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에서 생화학자 실비아 타라는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신체 부위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과학을 탐구한다. 지방은 강박관념이자 금기어이며, 모든 사람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대상이다. 그리고 우리 몸에서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부위다. 사실, 우리 몸에는 ‘지방을 고수하기 위한’ 자기 방어 수단이 아주 많다. 예를 들면, 지방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재생할 수 있고, 위협을 느끼면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고, 세균과 유전학과 바이러스를 동원해 팽창한다. 살을 빼고 싶다면 무작정 지방을 적대시하며 싸우려 하지 말고, 지방과 협력해야 한다.
이 책에서 타라는 지방이 우리의 식욕과 의지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공격을 받을 때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며, 왜 그토록 빨리 다시 자라나는지 설명한다. 『팻』은 최첨단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방의 진정한 정체를 드러낸다. 지방은 적절한 양만큼 존재한다면 우리 건강에 아주 중요한 내분비 기관이다. 지방은 사춘기를 촉발하고, 생식계와 면역계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며, 심지어 뇌 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지방과 싸우느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이런 노력은 그릇된 정보에 기초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은 경우가 많다. 타라는 유전학과 호르몬, 다이어트, 운동, 살아온 이력이 우리 체중에서 어떤 복잡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전문가적 시각에서 명쾌하게 설명한다. 『팻』은 지방을 영원히 쫓아내려는 여러분의 노력이 성공하도록 그 비법을 알려줄 것이다.
지방은 단순한 기름 덩어리가 아니다
우리 몸의 내분비 기관과도 같다!
지방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기름 덩어리가 아니다. 지방은 상호작용한다. 몸에 신호를 전달하기도 하고, 몸의 신호를 받고 반응하기도 한다. 지방은 렙틴을 통해 뇌에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더 많이 먹게 조종할 수도 있다.
프리드먼과 그 밖의 사람들은 연구를 통해, 분비되는 렙틴의 양은 지방 조직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렙틴은 지방에서 혈액 속으로 들어가고, 뇌에서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해마 지역에 들러붙는다. 마치 뇌는 지방을 잘 섭취하고 저장하도록 확실히 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그만 먹어도 좋다고 허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 프리드먼의 발견은 지방을 재정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연구 분야를 만들어냈다. 지방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기름 덩어리가 아니다. 지방은 우리 몸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내분비 기관이다. 지방은 렙틴을 통해 ‘말을 할’ 수 있다. 지방은 뇌에 그만 먹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지방은 그 메시지를 내놓길 거부함으로써 우리가 더 많이 먹도록 유도할 수 있다. (76쪽)
지방이 우리 건강의 좋은 친구가 될 때
지방은 무조건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지방은 여성의 생식에 관여한다. 여성은 평균 체중이 46.7kg일 때 초경이 일어났는데, 사춘기에 가장 극적으로 증가하는 조직은 지방이다. 소녀들은 초경 직전에 체지방이 약 120%(평균 5.9kg)나 증가했다. 보조 생식 전문가들은 불임 여성 중 약 12%가 운동선수라고 추정하는데, 월경 문제는 발레리나와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최근의 일부 연구에 따르면, 발레리나 중 27%, 달리기 선수 중 44%가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경험한다.
지방은 뼈에도 좋다. 지방과 뼈는 모두 골수의 동일한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이 둘은 동일한 장소에서 태어난 쌍둥이와도 같아서, 나중에 지방세포가 될 줄기세포는 뼈세포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일수록 뼈가 더 튼튼하다. 한편, 폐경 후에 여성은 에스트로겐을 얻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지방에 많이 의존한다. 체지방이 낮으면 면역계가 위험해지기도 한다.
체지방이 너무 적으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진다. 이것은 남녀 모두에게 뼈를 약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과 뼈의 기원이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이 둘은 모두 골수의 동일한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에 있는 다능성 세포로, 몸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세포로 발달한다. 나중에 지방세포가 될 줄기세포는 뼈세포로 변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지방과 뼈는 동일한 장소에서 태어난 쌍둥이와 같다. (…)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일수록 뼈가 더 튼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따라서 한 가지 요인은 체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몸이 무거우면 골격을 강화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새로운 뼈세포로 변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골절 위험의 척도로 쓰이는 골 무기질 밀도(bone mineral density, BMD)를 예측할 때에는 나이보다 체중을 참고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95쪽)
특히 폐경 후 여성은 지방에 의존해 뼈를 보호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줄기세포를 지방 대신 뼈로 변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생산이 멈춤에 따라 지방이 에스트로겐의 주요 원천이 된다. 안드로겐(남성 호르몬)을 에스트로겐으로 변화시키는 지방 속 효소인 아로마테이스는 나이가 들수록 활동이 활발해진다. 그래서 폐경 후 여성은 에스트로겐을 얻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지방에 많이 의존한다. (96쪽)
체지방이 아주 적은 사람은 면역계가 위험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영양 결핍이 감염의 확산을 촉진하는 원인 중 하나는 지방이 적어서 면역계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 비율이 아주 낮은 신경성 식욕부진 환자는 피부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며, 전반적인 T세포 및 또 다른 면역세포인 림프구의 감소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02쪽)
‘건강한 돼지’는 틀리지 않은 말
속칭 ‘건강한 돼지’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말이 된다. 운동을 하지 않는 마른 몸보다는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여분의 살이 5kg쯤 더 붙은 사람이 건강하다. 지방은 그동안 수많은 중증 질환의 원인으로 비난받아왔지만, 지방이 적으면 질병과 죽음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메릴랜드주 하이어츠빌의 국립보건통계센터에서 역학자로 일하는 캐서린 플리걸은 체중과 사망률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97건의 연구를 분석했는데, 이 연구에는 약 3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례가 포함됐다. 그 결과, 일정 기간 과체중(체질량지수 25 이상 30 미만)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같은 나이의 정상 체중(체질량지수 18.5 이상 25 미만)인 사람들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6%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그런 혜택이 없었다. 따라서 여분의 살이 5kg쯤 더 있다면, 질병이 초래하는 죽음을 피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될지 모른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이것을 ‘비만의 역설’이라 부른다. 지방은 그동안 심장마비, 뇌졸중, 당뇨병을 비롯한 수많은 중증 질환의 원인으로 비난받아왔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지방이 적으면 질병과 죽음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따라서 약간의 과체중은 지금까지 지방 때문에 발생한다고 믿어온 질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할 불운에서 우리를 보호해줄지 모른다. (…) 유산소 운동을 해서 심장 근육이 튼튼해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과체중이더라도 심장병에 걸렸을 때 예후가 더 좋다. 운동은 내장 지방을 줄이고 주변부로 재배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제4장 참고). 그냥 마른 몸매보다는 과체중이더라도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가 건강에 더 좋은 것으로 보인다. (104~105쪽)
운동이 아디포넥틴 수치를 높이며, 일주일에 30km를 조깅하는 것과 같은 격렬한 운동이나 주 3일 이상 고강도 운동을 하면 내장 지방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모 선수의 격렬한 운동은 지방을 내장 지역 대신 말초 지역에 저장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모 선수가 운동량을 줄이면, 건강에 나쁜 내장 지방이 금방 쌓인다. 지방은 제대로 기능할 때에는 신체 기능을 돕기 위해 렙틴을 분비하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아디포넥틴을 분비하면서 우리에게 호의적인 친구가 된다. (119~120쪽)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지방 역시 마찬가지다
살을 빼려고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봤을 것이다. “똑같이 (혹은 심지어 ‘남들보다 적게’) 먹는데 왜 나만 살이 찔까?”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실제로 똑같이 먹어도 누군가는 살이 더 찔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이 살찌는 사람이 존재한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고, 지방 역시 그러하다.
나이가 들면 찌는 나잇살은 실제로 존재하며, 여자일수록, 지방을 저장해둘 필요가 높았던 종족의 후예일수록, 체중이 늘어났다가 빠진 전력이 있을수록(비록 그것이 5년 전의 일이라 할지라도!)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살이 찌기 쉽다. 유전학, 몸속 미생물총, 식습관 이력도 지방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완화된 비만(reduced-obese) 환자들의 음식 섭취량을 애초부터 비만이 아니었던 대조군과 비교하자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완화된 비만 환자들은 비만이 아니었던 대조군보다 약간 ‘적은’ 칼로리를 섭취했는데, 체중은 여전히 60%나 더 ‘많이’ 나갔다. 완화된 비만 환자들에게 남아 있는 체지방은 이전보다 줄어든 칼로리로도 살아남았다. 마치 살아갈 다른 방법이라도 발견한 것 같았다. (133쪽)
피험자들이 줄어든 체중에서 안정 상태를 유지하자, 라이벨과 로젠봄은 대사 변화를 평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들은 체중이 10% 줄어든 뒤 마른 사람과 비만인 사람 모두 그 체중을 유지하려면, 처음부터 ‘자연적으로’ 같은 체중이었던 사람에 비해 약 22% 더 적은 칼로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체중이 10% 줄어든 사람들이 그 체중을 계속 유지하려면, 다이어트 노력 없이 그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하루에 250~400칼로리 적은 음식을 먹거나 그에 상응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체중이 늘어났다가 그것을 다시 빼려고 할 때에는 칼로리 ‘벌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 체중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더 효율적으로 변해 휴식하는 동안 에너지를 절약하며, 운동할 때에는 더 큰 효율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체중이 줄어든 사람이 동일한 칼로리를 연소하려면, 처음부터 그 체중이던 사람이 6km를 뛸 때 8km를 뛰어야 한다. 만약 살을 뺀 사람이 처음부터 같은 체중이었던 사람과 똑같이 먹고 운동을 한다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불공평하다. 하지만 힘들게 지방을 뺀 뒤, 그럴 필요가 없었던 사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지방이 다시 돌아올 위험이 더 크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나더라도, 그것은 평생 동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35~136쪽)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그리고 모든 인종과 문화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몸에 지방이 더 많이 쌓인다. (204쪽)
평생 다이어트? 그래도 노력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을 순 없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마음을 다잡는 일도 중요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의 태도로, 하루 과식했다고 해서 “어차피 망한 거”라며 폭식하고 무너져내리는 것만은 피하자. 오늘 맛있게 먹은 것은 오늘의 기쁨으로 끝맺고, 다음날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이 책을 읽고 지방을 좀더 이해한다면, 어떤 지방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될 테고 스스로를 너무 심리적으로 학대하지 않고서 적당량의 ‘좋은 지방’과 함께 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샤르와 그의 동료 앙젤로 트랑블레는 한 가지 예외를 발견했는데, 이것은 체중을 조절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정보이다. 이들은 피험자들이 격렬한 운동을 할 때에는 유전학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부샤르가 정의하는 ‘격렬한’ 운동은 어떤 운동이든 기초 대사율보다 6배 이상의 대사를 초래하는 운동(시속 6~10km로 달리기, 자전거로 시속 19~26km로 달리기, 또는 몇 분 안에 가쁜 숨과 땀을 유발하는 그 밖의 활동)이다. 이 발견이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일단 특정 범위의 격렬한 운동 단계에 접어들면, 유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몸은 지방을 잃기 시작한다. (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