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씨 허니컷 구하기
Saving CeeCee Honeycutt
베스 호프먼 장편소설 | 윤미나 옮김
“새로운 인생이 조지아의 복숭아처럼
달콤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남부의 매력적이고 강한 여자들, 짓궂은 유머,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소설.”
_크리스틴 해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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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조,
『소공녀』의 세라,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
『빨강 머리 앤』의 앤……
당찬 소녀 주인공의 계보를 잇는
책벌레 소녀 씨씨
씨씨의 엄마는 빨간 새틴 구두를 길 한가운데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다. 목격자는 세 명이었다. 다들 우스꽝스러운 파티 드레스를 입은 엄마가 아이스크림 트럭을 향해 갑자기 뛰어들었다고 했다. 엄마는 ‘비데일리아 양파 여왕’이었던 과거의 영광에 갇혀 지냈고 동네에서는 ‘정신 나간’여자로 통했다. 엄마의 상태를 알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아빠 때문에,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나이에 씨씨는 정신증을 앓는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씨씨는 남부의 친척 할머니에게 보내진다. 투티 할머니의 무한한 환대와 올레타 아주머니의 ‘천국의 맛’시나몬 롤을 맛보고, 남부의 날씨처럼 따뜻하고 유쾌한 이웃 여성들과 교류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씨씨의 마음이 녹기 시작하고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마음속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그렇게 씨씨는 ‘인생 책’의 새로운 장을 펼치고, 평생 바라왔던 친구들의 이름을 페이지마다 채워나간다.
“이리 와, 오늘은 너의 힘을 되찾는 날이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남부 여성들에게서 배우는
진정한 환대,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은 우정,
그들이 하루하루 직접 겪어내며 얻어낸 인생의 지혜,
그리고 영혼에 온기를 채워주는 남부 음식들
“넌 네가 슬퍼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슬픔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온단다. 너를 무감각하게 만드는 슬픔도 있고, 네 세계를 반으로 동강내는 슬픔도 있어. 그리고 전혀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 슬픔도 있단다. 그건 네 몸에 있는 줄도 모르는 아주 작은 가시와 같아. 그 가시가 아주 깊은 곳에서 곪아터져서 네 영혼밖에 들어갈 데가 없어지면, 너도 그제야 존재를 알게 되지. 난 그게 가장 힘든 슬픔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아프다는 건 알지만, 이유를 모르니까.” _본문 중에서
씨씨는 엄마가 그릇을 벽에 던질 때마다 책을 한 권씩 읽었다. 책 속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고, 씨씨 자신의 인생은 단지 하나의 이야기가 될 때까지. 그리고 엄마가 한 번 울 때마다 사전 반쪽을 외웠다. 씨씨는 그렇게 힘든 일상을 버티고 외로움을 잊었다. 씨씨의 머리는 수많은 이야기와 단어로 가득 채워졌지만 마음은 텅텅 비어갔다. 그래서일까,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땅에 묻힐 때까지 씨씨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익숙한 집을 떠나 먼 친척인 투티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면서도 차마 챙겨 오지 못한 책들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을 뿐 울음이 나진 않았다.
올레타가 오트밀 그릇의 뚜껑을 열었다. “식기 전에 아침 먹어야지.” 위장이 꼬이는 느낌이었지만, 그녀가 준비한 아침을 먹지 않으면 큰 실례일 것 같았다.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숟가락을 오트밀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오트밀이 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미각 세포들이 후드득 깨어났다. 올레타는 오트밀에 황설탕을 조금 뿌리고 통통한 라즈베리도 넣어주었다. 내가 오트밀 그릇을 허겁지겁 비우고 오렌지주스 한 컵을 꿀꺽꿀꺽 마시는 동안, 그녀는 한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_본문 중에서
고요히 닫혀 있던 씨씨의 마음을 투티 할머니의 무한한 환대가 활짝 열어젖혔다. 투티 할머니는 혼자나 다름없는 처지가 된 씨씨에게 선뜻 손을 내밀었고 흔쾌히 집 한편을 내주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식구나 다름없이 지내온 가사도우미 올레타의 환상적인 남부 가정식은 씨씨의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주었다. 통통한 라즈베리를 올린 오트밀, 설탕과 버터의 부드러움이 입안 가득 퍼지는 시나몬 롤은 씨씨의 마른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살찌웠다.
씨씨는 투티 할머니와 올레타, 또는 그녀들을 통해 만난 남부의 여성 커뮤니티들로부터 책에는 나오지 않는 인생의 지혜를 배워나간다. 그들은 매일매일이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인생의 불꽃을 찾아 전념하고, 인생이 흘러가는 걸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용기 있게 뛰어들었다. 또한 그들은 씨씨에게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은 우정을 보여주었고 가족보다도 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으며 나아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롤모델이 되어주었다. 그 속에서 상처를 이겨낸 씨씨는 세상 밖으로 나아갈 준비를 무사히 마치게 된다.
겉으로는 씩씩한 척,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은 혼자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아이, 우리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구해줘야 할 ‘씨씨’는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다.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세상의 모든 ‘씨씨’들을 위한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봄이 찾아와도 마음은 여전히 겨울인 이들에게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고, 무관심에 식어버린 심장으로 삶의 활기를 잃어버린 이들에게는 불꽃을 던져줄 유쾌하면서도 선한 소설이다.
책 속에서
“인생은 변화로 가득차 있단다, 아가. 그래서 우리가 배우고 자라는 거야. 우리가 태어났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한테 ‘인생 책’을 주셨어. 그 책이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우리는 인생을 배우는 거야.” _본문 70쪽
“세실리아 로즈, 수많은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식어버린 심장을 안고 살다가 죽어. 그렇게 세상을 떠나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인생은 우리에게 놀라운 기회를 주지만,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기회를 알아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 _본문 162쪽
“금요일은 드디어 자기 인생을 찾은 불쌍한 여자를 위한, 보라색 벨벳 소파의 날이야. 보라색 벨벳 소파는 여자의 자유를 상징해.” _본문 173쪽
오델 할머니는 용서를 받는 사람보다 용서를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상처와 분노를 안고 사는 사람은 망치로 자기 머리를 때리고 나서, 다른 사람 머리가 아프길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하셨다. _본문 220쪽
나는 조용히 앉아서 올레타의 말을 들었다. 그녀는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다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런 것들은 책에서 배워 아는 게 아니었다. 잘은 모르지만 올레타가 낮에는 콧노래를 부르고 밤에는 평화롭게 잠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인 것 같았다. _본문 260쪽
“이리 와. 오늘은 너의 힘을 되찾는 날이야.” _본문 260쪽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야. 우리가 가진 것으로도 충분해.” _본문 281쪽
“눈을 뜨면 모든 것에서 축복을 발견할 수 있단다.” _본문 304쪽
“너무 빨리 자라지 마라, 아가. 나이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네게 아이 같은 마음이 있다면 넌 절대로 늙지 않을 거야.” _본문 343쪽
“인간의 마음은 놀라운 거란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때, 마음이 우리를 보호하지. 때때로 우리가 안고 있는 고통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깊어지면, 우리는 그 고통에 항복해야 해. 고통이 우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리 게 내버려두는 거지. 마침내 바닥을 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한동안 평안하게 쉴 수 있단다. 그리고 점점 고통이 줄어들면서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일어설 수 있어.” _본문 365쪽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건 가슴이야. 아가, 내 가슴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았어. 한 번도.” _본문 370쪽
“저기 인생이 있어. 움직이고 있는 게 보이니? 나뭇잎들도 움직이고 있어. 인생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아. 너처럼 특별한 아이라도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네가 큰맘먹고 인생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돼.” _본문 376쪽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돼.” _본문 386쪽
“우리가 극복한 인생의 상처들이 우리를 더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_본문 394쪽
“어제 일어난 일에 매달리느라 밝은 내일을 낭비하지 마라. 아가, 다 흘려버리렴. 숨 한 번 크게 쉬고 흘려버리는 거야.” _본문 446쪽
“어떤 사람이 지혜롭다면, 그건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란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와. 매일매일이 선물이라는 걸 깨닫고 그걸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서 나오지.” _본문 447쪽
차례
씨씨 허니컷 구하기_9
감사의 말_473
옮긴이의 말_475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복숭아 한 조각 같은 소설 _〈레이디스 홈 저널〉
세상이 끝난 듯 보여도, 몇 명의 좋은 친구가 우리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_피플
남부의 매력적이고 강한 여자들, 짓궂은 유머, 선한 마음으로 가득한 소설 _크리스틴 해나(소설가)
남부의 정원에 퍼지는 목련 향기처럼 매력적이고 달콤하며 상대를 무장해제시킨다. _메리 케이 앤드루(소설가)
지은이 베스 호프먼 Beth Hoffman
미국 신시내티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였던 호프먼은 틈틈이 단편소설을 쓰며 소설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사업 스트레스로 패혈성 쇼크를 겪은 이후 사업과 소설 쓰기를 병행할 수 없게 되었고, 대신에 신문과 잡지에 인테리어 스튜디오에서 판매중인 가구에 관한 ‘스토리 광고’를 쓰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이 광고들이 몹시 인기를 끌게 되면서 호프먼은 인테리어 사업을 정리하고, 데뷔작 『씨씨 허니컷 구하기』 집필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약 4년에 걸쳐 집필한 『씨씨 허니컷 구하기』는 출간 12일 만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폴란드, 노르웨이, 헝가리, 인도네시아, 이스라엘, 영국에 판권이 팔렸다. 2014년 두번째 소설 『나를 찾아서』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해의 오하이오아나 어워드를 수상했다. 노던켄터키에서 남편,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유기동물 구조와 자연보호, 문화재 보존에 힘쓰며 지내고 있다.
옮긴이 윤미나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출판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 『굴라쉬 브런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그녀의 세번째 이름』 『운명은 제 갈 길을 찾을 것이다』 『꼭두각시 인형과 교수대』 『겨자 빠진 훈제청어의 맛』 『그림자라면 지긋지긋해』 『디센던트』 『불평하라』 『사랑을 쓰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