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와이어스의 걸작 <크리스티나의 세계>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백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고아 열차』 작가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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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문학 #예술적영감
“나중에 그가 말하길 내게 그림을 보여주기가 겁이 났다고 했다. 내가 그런 식으로 묘사되어 있는 나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뒤틀린 다리를 뒤로 늘어뜨리고 손가락으로 흙을 움켜쥐고 들판을 기어가고 있지 않은가. 개밀과 큰조아재비가 자라나 있는 건조하고 황량한 벌판. 감추어져 있지 않으려는 비밀처럼 멀리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저 무너져가는 집.” 본문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가 남긴 걸작 <크리스티나의 세계>에는 황량한 들판에 혼자 남겨진 채 언덕 위에 자리한 집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성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팔은 앙상하고 다리는 뒤틀렸지만 어딘지 결연한 모습으로 풀을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 올슨. ‘미국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는 그녀는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와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며 그에게 영감을 선사하고 이 그림의 모델이 되어준 실존 인물이다. 『세상의 한 조각』은 바로 이 여성,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 메인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녀의 삶과,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과의 특별한 관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의 작가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은 메인주 뱅고어에서 지내던 여덟 살 때 아버지로부터 <크리스티나의 세계>에서 모티프를 얻은 지역 화가의 목판화를 선물 받았다. 메인이라는 익숙한 배경에 자신과 이름이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을 보면서 작가는 어린 시절 내내, 머나먼 언덕 위에 자리잡은 빛바랜 회색 집을 향해 몸을 내민 이 가냘픈 여자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소설가가 되어 『고아 열차』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성공시킨 뒤 작가는 다시금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을 떠올렸고, 이후 몇 년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직접 그림을 보면서, 또 크리스티나 올슨의 집에 가보고 그녀와 앤드루 와이어스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이 소설을 구상해나갔다. 이미 『고아 열차』에서 사실과 허구를 한데 엮어 잊힌 역사를 재조명하고 울림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증명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에도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와 캐릭터에 살을 붙여나갔고, 그렇게 이 아름다운 소설 『세상의 한 조각』을 탄생시켰다.
“이 집과 이 들판과 이 하늘은 세상의 작은 조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다.”
소설은 크리스티나 올슨이 세 살 때인 1896년에 시작하는 과거의 이야기와, 크리스티나와 앤드루 와이어스가 처음 만난 1939년부터 이어지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메인주 쿠싱이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크리스티나 올슨은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후 거동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 활발하고 활기가 넘쳤으며, 삶에 대한 의욕과 동정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사람이었다. 불안한 걸음걸이로 절뚝거리며 넘어져가면서도 왕복 5킬로미터를 걸어 학교에 다녔고,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의 뒤를 이어 이 학교의 교사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을 정도로 똑똑했다. 하지만 올슨 가족이 커다란 저택과 농장을 건사하는 데는 크리스티나의 노동력이 필요했고 결국 그녀는 교육을 더 받지 못하고 집안 살림을 도맡게 된다.
크리스티나가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를 처음 만난 건 벳시라는 아이를 통해서였다. 여름마다 쿠싱으로 휴가를 와 스스럼없이 크리스티나에게 다가온 소녀 벳시는 어느덧 어른이 되어 훗날 결혼하게 될 화가 앤드루를 크리스티나의 집으로 데려온다. 처음에는 크리스티나의 집을 그리고 싶어하던 앤드루는 어느덧 집안에 자리를 잡고 매일 작업을 하고 크리스티나와 남동생 앨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다.
흉부 감염으로 인해 오른다리가 뒤틀린 앤드루 와이어스와 크리스티나는 서로 닮은 점이 많았다. 둘 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했지만 고집스러울 만큼 독립적이었고, 다른 이에게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병적일 정도로 혼자인 것을 즐겼으며, 금욕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갈망했다. 그랬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았고, 와이어스는 본능적으로 크리스티나의 가장 깊은 곳에 닿아, 연약한 동시에 활기 넘치고 결연한 동시에 갈망에 차 있는 그녀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리스티나가 평생을 보낸 언덕 위의 집과 그곳의 들판, 하늘, 지평선은 세상의 작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크리스티나에게는 그곳이 세상의 전부였다. 그리고 그 작은 세상에 살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앤드루 와이어스의 화폭에 담긴 순간 캔버스 너머로, 세상의 중심으로 영원히 뻗어나간다. 평생 자유를 갈망해온 그녀는 이제 세상의 중심에서 영원히 살게 된 것이다.
▶ 추천의 말
거침없는 문학적 상상력과, 과거와 사람의 마음을 향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이 결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 미술사를 주제로 펼쳐지는 시간여행이자 멋진 즉흥 예술과도 같은 이 근사한 이야기는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이 등장해 책으로 써주길 그동안 내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클 셰이본(소설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 <크리스티나의 세계>에 등장하는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 이 아름다운 소설은, 디테일이 살아 있고 감동적이며 그 세상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간다. 앞으로 그 그림을 볼 때마다 이 소설과 책장 속 인물들이 떠오를 것 같다. 에릭 라슨(작가)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의 전경에 자리잡은 정체 모를 인물은 미국의 모나리자다.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은 그 베일을 벗겨 이렇듯 풍성한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세상의 한 조각』은 언덕 꼭대기의 그 집에서 살아간 인생을 다정하고 비통하게 조명한다. 릴리 킹(소설가)
『세상의 한 조각』은 20세기 중반 메인 해변의 농가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이 소설에 영감을 준 그림과 마찬가지로 단순해 보이는 풍경 안에 담긴 방대한 사랑과 갈망을 펼쳐 보인다.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은 이 한 조각의 세상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굉장한 결과물을 창조해냈다. 가슴 뭉클하면서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환상적인 소설이다. 네이선 힐(소설가)
역사와 예술을 사랑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크리스틴 해나(소설가)
『세상의 한 조각』의 굉장한 점은, 독자가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듯 이 책에 빠져들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평온하면서도 심오한 이 소설은 예상치 못한 소박한 우정이 가진 치유의 힘을 보여준다. 북페이지
클라인의 재능은 진부함 없이, 때때로 역사소설을 짓누르는 실화에 대한 부담감 없이 순수하고 강렬한 이야기를 해내는 데 있다. 소설 속에서 크리스티나는 그녀 특유의 조용한 방식으로 성취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 소설도 그렇다. O, 오프라 매거진
▶ 책 속에서
그가 하나는 제대로 그리긴 했다. 어떨 때는 안식처였고 어떨 때는 감옥이었던 언덕 위의 그 집은 예나 지금이나 내가 사는 곳이다. 나는 평생 그 집을 갈구하는 동시에 거기에서 탈출하고 싶어했고, 거기에 붙들려 마비된 채로 지냈다. (오랜 세월 동안 깨달은 바에 따르면 세상에는 수많은 방식의 장애와 수많은 형태의 마비가 존재한다.) 우리 조상은 세일럼에서 메인으로 도망쳤지만,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출신지에는 불변의 무언가가 뿌리내리고 있다. 아무리 멀리 떠나더라도 집안 내력이라는 굴레에서는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다. 사는 집의 뼈대 안에 이전 모든 세대의 골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본문 12쪽
“우린 저마다 감당해야 하는 짐이 있단다. 너는 이제 네 짐이 뭔지 알게 된 거야. 잘된 일이지 뭐냐. 앞으로 그것 때문에 놀랄 일이 없을 테니.” 본문 37쪽
“왜 그렇게 자꾸 집을 그리니?” 하루는 같이 부엌에 앉아 있을 때 내가 묻는다.
“아, 저도 모르겠어요.” 그는 높은 걸상 위에서 자세를 바꾸며 말한다. 손가락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잠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뭔가를…… 포착하려고 하는 중이에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집 자체가 아니라, 이 집의 느낌을요. 작가지만 화가이기도 했던 D. H. 로런스는 이런 문구를 남겼죠. ‘사물의 본체에 가까워지면 우리를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움직임을 들을 수 있다.’ 제가 그러고 싶어요. 사물의 본체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최대한. 그러려면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계속 점점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해요.” 본문 74~75쪽
“사람들은 저더러 사실주의 작가라고 하지만 솔직히 제 그림은 절대…… 사실적이지 않아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제거하고 그 자리에 저를 집어넣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냐, 너를 집어넣다니?”
“그게 저만의 비밀이에요, 아주머니.” 그가 말한다. “저는 항상 저를 그려요.” 본문 75쪽
나는 진심으로 그의 말을 이해한다. 복잡한 감정을 뼛속 깊이 간직한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 유령들로 우글거리는 과거에 발목 잡힌 심정이 어떤 건지 안다. 본문 170쪽
나는 소망의 파괴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을 원하는 마음과 구원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의 파괴력에 대해 생각해본다. 보스턴에서 보낸 시간으로,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내 믿음만 더욱 공고해졌다. 내가 나뭇가지에 펄럭이는 누더기를 매달고 머리 위로 아무리 열심히 흔들어도 멀리서 어선이 나를 구출하러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 271쪽
깨져버린 꿈과 약속을 딛고 지금까지 살아온 여자가 여기 있다. 그녀는 여전히 살고 있다. 영원히 저 언덕 비탈에서, 캔버스 가장자리까지 펼쳐진 세상의 중심에서 살 것이다. 그녀의 조상은 마녀이고 박해자이고 모험가이고 집에만 붙박여 있던 사람이고 몽상가이고 실용주의자다. 그녀의 세상은 제한적인 동시에 한계가 없고, 집으로 찾아온 낯선 사람이 미래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 그녀가 진심으로 갈망하는 것은 남들과 같다. 알아봐주는 것. 본문 363~3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