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근대 비판과 생태주의
괴테는 봉건체제가 무너지고 시민사회와 자본주의가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 근대 기술문명과 산업사회의 급성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던 당대의 대표적인 지성이 괴테였다. 오랫동안 독일 생태문학에 천착해온 저자 김용민 교수(연세대 독어독문학과)는 근대의 길목에서 근대를 날카롭게 성찰한 괴테 문학의 밑바탕에 생태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괴테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전일적 관점에서 보고 지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주의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었다. 괴테의 사상은 ‘생태학Ökologie’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에른스트 헤켈에게 영향을 미쳤다. 헤켈은 생태학을 “유기체가 주위 환경과 맺고 있는 관계를 연구하는 종합학문”이라 정의했는데, 이러한 생각은 괴테의 범신론과 다윈의 진화론을 종합하여 발전시킨 것이었다. 독일의 생태주의 전통을 연구한 영국 독문학자 악셀 굿바디는 괴테를 가리켜 “독일인의 자연 인식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작가이자 사상가”라 칭했으며, 독일의 정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헤르베르트 그룰 역시 괴테를 유럽 정신사에서 자연과 인간을 가장 깊이 이해한 사람 중 하나로 평가했다.
괴테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근대의 공리주의와 물질주의, 그리고 과학기술 및 산업에 의한 세계의 개조라는 경제적, 과학적, 사회적 기획”에 단호히 맞섰다. 발전과 진보를 전면에 내세운 근대적 진보사상을 극단화한 인물이 바로 파우스트다. 이 인물 속에는 자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진보를 맹신하는 근대적 인간의 특성이 모두 들어 있다. 파우스트에게 자연은 그저 정복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근대의 낙관론과 발전론, 노동의 신성화, 속도에 대한 맹신, 이성중심주의, 자연파괴를 비판하며 괴테는 순환론적 시간관, 느림과 게으름, 소박한 노동과 자족적인 삶, 자연과의 합일, 자기실현을 통한 진정한 행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괴테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에게선 세심한 배려와 돌봄, 타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 그리고 사랑의 실천이라는 생태페미니즘의 특성이 발견된다. 이를 통해 괴테는 모든 것을 분리하고 위계질서화하면서 타자를 배제하고 억압하는 근대세계의 질서를 극복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