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특별한 관문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사회의 교육 불평등
- 원서명
- The Years That Matter Most
- 저자
- 폴 터프
- 역자
- 강이수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20-03-27
- 사양
- 504쪽 | 145*210 | 무선
- ISBN
- 978-89-6735-763-4 03300
- 분야
- 정치/사회
- 정가
- 19,8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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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대학은 어떻게 성취자를 버리고,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자본입학사정관, 수험생, 명문대생, 교수, 입시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
다년간의 추적 인터뷰로 밝혀내는 미국 대학입시의 모든 것
누구나 상승지향적 삶을 도모할 때가 있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가장 확실한 루트 중 하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엘리트 대열에 드는 것이다. 이 책엔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입학사정관, 과외교사, 대학교수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엘리트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인생은 희비 쌍곡선을 그린다. 어떤 대학을 택하고, 또 어떤 집안 출신이냐에 따라서. 순진한 공붓벌레는 사회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한다. 일류대학에 들어가 상승 곡선에 올라탔다면 악착같은 면모를 보여선 안 된다. 악착같다는 건 결국 그에게 결핍이 있다는 뜻이며, 태생이 상류층인 자들은 상대의 그런 초조함을 귀신같이 읽어낸다.
교육 불평등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저자는 빈곤층과 상류층 고등학생들을 수없이 만났고, 수년 후 그들의 대학생활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까지 조사하는 추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여기에 온갖 현실적인 사회학, 경제학의 최근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고 입시 전문가와 입학사정관 등의 인터뷰를 보태면서 이 책의 학술적 가치도 확보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 책은 “버려진 성취자들”을 좀더 클로즈업한다. 먼저 그들이 버려지기 전에 인생의 특별한 관문을 뚫고 나가려고 그동안 벌여온 사투를 기록한다. 가령 섀넌 토러스는 네 살 때부터 공부를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전교 1등을 빼앗긴 적 없는 빈곤층 출신 여고생이다. 그가 과연 잘 살게 될까? 대학에 성공적으로 입학한 뒤에 빈곤한 가정 출신이라는 딱지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여러 면에서 발목이 붙잡힌다. 먼저 정서적으로 휘청댄다. 엘리트 대학의 상류층 학생들은 다른 게임의 규칙 하에서 살기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만 좋은’ 것은 요즘 명문대나 초일류 기업이 원하는 스펙이 아니다.
대학은 인생에서 딱 한 번밖에 없는 특별한 관문이고, 그것은 우리 모두를 돕거나 혹은 망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불평등 연구를 해온 경제학자 이정우는 추천글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를 미국에서 이식해왔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머리 좋은 한국들은 귤을 탱자로 만들어버렸고, 미국을 능가하는 더 나쁜 제도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한다. 우리에게도 교육 불평등을 해결할 길이 있을까? 이 책은 말미에서 그 대안들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무너진 섀넌, 어렵게 살아남은 키키, 엘리트 코스를 밟은 클래라
미국에서는 부모가 고졸 이하의 학력이라면 그 자녀들을 ‘1세대’ 대학생이라 부른다. 부모가 대졸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그들에게 인종만큼이나 중요한 스펙이고, 아이큐나 피나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키키 길버트도 전형적인 1세대다. 엄마 아빠 다 대학 문턱도 못 밟았다. 이런 집안의 부모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식의 출세에 목을 매거나 아니면 ‘등록금 비싼 대학은 뭐하려고 가니?’라며 지지하지 않는 부류다. 키키의 부모는 대학 들어가는 데 걸림돌일 뿐이었지만, 그녀는 좁은 관문을 뚫고 프린스턴에 들어갔다. 사다리에 올라탔으니 행복했을까? 프린스턴대 인문 세미나를 듣게 된 키키는 완전히 비참한 심경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가난하고, 이렇게 고급스런 세미나에서 떨고 있다는 걸.’ 사실 프린스턴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부유층 출신 비율이 가장 많으며 그 비율은 무려 72퍼센트에 달한다. 세미나의 다른 재학생들은 키키가 가난한 집안 출신아란 걸 꿰뚫어봤고, 원탁형으로 둘러앉는데 키키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오로지 세미나 텍스트에만 집중하는 키키와 달리, 다른 학생들은 활기차고 큰 목소리로 자신감 있게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한껏 여유를 드러냈다. 텍스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불안한 듯 꼭 붙잡고 있는 사람은 키키뿐이었다. 대학에 어렵게 들어와도 가난한 이들은 사회적·정서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이 책에서는 여러 학생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매일매일 진이 빠진다”고 고백했다.
이런 키키조차 그러나 행운아인 편에 속했다. 킴 헤닝은 좀더 불운한 케이스다. 킴의 엄마 역시 대학 문턱도 못 밟았고, 아빠도 마찬가지다. 킴의 성적은 뛰어났지만 그녀는 가족들이 자신의 대학 진학을 응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다들 고리타분해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엄마처럼 결혼해서 애 낳고 살기를 바라죠. 그런데 전 꼭 대학에 갈 거예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요.” 킴의 목표는 오로지 코넬대학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코넬 같은 엘리트 대학에 가는 게 사실은 너무 두렵다’고 생각했다. 이런 대학은 입학해도 끝없는 학업으로 상승의 레벨을 차곡차곡 밟아나가야 한다. 이때 가족의 뒷받침은 필수다. 킴은 목표를 이뤘을까. 사실 그녀가 코넬에 간다고 했을 때, 대학입시에 사정이 그리 밝지 않았던 학교 선생은 클렘슨대학을 추천했다. 선생님과 부모의 현실안주적 생각은 킴이 높이 올라가려고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만만하게 클렘슨에 진학하도록 동기부여했다. rmlfrh 마침내 그녀는 코넬이 아닌 클램슨을 택했다. 이런 선택은 중하층 계급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무리해서라도 상승곡선에 올라타느냐, 도약하기 위한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뒷걸음질치느냐의 기로에서 상류층 아이들은 전자를, 중하류층은 보통 후자를 선택한다.
반면 메릴랜드 부촌에 사는 클래라의 성적은 전혀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일 출신인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상위 30위권 밖의 대학은 쳐다보지도 못하게 했다. 언니 또한 예일대생이었기에 가족들은 모두 클래라가 예일에 가길 원했다. 문제는 좋지 못한 성적이었다. 어떤 전략이 동원됐을까. 부모는 미국 최고의 과외 교사인 네드 존슨을 딸에게 붙여줬다. 이제 클래라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경로에 올라섰다. 네드는 미국 부촌의 부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합격률 거의 백 퍼센트를 보장하는 최고의 사교육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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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뉴욕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활동해온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다.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 뚝심, 호기심, 자제력 그리고 숨겨진 성격의 힘How Children Succeed: Grit, Curiosity, and the Hidden Power of Character』은 무려 27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자녀 교육서로서는 드물게 1년 넘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머물렀으며, 빌 게이츠 재단 필독서에도 선정되었다. 교육과 사회적 형평성을 다룬 그의 네 번째 저서 『불평등 공화국』 역시 언론과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아내와 함께 두 아들을 기르며 교육, 형평성, 학생의 성공 등을 주제로 왕성하게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paultough.com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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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1장 꿈의 대학
2장 대학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
3장 대학 입학시험과 입시 사교육: 기울어진 운동장
4장 캠퍼스 문화 충격: 엘리트 대학의 빈부 격차
5장 대학입학전형의 이상과 현실
6장 대학에서 살아남기
7장 대학 졸업장의 가치
8장 우등생과 낙제생
9장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 교육 불평등 유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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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미국 최고의 과외 선생, 네드 존슨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 혹은 그보다 조금 일찍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말이 돌기 시작한다. “저기 혹시 시험 준비는 하고 있나요?” “아니 벌써부터 대학입시라니요? 쯧쯧. 난리도 아니네요.” 하지만 이런 일침을 가하는 부모들도 뒤로 돌아서서는 모두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한다. 미국 대학입시의 관문인 SAT나 ACT 과외 선생을 물색하면서.
네드 존슨은 족집게 고액 과외 선생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수업료는 시간당 400달러이며, 학생들의 SAT나 ACT 점수를 쑥쑥 올려준다. 그는 현재 ‘프렙매터스’라는 컨설팅 업체 대표이고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버지니아주 매클레인, 워싱턴 DC 텐리타운 등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50여 명의 입시 컨설턴트들을 관리하고 있다. 저자 폴 터프는 그의 수업을 참관하면서 네드와 미국 대학입시에 관해 다양한 차원의 이야기를 나눴다. 또 그의 과외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밀착 취재하면서 그들이 성공의 관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의외인 점은, 네드가 수업에서 공부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수업에서 오히려 인생 얘기를 많이 한다. 가령 명문 사립고에서 받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미국 최상류층에 속한 명문가 자제들이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며 받는 압박감을 살살 풀어 달래주었다. 네드는 천성적으로 공감능력이 뛰어난 선생으로서 학업 능력보다는 학생들의 감정이나 심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어떻게 이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까.
그가 맡고 있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명문 사립고의 부유한 아이들이라 네드는 기본적으로 이들이 SAT 등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학업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좀더 신경 써야 할 것은 학생의 수면 패턴과 운동, 건강한 식습관과 균형잡힌 일과이며, 학업에 대해서는 그만의 노하우인 문제 푸는 요령들을 전수해준다. 이것은 거의 백 퍼센트 효과를 발휘한다.
우선 그는 과외받는 학생들에게 미국 대입시험은 “바보 같고, 멍청한 헛소리”라고 비판한다. 학생들이 시험을 만만하게 보고 심리적 부담 없이 게임하듯 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학생들은 선생의 조언을 받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에 임해 자신의 최고 점수를 기록한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고학력 가문에서 태어난 에어리얼은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 이때 네드가 따라붙었다. 얼마 후 에이리얼의 전국 석차는 35만 등에서 5만 등 이내로 수직 상승했다. 특히 네드가 집중한 것은 심신 이완과 단련이었다. 이 학생은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한데 부모의 기대는 너무 컸기 때문이다. 에이리얼은 마침내 제1지망이었던 워싱턴대학에 합격하는데, 특히나 체력과 마인드 콘트롤을 위해 입시 당일 아침 네드가 헬스기구를 집으로 대령하는 등 지원 작전을 펼친다. 불안해하던 에이리얼은 시험 전 운동으로 멘털을 잘 유지할 수 있었고, 시험에서 최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입학사정관들은 왜 빈곤층 엘리트들을 외면하는가
미국인들은 오래전부터 대학들이 소수집단 우대 정책을 시행하며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업 성적이 좋은 부유층 학생을 덜 뽑고 빈곤층 학생들을 선발한다고 믿어왔다. 미국에서 온라인 입시 컨설팅을 하는 베켄스테트는 그러나 현실은 거의 정반대라고 말한다. 입학사정관들이 가장 판단하기 쉬운 지원자는 ‘고소득 가정 출신이면서 중하위권 성적’ 범주라고 한다. 이 범주에 속하는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입학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대학 순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들은 대학에 와서 뛰어난 학업 성과를 얻진 못하더라도 등록금 전액을 낼 수 있는 부류다. “먹이사슬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비싼 등록금을 기꺼이 내는 아주 매력적인 학생들이죠.” 요즘 입학사정관들은 대학의 재정을 위해 이런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낸다. 특히 아이비리그의 입학사정관들은 빈곤층에게 제공되는 펠 장학금 수여자들을 꺼리고 중산층 이상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걸까. 그들이 권력을 쥐었던 호시절은 옛날이야기일 뿐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불안한 입지에 놓여 있다. 입학 정원이 초과·미달되거나 지원자들의 시험 성적이 너무 낮거나 등록금 수입이 충분치 않으면, 대학 입학처장은 추궁을 받으며 자리를 내놓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베켄스테트는 이른바 ‘엘리트’ 대학이 자기 이름값을 유지하려면 그냥 공부 잘하는 학생만 많이 선발해서는 안 되고 돈 많은 학생 또한 많이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학에서 인종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 다양성을 확대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이듬해부터 지원자가 줄어든다고 한다. 베켄스테트는 말한다. “혹시 어쩌면 ‘엘리트’라는 말이 ‘가난한 사람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아마 그게 문제일 겁니다.”
대학은 어떻게 성취자를 버리고,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자본입학사정관, 수험생, 명문대생, 교수, 입시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
다년간의 추적 인터뷰로 밝혀내는 미국 대학입시의 모든 것
누구나 상승지향적 삶을 도모할 때가 있다. 그 목표가 무엇이든 가장 확실한 루트 중 하나는 좋은 대학에 입학해 엘리트 대열에 드는 것이다. 이 책엔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 대학생, 입학사정관, 과외교사, 대학교수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엘리트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인생은 희비 쌍곡선을 그린다. 어떤 대학을 택하고, 또 어떤 집안 출신이냐에 따라서. 순진한 공붓벌레는 사회로부터 호감을 사지 못한다. 일류대학에 들어가 상승 곡선에 올라탔다면 악착같은 면모를 보여선 안 된다. 악착같다는 건 결국 그에게 결핍이 있다는 뜻이며, 태생이 상류층인 자들은 상대의 그런 초조함을 귀신같이 읽어낸다.
교육 불평등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저자는 빈곤층과 상류층 고등학생들을 수없이 만났고, 수년 후 그들의 대학생활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까지 조사하는 추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여기에 온갖 현실적인 사회학, 경제학의 최근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고 입시 전문가와 입학사정관 등의 인터뷰를 보태면서 이 책의 학술적 가치도 확보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 책은 “버려진 성취자들”을 좀더 클로즈업한다. 먼저 그들이 버려지기 전에 인생의 특별한 관문을 뚫고 나가려고 그동안 벌여온 사투를 기록한다. 가령 섀넌 토러스는 네 살 때부터 공부를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전교 1등을 빼앗긴 적 없는 빈곤층 출신 여고생이다. 그가 과연 잘 살게 될까? 대학에 성공적으로 입학한 뒤에 빈곤한 가정 출신이라는 딱지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여러 면에서 발목이 붙잡힌다. 먼저 정서적으로 휘청댄다. 엘리트 대학의 상류층 학생들은 다른 게임의 규칙 하에서 살기 때문이다. ‘오로지 실력만 좋은’ 것은 요즘 명문대나 초일류 기업이 원하는 스펙이 아니다.
대학은 인생에서 딱 한 번밖에 없는 특별한 관문이고, 그것은 우리 모두를 돕거나 혹은 망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불평등 연구를 해온 경제학자 이정우는 추천글에서 “입학사정관 제도를 미국에서 이식해왔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머리 좋은 한국들은 귤을 탱자로 만들어버렸고, 미국을 능가하는 더 나쁜 제도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한다. 우리에게도 교육 불평등을 해결할 길이 있을까? 이 책은 말미에서 그 대안들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무너진 섀넌, 어렵게 살아남은 키키, 엘리트 코스를 밟은 클래라
미국에서는 부모가 고졸 이하의 학력이라면 그 자녀들을 ‘1세대’ 대학생이라 부른다. 부모가 대졸인가 아닌가의 여부는 그들에게 인종만큼이나 중요한 스펙이고, 아이큐나 피나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키키 길버트도 전형적인 1세대다. 엄마 아빠 다 대학 문턱도 못 밟았다. 이런 집안의 부모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식의 출세에 목을 매거나 아니면 ‘등록금 비싼 대학은 뭐하려고 가니?’라며 지지하지 않는 부류다. 키키의 부모는 대학 들어가는 데 걸림돌일 뿐이었지만, 그녀는 좁은 관문을 뚫고 프린스턴에 들어갔다. 사다리에 올라탔으니 행복했을까? 프린스턴대 인문 세미나를 듣게 된 키키는 완전히 비참한 심경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가난하고, 이렇게 고급스런 세미나에서 떨고 있다는 걸.’ 사실 프린스턴대는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부유층 출신 비율이 가장 많으며 그 비율은 무려 72퍼센트에 달한다. 세미나의 다른 재학생들은 키키가 가난한 집안 출신아란 걸 꿰뚫어봤고, 원탁형으로 둘러앉는데 키키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오로지 세미나 텍스트에만 집중하는 키키와 달리, 다른 학생들은 활기차고 큰 목소리로 자신감 있게 토론회에 참여하면서 한껏 여유를 드러냈다. 텍스트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불안한 듯 꼭 붙잡고 있는 사람은 키키뿐이었다. 대학에 어렵게 들어와도 가난한 이들은 사회적·정서적으로 무너지는 것을 이 책에서는 여러 학생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매일매일 진이 빠진다”고 고백했다.
이런 키키조차 그러나 행운아인 편에 속했다. 킴 헤닝은 좀더 불운한 케이스다. 킴의 엄마 역시 대학 문턱도 못 밟았고, 아빠도 마찬가지다. 킴의 성적은 뛰어났지만 그녀는 가족들이 자신의 대학 진학을 응원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다들 고리타분해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엄마처럼 결혼해서 애 낳고 살기를 바라죠. 그런데 전 꼭 대학에 갈 거예요.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요.” 킴의 목표는 오로지 코넬대학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코넬 같은 엘리트 대학에 가는 게 사실은 너무 두렵다’고 생각했다. 이런 대학은 입학해도 끝없는 학업으로 상승의 레벨을 차곡차곡 밟아나가야 한다. 이때 가족의 뒷받침은 필수다. 킴은 목표를 이뤘을까. 사실 그녀가 코넬에 간다고 했을 때, 대학입시에 사정이 그리 밝지 않았던 학교 선생은 클렘슨대학을 추천했다. 선생님과 부모의 현실안주적 생각은 킴이 높이 올라가려고 하기보다는 편안하고 만만하게 클렘슨에 진학하도록 동기부여했다. rmlfrh 마침내 그녀는 코넬이 아닌 클램슨을 택했다. 이런 선택은 중하층 계급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무리해서라도 상승곡선에 올라타느냐, 도약하기 위한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뒷걸음질치느냐의 기로에서 상류층 아이들은 전자를, 중하류층은 보통 후자를 선택한다.
반면 메릴랜드 부촌에 사는 클래라의 성적은 전혀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하지만 예일 출신인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상위 30위권 밖의 대학은 쳐다보지도 못하게 했다. 언니 또한 예일대생이었기에 가족들은 모두 클래라가 예일에 가길 원했다. 문제는 좋지 못한 성적이었다. 어떤 전략이 동원됐을까. 부모는 미국 최고의 과외 교사인 네드 존슨을 딸에게 붙여줬다. 이제 클래라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경로에 올라섰다. 네드는 미국 부촌의 부모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합격률 거의 백 퍼센트를 보장하는 최고의 사교육 전문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