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앉은 의자 어른을 위한 동화 9
- 저자
- 이병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1999-08-02
- 사양
- 신국판
- ISBN
- 89-8281-206-7 0381
- 분야
- 어른을 위한 동화
- 정가
-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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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깊이 있는 현실 인식과 단단한 문체, 그리고 빼어난 서정성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병천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젊은 작가 이병천이 나직하게 전하는 초목들의 푸른 언어와 정수진 씨의 따뜻한 삽화가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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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병천
1956년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이 당선돼 한동안 시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더듬이의 魂」이 당선된 후 소설에 주력해왔다. 소설집 『사냥』 『모래내 모래톱』 등과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저기 저 까마귀떼』가 있다.
정수진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 및 Art Institute of Chicago MFA 과정을 졸업했다. 1999년 6월 대구 시공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1998년 "도시와 영상의식주전", 1999년 "주차장 프로젝트 1"의 단체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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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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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느릅나무 의자’가 있다.
‘인연의 비밀’을 알고 있는 느릅나무 의자가 풀어내는 우연과 필연의 미학!
젊은 작가 이병천이 나직하게 전하는 초목들의 푸른 언어!
깊이 있는 현실 인식과 단단한 문체, 그리고 빼어난 서정성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병천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1998년 「느릅나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계간『문학동네』(15∼16호)에 연재되었던 것으로 정수진씨의 따뜻한 삽화와 더불어 문학동네의 아홉번째 ‘어른을 위한 동화’로 새롭게 태어났다.
동식물을 의인화하며 우화성을 강조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궁극적 지향은 인간과 세계의 비밀을 밝히는 데 있다. 시적인 상상력과 문체가 요구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인 출신인 작가 이병천씨는 이번 작품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의 모범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원자화되어 분주한 일상의 틀에 얽매인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발견하는 지혜와 깨달음의 눈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한 그루 느릅나무였던 변두리 역사 대합실의 나무 의자가 되어 자기 자신이 아닌,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삶의 형태에 이끌려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참다운 ‘나’와, 그 참다운 ‘나’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연의 세계를 일러주고 있다. 느릅나무 의자의 눈과 귀가 되어, 보고 들은 다섯 사람들의 우연과 필연에는, 우리들이 스쳐 지나가는 삶의 매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의 겹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인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을 안고자 한 의자가 바라본 배꼽과 배꼽 사이의 인연의 끈
세상에는 단 한 사람도 같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반쪽’을 찾아 만나고 헤어지며, 아파하고 그리워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즉 그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원리에 의해 작동되는 것인가. 변두리 역사 대합실을 지키는 의자의 꿈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자의 소망은 “전 세계에 걸쳐 십억 명쯤의 인구가 어떻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사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의자의 눈길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에게 몸을 기댔던 한 소녀로부터 시작한다. 회사 부도로 실의에 빠진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소녀 두국화(杜菊花), 새를 파는 가게에서 일하며 야간대학에 진학하려는 청년 정차수, 신혼 여행중 남편과 다투고 눈물을 흘리는 새각시 배정란, 리우 데 자네이루 병원 노동조합 사무부국장으로 첨단 특허 의약품 구입 협상차 한국에 들른 브라질 여자 리아 마리아, 우리나라 수출품 1호인 가발 공장 공장장인 50대 아저씨.
대합실 의자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차례로 품으며 그들 사이에 얽힌 인연의 끈을 밝혀낸다. 사람들이 온몸에 칼질을 하는 바람에 느릅나무 의자는 고작 다섯 사람만을 안았지만 그들과 연관된 숱한 사람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이를 가리켜 “어떤 신비한 빛을 꼬아서 만든 실타래처럼, 질기디질긴 인연의 끈이 사람들의 배꼽과 배꼽에 줄줄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라고 표현한다.
“서로가 서로를 사무치게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는 순간을 확인하는 일은 놀랍고도 신기하다. 또한 그것이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그 기쁨은 배로 커지게 된다. 느릅나무였던 의자가 병실의 화분 받침대로 운명을 달리하면서 이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한다. 의자였을 때 품에 안았던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TV 중계차가 일곱 대나 동원된, 축제 마당과 같은 이 자리에서 작가는 그 흥분과 감격스러움의 근원을 설명한다. 바로 태생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사무치게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앉은 의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인연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선 작고 사소한 것들과의 대화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삶이란 결국 사물과 자연, 생명과 우주,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대화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한 그루 푸른 나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얻은 셈이고, 나아가 우주와도 대화할 수 있는 선택받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이란 소유나 지배가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작고 사소한 존재들과의 대화에서 비롯한다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사실을 작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깊이 있는 현실 인식과 단단한 문체, 그리고 빼어난 서정성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병천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젊은 작가 이병천이 나직하게 전하는 초목들의 푸른 언어와 정수진 씨의 따뜻한 삽화가 어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