟁광, 민족주의 선동가, 혼성모방자, 비행기 조종사…… 그것들의 경중을 따지고 한쪽을 강조하다가 나머지 면모들을 배제해버린다면 결코 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파시즘의 서막을 연 자로서, 어린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보내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이고 많은 여성의 몸을 탐했거나 엄청난 빚을 진 낭비가로서 그를 비난만 한다면 세기를 뒤흔든 그의 가장 중요한 면모를 놓칠 것이다. 당대 사람들은 누구나 단눈치오에게 못마땅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매력에 빨려들어갔다. 그는 재능이 있었고 그 재능은 아름다웠다. 단눈치오는 자신의 지성에 양분을 제공하는 무언가가 주위에 어른거리기만 하면, 그것을 창槍으로 낚아채 게걸스럽게 소화한 뒤 더 나은 표현으로 세상에 내보냈다.
이 책의 저자 휴스핼릿은 단눈치오에 대한 조각들을 모아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연대기적 서술을 따르지 않고 픽션적 기법을 택했다. 저자는 시간의 보폭을 다양하게 취해 수십 년을 빠르게 훑어보다가도 어떤 주, 어떤 밤, 어떤 대화는 세밀히 들여다본다.
그러면 왜 지금 단눈치오를 읽어야 할까. 이 책이 쓰인 시점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상이 단속적으로 터져나왔는데 이는 파시즘의 서막 단눈치오의 사상과 유사했다. 그러니 그런 운동들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운동들의 악폐를 인지할 뿐 아니라 그 유혹의 힘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단눈치오는 결코 파시즘의 지지자가 아니었지만, 1919년 지도자(두체)로서 그의 피우메 점령은 이탈리아 민주주의에 결정적인 상처를 입혔고, 3년 후 무솔리니의 권력 장악을 간접적으로 가능케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그의 인생이 흘러왔고 또 흘러들어간 물줄기들의 위치를 그려보며, 그것이 얼마나 먼 데서 발원했는지, 또 그 수원水源이 진흙탕인지 맑은지 가늠하며, 종국엔 피의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양상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단눈치오의 삶의 이야기가 아무리 현란하고 파란만장하다고 해도 그런 이유로 그의 이야기를 개인의 놀라운 재능과 인생 드라마의 범위로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 그의 이야기는 그 순수한 기원을 고전고대에 두고 있는 문화사의 흐름을 보여주며, 르네상스의 경이와 19세기 초 낭만주의의 이상론을 거치되, 궁극적으로는 파시즘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관통한다. 그는 한때는 무시되었으나 다시 때를 만난 이념들을 부활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었고, 어떤 흐름이 막 출현할 때 대세가 될 것들을 분별해내는 통찰력이 있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의 문화적 유행 가운데 그가 탐구하지 않은 주제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니 무엇보다 이 전기는 단눈치오라는 한 인간을 통해 19세기 후반 유럽의 빛나는 예술과 문화가 어떻게 20세기의 광폭한 전쟁과 학살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 빼어난 역사서다.
지린내 풍기는 노인네들이 로마를 다스려 하수구처럼 끔찍해졌을 때 시민들은 총체적 난국에서 단눈치오에게 빠져들었고, 그를 열렬히 환호했다. 그리고 그의 이념에 따라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거나 몸을 던졌다. 그들 모두 평범한 민주주의적 제도하의 시민들이었고, 예술을 사랑했다. 다만 어떤 애정과 애국주의는 자기 의도와 상관없이 파국을 예고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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