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이다!
1967년「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
1791년 올랭프 드 구주의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으로
여성들의 대의를 지지하다
참혹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만 2년 동안 1400여 번의 투표를 거쳐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자유와 동등한 권리를 명시한 「세계 인권 선언」이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다. 이후 수많은 나라에서 이를 반영해 헌법과 법률을 만들었고, 인권 국제조약 또한 만들어지며 전 세계인들은 ‘인권’의 토대를 다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및 문화적 생활에 대한 여성의 참여가 계속하여 가로막히자 1967년 11월 7일 유엔총회는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을 선포하며 성평등의 원칙이 법률상, 그리고 실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룬 성과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프랑스혁명 시기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을 선포한 올랭프 드 구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힘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여성 권리 선언』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과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을 꼼꼼히 짚고, 빅토르 위고, 마하트마 간디, 조르주 상드, 시몬 드 보부아르, 버지니아 울프, 힐러리 클린턴 등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애쓴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며, 각 조항을 해석한 서른 명의 아티스트가 남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우리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다시금 명료하게 살피도록 돕는다.
여성이여, 깨어나라. 이성의 경종이 전 세계에 울려퍼지고 있다. 그대의 권리들을 인지하라. 자연의 강력한 제국은 더이상 편견과 광신과 미신과 기만에 포위되어 있지 않다. 진리의 횃불이 어리석음과 침탈의 모든 먹구름을 걷어냈다. 노예였던 남성은 자신의 쇠사슬들을 끊기 위해서 제힘을 키우고, 그대의 힘마저 필요로 했다. 자유로워진 남성은 제 동료인 여성에게 부당해졌다. 오, 여성들이여! 여성들이여 그대들은 언제 맹목에서 벗어날 텐가? 그대들이 혁명에서 거둔 결실이 무엇이란 말인가? 멸시는 더욱 명백해졌고, 무시는 더욱 공공연해졌다. 부패한 오랜 세월 동안 그대들은 남성들의 나약함만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그대들의 제국은 파괴됐다. 이제 그대들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남성의 부당함에 대한 확신이다. 자연의 현명한 법령에 근거한 그대의 유산을 주장해야 한다. 이 멋진 일에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_「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후문
여성이여, 깨어나라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구체제는 전복되었지만, 인권에 대한 혁명적 약속은 프랑스 여성들의 권리와 자유의 확보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운동가 겸 문인 올랭프 드 구주는 프랑스혁명의 중심이 됐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대응하는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을 발표한다. 이 글을 통해 이전의 선언이 혁명적이긴 하나 그것이 오직 프랑스 남성 시민들에게만 적용된다고 꼬집으며 여성 또한 권리의 주체임을 천명한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연단에 오를 권리도 있다고 주장해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은 사람’이라고 비난받은 올랭프 드 구주는 결국 1793년 11월 왕정 복권 선동죄를 뒤집어쓰고 단두대에 오른다. 당대의 부당한 성차별에 용감하게 맞서고, 보이지 않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한 그녀는 현재까지도 가장 용감하고 영향력 있는 페미니스트로 인정받았으며,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또한 그 묵직한 울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여성 권리 선언』에서는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의 17개 조항과 전문, 후문을 모두 수록해 올랭프 드 구주의 정신을 오롯이 전한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무지, 망각 또는 멸시가 민중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 “여성은 자유롭게 태어나고 남성과 평등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간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동의 이익에 근거할 때에만 인정될 수 있다”(제1조)고 천명한다.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였음에도 그동안 망각되었던 올랭프 드 구주의 목소리를 통해,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도 행사하고자 했던 한 여성의 외침을 통해, 여성의 지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과거와 현재를 겹쳐 읽을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견해 때문에, 심지어 급진적인 견해라 할지라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여성은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의사 표명이 법이 규정한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연단에 오를 권리 역시 가져야 한다. _「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제10조
용기가 자유를 부른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선포되었지만, 여성의 인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1963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투표권 같은 정치적 영역에서뿐 아니라 아동 결혼의 폐지 및 동등한 교육의 기회 요구처럼 사적인 영역이나 가정의 영역까지 두루 아우르는, 여성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도덕 및 정치적 효력을 가진 선언의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에 1967년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이 선포되었고 1979년 「여성 차별 철폐 협약」이 채택돼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 또한 1984년 이 협약을 비준하였다. 올랭프 드 구주가 쏘아올린 ‘여성 권리’를 향한 불꽃이 오늘날 전 세계 수십억 명에 달하는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여성 권리 선언』은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 전문과 11개 조항을 수록하였다.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과 남성의 권리 평등을 부정하거나 제한하므로 근본적으로 부당하고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제1조)라고 공표하며 여성을 차별하는 법과 관습의 폐지를 주장하고(제2조), 여성들의 투표권과 피선거권의 인정하며(제4조), 인신매매 및 매춘에 의한 착취의 근절할 뿐 아니라(제8조), 고용 차별 금지 및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 유급 출산 휴가 등을 포함한 권리(제10조) 등을 요구한다. 여성의 삶을 향상시키고 성평등을 이룩하려 투쟁중인 이 순간에도 「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은 우리가 새겨야 할 업적이자 소중한 유산이다.
여론을 교육하기 위하여, 여성이 열등하다는 사고에 근거한 편견을 불식하고 관습 및 다른 모든 관행들을 근절하려는 국가적 염원을 고취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_「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 제3조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및 가정과 사회의 번영과 양립 불가하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조건하에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및 문화적 생활에 참여하는 일을 가로막아 여성이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국가와 인류에 봉사하는 일을 어렵게 함을 유의하고, 사회, 정치, 경제, 문화생활에 있어서 여성의 지대한 공헌, 그리고 가정에서 특히 자녀 양육에서 여성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국가의 완전한 발전과 인류의 복지 및 평화를 위하여 여성이 모든 분야에 남성과 평등한 조건으로 최대한 참여해야 함을 확신하고, 남녀평등 원칙이 법률상에서 그리고 실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음에 유의하면서, 본 선언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_「유엔 여성 차별 철폐 선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