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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Book

응답하는 힘 상처투성이 세계를 다시 읽기 위하여

저자
우카이 사토시
역자
박성관
출판사
글항아리
발행일
2020-09-25
사양
416쪽 | 148*220 | 무선
ISBN
978-89-6735-823-5 03900
분야
철학/심리/종교
정가
20,000원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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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그림자가 세상을 뒤덮고, ‘상처’가 만연하는 현재,
‘타자’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표현은 가능한가?

현대 사상의 최전선을 질주하면서도
늘 멈춰서고, 반추하며 ‘응답하는 힘’을 찾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

1980년대 후반 파리에서 유학하며 자크 데리다를 시작으로 프랑스 현대사상, 문학이 주는 충격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던 저자 우카이 사토시.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미 ‘권위’가 되어버린 지적 조류에 대해 탈중심화를 시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및 동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1996년에는 다카하시 데쓰야와 함께 영화 「쇼아」 상영 운동을 벌였으며, ‘민족학교 출신자 수험 자격을 요구하는 국립대학 교직원 성명’,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반대 운동’ 등 각종 운동, 성명의 발기인으로 나섰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 노골적으로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문제 대응 방식에 대해서 “역사적 수치를 부인한 폭력적 행태”라며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최근 도쿄도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추도식을 사실상 불허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위령의 공원에 사자에 대한 차별과 모독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예년처럼 추도식을 허가하라는 지식인 117명의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각종 사회 현안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 『응답하는 힘』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쓰인 글들을 묶은 오래된 책이지만,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타자화되고 소외되는 이들의 호소에 응답하기 위한 표현을 모색하는 ‘행동하는 지성’ 우카이 사토시의 사상적 궤적은 2020년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여전히 눈여겨봐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테러리즘과 역사수정주의의 욕망에 맞서는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판적 사고

제1부 ‘유럽의 해체’에는 칸트, 니체, 하이데거, 레비나스, 들뢰즈, 데리다 등의 텍스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1991년 걸프전쟁과 그 연장선상에 놓인 9·11이라는 사태, 아프간·이라크 전쟁 등 전쟁과 테러라는 현실 문제와 마주하는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칸트의 손」에서 저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인간이란 손이다”라고 답한 칸트의 텍스트를 독해한다. 자연은 인간이 기술적 동물이자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그리고 도덕적 동물이 되기를 원했고 이러한 ‘자연의 의도’가 새겨져 있는 기관이 ‘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손’은 타자의 신체와 접촉을 거부하는 일에도, 타자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일에도, 타자의 소유물을 훔치는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 거부나 가해, 착취 등의 가능성은 인간의 ‘손’에 주어진 원조나 악수, 애무의 가능성과 동시에 주어져 있는 것이다. 저자는 글로벌리즘과 신자유주의의 현대적 위상은 인간의 ‘손’이 지닌 특성에서 인류의 ‘완전한 시민적 결합’까지 전망하는 칸트의 ‘보편사의 이념’과 합치되는지, 상반되는지 되묻는다. 칸트의 텍스트를 통해 세계시민주의적인 여러 국민의 결합이 일국의 패권에 의해 수립될 제국적 세계질서와 양립할 수 없으며, ‘팍스 아메리카나’는 칸트적 영구평화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현재 주어져 있는 것들을 새로운 ‘시작’으로 삼아 역사에 대한 사고를 끊임없이 재개하며 우리의 ‘손’이 지닌 운명 속에서 기술과 윤리의 새로운 관계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촉구한다.
「니체의 내일?」은 1972년 ‘니체의 오늘?’이라는 컬로퀴엄을 실마리로 삼아 20세기 니체 해석사의 전환을 촉구한 거대한 일격이라 할 수 있었던 하이데거의 『니체』와 데리다, 들뢰즈의 논의를 바탕으로 역사수정주의의 욕망과 니체 사상과의 관계, 니체와 민주주의 및 사회주의와의 관계를 검토한다. 이에 이어지는 「아름다운 위험들: 레비나스, 데리다, 일본국 헌법」은 2002년 프랑스 스리지라살에서 열린 컬로퀴엄 ‘도래할 민주주의’에서의 발표를 텍스트화한 것인데, 전쟁과 테러가 만연하는 현 세계에서 ‘안전’ 개념과 ‘평화’ 개념을 어떻게 변별할 것인가라는 실천적인 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떠한 위험으로부터도 완전히 방어되는 ‘절대적 안전’이라는 면역 상태는 평화가 아니라 그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텍스트를 독해하고, 일본국 헌법의 성립 과정을 되짚으며 전후 일본의 헌법평화주의가 타자를 환대하는 평화주의가 될 수 없었던 까닭을 고찰한다.

제2부 ‘영상으로서의 아랍: 마라노’ 중 이 책의 제목에 해당하기도 하는 글 「응답하는 힘 혹은 ‘역사의 역사’」는 「스타비스키」 「여기 그리고 다른 어딘가」와 같은 장뤼크 고다르의 작품을 중심으로 알랭 레네, 미셸 클레이피, 클로드 란츠만의 작품과 들뢰즈의 『시네마』, 데리다의 『눈먼 자의 기억』 등의 텍스트를 함께 다루며 고다르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드러내려 했던 정치성과 역사성을 되짚는다. 저자는 고다르의 영화에서 역사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분석해 종합하는 영화의 힘을 느끼며, 영화란 역사와 관계하고 역사를 분석하고, 역사의 비전 그 자체의 변경을 촉발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제3부 ‘다시 찾은 장 주네’에서는 주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벌거벗음’ ‘눈멂’ ‘부끄러움’이라는 세 모티브를 중심으로 사르트르와 데리다의 텍스트를 함께 살펴보며 “타자, 즉 다른 민족, 다른 성, 나아가서는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의 부끄러움에 대해서조차 근원적으로 열려 있고 민감”했던 주네의 작품 세계를 탐색한다. 장 주네의 작품은 좌우 진영의 격렬한 찬반양론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알제리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장 주네의 희곡 『병풍』 또한 1961년 출판된 후 오랜 망명 끝에 1966년이 되어서야 프랑스에서 상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프랑스 국가와 군대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던 우익 단체가 연일 방해활동을 펼쳤는데, 저자는 이 상황을 일본에 빗대어 상상해본다. “『병풍』이라는 이 희곡이 만일 도쿄의 국립극장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 내지 침략전쟁의 맥락하에 새로 번안된 대본(무대는 조선이나 중국)을 바탕으로 상연되었다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게 될지를 리얼하게 상상함으로써. 『풍류몽담』도 『세븐틴』의 제2부도 읽지 못하는 사회,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역사』가 수십만 부나 팔리는 사회, 영화 「나눔의 집」 상영회가 항상 협박을 받고, 유미리柳美里 사인회가 중단되는 사회에서……. 이런 리얼한 상상을 통해서만 일본 연극에서의 포스트콜로니얼을 말하는 의미가 도출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어쨌든 우리는 이 점에서 1966년 프랑스의 훨씬 뒤에 머물러 있다.”(195쪽)


타자의 호소에, 부름에,
‘환대’와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제4부 ‘일본어의 미래 1’에서는 이정화, 양석일, 김시종 등 재일교포 출신 작가들이 일본어로 쓴 산문, 소설, 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시종의 시와 일본어의 ‘미래’」, 「시간의 탈식민지화」는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했던 시인 김시종이 어떻게 자신의 내부에 서식하는 일본어와 대치했는가를 탐색하는 글이다. 「어떤 ‘시선’의 경험」에서 저자는 이정화의 산문 「넋두리의 정치사상」을 독해한다. 이정화는 숨죽이며 살 수밖에 없었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그들의 슬픔을 줄곧 두려운 마음으로 응시한다. 저자는 “증언의 현재, 그것은 기억과 망각의 모든 힘들이 맞붙어 싸우는 삶의 현장이다. ‘이 일’을 말하지 않았던, 말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경우에 따라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던 그 과거의 시간과 결별하는 순간이다. 남은 삶을, 장래의 시간을, ‘이 일’을 말한 자로서 살아가겠다는 결단의 순간이다. 그것은 ‘특수한 체험’의 당사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에 관련되는 사태다. 따라서 기억, 망각, 증언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은 늘 어떠한 의미에서 ‘살아가기를 배우는’ 것으로 이어진다”(211쪽)고 말하며, 이정화의 텍스트를 통해 우리가 ‘기억 암살자’ 역사수정주의자들과 공범자가 되지 않고, 자유주의사관과 역사수정주의에 맞서기 위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제5부 ‘일본어의 미래 2’에서는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이름의 시인 구로다 기오의 작품 세계를 다루며 그의 기아飢餓사상이 정치적‧사상적으로 어떤 위상을 갖는지 파악한다. 또한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 해설과 그의 논문 「중국의 근대와 일본의 근대」 독해를 통해 다케우치의 ‘저항’을 둘러싼 사고를 파악하며 그의 사상의 유산을 역사수정주의적인 ‘역사 다시 쓰기’에 저항하기 위해 계승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제6부 ‘이름 붙일 수 없는 열도’에서는 저자의 폭넓은 독서편력을 통해 일본 사회 및 유럽 등에서 ‘타자’라는 이름으로 늘 소외와 배제의 대상이 되어온 이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에서 응시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서평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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