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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Book

시간

원서명
時間
저자
홋타 요시에
역자
박현덕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0-04-17
사양
264쪽 | 133*200 | 양장
ISBN
978-89-6735-769-6 03830
분야
장편소설
정가
15,000원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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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대학살은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가 시험되는 사건이다.”
_ 이안 부르마

1937년,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은
폭력과 잔학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파괴된 가옥,
횡행하는 약탈과 능욕, 산더미로 쌓여가는 시신들.
인륜이 붕괴된 이 시간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행할 수 있을까?
난징 대학살을 피해자인 중국 지식인의 수기 형식으로
그려냄으로써 역사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 전후 문학의 걸작.


중일전쟁 당시 난징 대학살(1937)이라는 대사건을 다룬 ‘일본’ 작가의 소설! 게다가 참전한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인’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 관점에서 쓰인 소설. 전후 문예사에서도 매우 특이한 위치에 자리해온 이 소설은 가해국의 작가가 피해국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난징 대학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은 전쟁의 참상을 다루면서 다시금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호소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대개 일본을 전쟁 가해자로서의 모습보다는 ‘피해자’로 그려내는 부분이 많았다. 가미카제를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미화한 『제로센』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소설 『시간』은 그런 틀에 해당되지 않는 작품이다. 이 소설이 간행된 것은 1955년으로 글이 쓰인 시대적 배경은 오늘날과는 많이 다르다. 집필 시기가 일제의 패전 당시에 가까운 점, 작가가 집필 전에 실제로 난징을 여행했던 점 때문인지, 참혹상에 대한 묘사는 매우 생생하다. 그리고 독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주인공의 생각들은, 가히 철학자의 사상 전개를 방불케 한다.
헨미 요의 해설을 보면, 이 책의 역사적 배경인 일제 ‘황군’에 의한 중국 침략 전쟁 및 난징 대학살에 관한 기억과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1950년대에는 1940년대 후반에 있었던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 등에서 패전국 일제의 전쟁범죄가 재판에 올라 지극히 무도한 살육의 실상이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도 있어서 ‘일제는 중국을 침략하지 않았다’ ‘난징 대학살은 “환상”이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식의 논박은 적어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는 이야기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 침략 전쟁도 대학살도 일반인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시간』은 그러한 시대 상황하에서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집필된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나라에 이른바 ‘자학사관’ 비판이라는 것이 등장해 ‘난징 대학살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내외 반일 세력의 음모’라고까지 주장하는 세력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띄기 시작하고 그들이 ‘일본판 역사수정주의’라 불리기에 이른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다.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그동안 일본 사회의 기압, 수압, 기류 모든 것이 서서히 변해가서, 언어 표현의 영역에서도 “점진적 수축”이라고도 불릴 만한 완만하고 착실한 질식 현상이 곳곳에서 보이게 되었다. 『시간』은 자유로운 시대 환경이 길러낸 작품이며, 반대로 말하자면, 요즘에는 여간해서는 탄생하기 힘든 텍스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과거로부터 ‘지금’을 조명하기 위한 귀중한 광원 중 하나인 것이다.
오늘날 일본을 볼 때 ‘기억’이 위기를 맞은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억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과연 이렇게 되는 것인가? 지금 『시간』을 읽는 스릴과 충격은 몹시도 신선하다. “무서울 정도로 근본적인 시대다, 지금은 인간 그 자체와 똑같이 온갖 가치와 도덕이 벌거숭이가 되어 몰아세워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가장 괴로워하고 있는 것,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주인공이 토로할 때, 헨미 요는 과거의 시공간을 문득 ‘지금’과 중첩시켜버려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참으로 자유롭고 모험에 가득 찬 기법으로 주눅 들지 않고 쭉쭉 이 소설을 뽑아낸 것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누구라도 처음에 놀라는 점은, 주인공인 ‘나’가 천잉디라는 이름의 중국인 인텔리라는 점일 것이다. ‘난징의 잔혹’과 ‘난징 대학살’, 나아가서는 ‘난징의 강간’ 등과 같은 최대 악명으로 전 세계에 알려져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가 시험되는 사건’(이안 부루마의 『전쟁의 기억』)이라고까지 부르는 대학살 사건을 제3자도,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의 눈으로 본다면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질 것인가? 가해자 측의 행동거지는 중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 것인가? 어디까지나 어둡고 무겁고 괴로운 그런 테마를, 가해국인 일본의 작가 홋타 요시에가 이어받아서 자신이 빚어낸 중국인 천잉디에게 의탁한 형식으로 참극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사람이란 이렇게까지 짐승 같은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인가,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종횡무진으로 사색하게 만든 것이다. 즉, 입장의 교환 혹은 ‘시점 맞바꾸기’ 같은 것이 작가 한 사람의 뇌리에서 이뤄진 것이다. 참으로 담대한 기술이다. 그것이 문학작품으로 성공했는지 여부를 운운하기보다 『시간』은 그것이 행해졌다고 하는 용기에 무엇보다 경의를 느끼는 것이다.
전쟁이라는 상황은 여러 부분에서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빠져나갈 곳도 없이 적군이 난징을 포위해 점점 숨통을 죄어오고, 이윽고 점령되고 나서 벌어지는 생지옥과 같은 광경. 목숨을 걸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했음에도 첩보원이라는 직무에 의해 다시금 난징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 그곳을 점령해 개인 관사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군 장교 밑에서 하인으로 일하는 모순적인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사색은, 인간 본연의 모습은 무엇인가, 인간의 행동과 감정이 발현되는 근본적 원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단지 소설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해볼 수 있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이 주인공의 독백 부분에는 쉼표가 많다. 그 쉼표는 주인공의 생각이 흘러가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임신 중이었던 아내와 다섯 난 아들을 비참히 잃고, 주인공 본인 역시 기관총으로 포로들을 집단 살육하는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런 사람의 사색이 시냇물 흘러가듯 술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면 그것 또한 약간 이상할 것이다. 많이 쓰인 쉼표는, 생각이 여러 갈래로 퍼져가다가 무언가에 툭툭 걸리는, 조금은 투박한 모습을 연출한다.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당시 중국의 어떤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남다른 재미다. 사법관이라는 직책에 한커우로 피란을 간 주인공의 형. 일본군 점령 하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의 큰아버지. 낫과 망치까지도 취급하는 젊은 칼 장수. 당시의 중국사를 조금 안다면, 그들의 모습이 좀더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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