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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계급격차를 단호한 시선으로 관찰한 싱글맘의 이야기다.
많은 가족들이 지금도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거쳐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대한
묘사는 삶의 존엄성을 일깨워준다.” _버락 오바마
“이 책은 빈곤의 고군분투를 생생하고 열정적으로 그려낸다.
사회 안전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느끼는 좌절감과 그들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 제도적 모순, 그리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 제도의 벽
앞에서 받게 되는 모욕감과 같은 고충을 잘 드러낸다.” _록산 게이
“나는 안전했고 단 한 번도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28세, 싱글맘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일을 시작했다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이상한 사회에 대한
치밀하고 진솔한 르포르타주!
『조용한 희망』은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으며 버락 오바마, 록산 게이, 바버라 에런라이크 등 각계 인사의 강력 추천을 받은 책이다. 청소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운 싱글맘이 작가가 되기까지의 분투를 담은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계층격차와 차별, 저소득층이 겪는 빈곤의 악순환,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개인의 문제를 생생한 목소리로 담았다.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면서 작가를 꿈꾸던 저자 스테퍼니 랜드의 삶은, 한여름의 짧은 연애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지면서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남자친구 제이미의 학대를 견디다못한 그는 딸 미아와 함께 집을 나와 노숙인 쉼터에서 살게 된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스테퍼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녀가 싱글맘으로서 일하며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외상, 그리고 가난과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끊임없이 싸워낸 생생한 르포다.
지금까지 스테퍼니처럼 살아본 적 없다는 건 아마도 여러분이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처절한 궁핍 속에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목격하게 될 테다. 수중에 항상 돈이 부족하며 때로는 먹을 것도 부족하다. 땅콩버터와 인스턴트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고, 맥도날드는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만찬이다. 자동차, 남자친구, 사는 집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 정부 지원이 없다면 저임금 노동자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없다. 또한 복지 혜택은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다. 우리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_‘들어가며’ 중에서(바버라 에런라이크)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진저리날 지경이다
미국의 저소득층 지원제도의 허점은 수입이 기준선보다 1달러라도 높아지게 되면 지원금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복지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에도 대상자에 대한 배려란 없다. 시급으로 급여를 받는 노동자에게 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사무소를 찾아가 몇 시간씩 기다리는 건 그 자체로 생계를 위협받는 일이지만, 그를 보충하는 어떠한 방안도 없다. 회사와 고객의 동의를 구하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지원금 신청사무소에 함께 아이를 데리고 나와 몇 시간씩 함께 기다려야 한다.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겨우 이어나갈 수 있는 힘겨운 일상이다. 스테퍼니의 삶은 일할수록 더욱 가난해지는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백만 근로 빈곤층의 현실을 뼈저리게 보여준다.
아무런 직원 복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월세를 벌기 위해 전사처럼 투쟁하는 동시에 이렇게 아픈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 그런 현실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절망감에 항복해 그저 주저앉아 팔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어마어마한 충동을 억누르려 노력했다. 내가 하는 일은 사정 때문에 출근을 못하면 나중에 상황이 괜찮아져서 다시 출근을 한다 해도 그 일자리가 남아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자리였다. 물론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가까운 보수를 받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복리후생은 기대하지 않게 된다. (212쪽)
노숙인 쉼터를 떠나 저소득층 임대주택에 입주하게 되며 그는 뿌리깊은 편견과 마주하게 된다.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대개 마약과 술을 일삼고 생활 개선의 의지가 없는 낙오자들이며, 거주지를 불시 검문하는 등의 ‘사소한’ 사생활 침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 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식료품 구매 지원카드로 감자칩이나 맥주를 사는 저소득층의 모습을 조롱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그는 편안하고 안전함을 느껴야 할 집에서조차 무언가 다른 일을 닥치는 대로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혔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게으른 정부 지원 수혜자라고 누군가 손가락질할 것만 같았다고 고백한다. 책을 읽는 시간도, 여가 시간을 누릴 새도 없었다. 스테퍼니는 늘 무언가 쫓기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빈곤보다 그를 괴롭힌 건, 사회적 낙인이었다.
나는 타인의 연약한 구석을 엿보는
이름 없는 유령이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고객들의 저택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스테퍼니는 이 일이 타인의 연약한 면을 엿보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큰 수영장과 식당이 딸린 저택에 살지만, 고객들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각방을 쓰는 부부도 많았다. 아내와 아들을 사고로 잃은 슬픔에 잠긴 채 홀로 살아가는 할아버지도 있었다.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그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살아가는 집도 있었다.
부자이든 가난하든 누구나 불안하고 외로운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상하게도 스테퍼니를 괴롭히던 공황장애와 불안감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청소하며 고객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화를 주고받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가사도우미가 누구인지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집을 청소하며 스테퍼니는 고객들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기며 그들을 걱정하고, 궁금해하고, 멀리서나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며 그들의 일상에 대해 알게 되어서다. 전날 저녁에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느 의자에 앉아 어떤 책을 읽었는지. 먹어야 할 약은 얼마나 늘었는지 혹은 줄어들었는지. 스테퍼니는 더 이상 그들의 삶을 동경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고, 딸 미아와 함께하는 작은 원룸 보금자리를 소중히 여기게 된다. 저택의 주인들은 언뜻 보기에 근사한 삶을 살아가지만, 쫓기듯 사는 건 매한가지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며 사는 그들의 모습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스테퍼니에게 멋진 자동차나 해안가의 전망 좋은 주택은 없었지만, 최소한 딸 미아가 곁에 있었다. 그는 딸 미아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을 진정 받아들이게 된다.
나를 구원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일 뿐, 현실의 고달픔은 계속된다. 사회에서 배척당한 낙오자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벗기 위해, 스테퍼니는 새로운 남자들을 만난다. 데이트를 하는 동안에는 싱글맘이나 가사도우미라는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고 잠시나마 온전한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하지만 어떤 남자는 슈퍼맨처럼 스테퍼니를 구원하고 싶어했고 어떤 남자는 스테퍼니를 자기가 고용한 일꾼처럼 취급했다. 스테퍼니는 그제야 깨닫는다. 반려자가 필요했다기보다 싱글맘이라는 낙인을 벗길, 가족의 테두리가 필요했다는 걸.
나에게는 모든 상황을 개선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해 여름에 이를 악물고, 그 사람이 남자친구나 가족이 아닌 바로 나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나 지금이나 나를 도울 사람은 나뿐이었다. 누군가 다가와서 나를 사랑해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했다. 스스로 움직여야 했고 자세를 낮춘 다음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여곡절을 힘차게 헤쳐나가야 했다. (274쪽)
그가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청소 노동을 하고 대학 입시 공부까지 해내야 하는 삶은 매일 투쟁과도 같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고된 날들을 기록하며 글쓰기로 삶을 치유해나갔다. 결국 6년간의 가사도우미 생활 끝에 스테퍼니는 정부 지원과 학자금 대출을 통해 몬태나 주립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게 된다. 또한 뉴욕타임스 등에 자신의 청소노동자 생활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며 저소득층 여성의 생활에 대해 예리하게 파헤친 글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킨다.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켜주어야 할 존엄이 무엇인지, 스테퍼니의 글은 묻고 있다.
책 속에서
돈이 없어서 가난하게 사는 것은 보호관찰을 받는 것과 사뭇 비슷해 보였다. 생계수단이 없다는 것이 내 죄목이었다. (26쪽)
안전하다는 느낌은 내 안에 뿌리내려 있었다. 나는 안전했고 단 한 번도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더이상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49쪽)
나는 고객의 삶을 지켜보는 목격자였다. 한 달에 몇 시간씩 고객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집주인의 눈에 띄지 않게 먼지를 쓸고 때를 벗겨내며 카펫을 진공청소기로 깨끗이 청소하는 게 내 일이었다. (107쪽)
여전히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 중이었다. 자칫 한 번이라도 삐끗했다가는 다시 노숙인 쉼터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았다. 이 상황도 참고 견뎌내야 했다.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무엇보다도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미아에게 의지할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 했다. 출근을 하고 맡겨진 일을 해야 했다. “절대 무너지면 안 돼!” 스스로에게 거듭 되뇌었다. 이 말을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풀이했으며, 심지어
가끔씩은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기도 했다. (152쪽)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린 것 같은 상실감 때문에 괴로울 때는 가만히 앉아서 그 감정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감정에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했다. 조수석에 가재가 든 가방을 놓은 채, 차 안에서 다섯을 세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사랑해,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네 곁에는 내가 있잖아. (165쪽)
우리는 아슬아슬한 불균형을 유지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생존했다. 타인의 삶이 완벽해 보이도록 그들의 집을 반짝반짝하게 쓸고 닦는 동안 나의 존재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222쪽)
싱글맘이 된 이후, 매일매일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번아웃’이었다. 대부분의 날들이 짙은 안갯속에서 모터가 고장난 채 둥둥 떠다니는 보트가 된 기분이었다. (275쪽)
가난의 무게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밀고나가야 하는 절박감을. (302~303쪽)
“우리가 해냈어.” 미아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그저 산을 오르는 일뿐만 아니라 좀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일까지도. 우리에게 그 둘은 같은 의미였다. (4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