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구조 안에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함축하다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미국의 국방부 장관 럼스펠드는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면 위협이 닥쳤을 때 손도 못 쓴 채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무수한 기업의 사례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격한 바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진짜 문제다.
문제를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이들은 수많은 프레임워크와 도구를 개발해왔다. 불량률 최소화를 달성하는 6시그마나 40가지 이상의 문제 해결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트리즈 같은 도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전문가 수준의 이해력을 지닌 이들은 이런 툴을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코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인과 기업이 이해하기에는 도구의 구조가 너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도구가 갖는 철저함이 주는 아이러니다.
우리 사회의 극소수만이 고급 정보와 인력,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저자들은 여기에 착안해 보통 사람과 기업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문제의 축을 정의하고 이에 맞는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이 도구는 단순하며 시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전부를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단순한 구조 안에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함축되어 네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 데 질 좋은 밑거름이 된다.
40가지 이상의 사례가 주는 통찰
·인천과 서울 중 어디로 이사 가는 게 좋을까?
·우리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안착하는 데 필요한 전략은?
·대기업조차 위태로운 지금 스타트업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독보적 가치를 제공하고 신뢰를 얻는 방법은?
·내 고객에게 혜택을 주고 내 사업도 함께 성장시키는 방법은?
·상대와의 갈등을 풀고 설득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내 꿈을 좀더 빠르게 달성하는 방법은?
·많은 일 중 하나만 택해 집중하는 방법은?
·답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본문에서는 개인적인 사례부터 굴지의 대기업 사례까지 매트릭스로 풀어서 설명한다. 우선 매트릭스 설계의 기본 원리부터 알아야 하는데, 1장을 읽으면 자연스레 원리가 터득된다. 가령 품질, 기술 수준, 가격, 생산 방법, 규모의 경제, 유통망, 고객 가치, 신뢰도, 시장 세분화, 소비자의 니즈, 비용, 경쟁력, 차별점과 같은 복잡한 요소를 독자는 2×2 매트릭스의 4분면 안에 정리된 모습으로 기억하게 된다. 이 개념들을 종이 위에 그려보기만 하면 ‘원가 우위’나 ‘차별화’와 같은 강력한 대안이 도출되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문제 해결 과정의 연속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왜 그런 것이 생겼는지를 도구를 활용해 살피자는 게 이 책의 취지이기도 하다.
x축과 y축 그리고 4분면으로 이뤄진 2×2 매트릭스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감정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 이성적인 사고를 따르지 못한다. 이는 늘 후회를 낳지만 또다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도 불안, 두려움, 편안함, 익숙함 등의 이유로 습성에 젖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저자들이 제시하는 도구는 직관적이며 독창적으로, 논리에 기반해 4분면을 채워나간다. 그를 통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인간관계, 마케팅 전략, 역량 강화의 딜레마도 간단히 묘사하면서 상대방에게 설명 가능한 방식을 제시한다. 다음이 이 책이 추구하는 가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해결책
·간단하지만 깊이 있는 해결책
·어떤 문제에도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좀더 정밀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해결책
이 도구를 적용하면 당신이 직면한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문제의 해결책이 많다는 사실에 흥분되고 설렐 것이다.
제과, 맥주, 어묵, 외식 분야의 기업들은 어떻게 이 도구를 활용했나
이 책은 부록에서 저자들이 실행한 여러 기업의 컨설팅 사례를 싣고 있다. 기업 마케팅 전략 보고서는 두터운 분량으로 제출되지만, 여기서 보여주는 것은 매트릭스 안에 녹여진 간단한 응용력이다. 경영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경영자들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자사의 비즈니스가 갖는 강점이 무엇인지, 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사례는 환경 분석뿐 아니라 가치사슬 분석, 핵심 역량 분석, 새로운 시장의 탐색을 매트릭스로 제시해 독자가 현재 놓인 비즈니스 환경에 적용할 현실감 있는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