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에서 촉발된 이집트 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후 잇달아 소개된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과 〈이집트 문명전〉과 같은 대형 장기 순회 전시회, 그리고 최근 문학동네에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한 『이집트 사자의 서』(서규석 편저)와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에 이르러 한 절정을 맞고 있다. 지금 이집트 붐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세기말적인, 밀리니엄 현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가르침,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 출간!
과거의 지혜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사는 일은 언제나 커다란 매혹이다. 더구나 그 지혜가 견딘 시간이 오래면 오랠수록, 현재를 비추는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매혹의 진폭은 커지게 마련이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이 그러하다. 이 책은 시공을 뛰어넘는 지혜와 진실의 찬란함으로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이집트 학자 프랑수아 샤바가 다각도의 연구 끝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으로 단언한 이 잠언집은 4,300여 년 전, 고대 이집트 왕국의 재상이었던 백십 세의 현자(賢者) 프타호텝이 신성문자로 파피루스에 기록한 것인데, 이집트의 파라오 시대가 끝날 때까지 대를 이어 전해져온 기적적인 문헌이다.
1822년 장프랑수아 샹폴리옹의 저 위대한 로제타 석(石) 발견 이후 신성문자의 해독이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이집트 학자들에 의해 고대 이집트의 유적과 고서들이 새로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지던 이 무렵, 엔지니어이며 화가였던 영국인 프리스 다벤(1807∼1879)이 옛 테베 강변에서 우연히 손에 넣게 된 한 권의 파피루스, 그것이 바로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이 담긴 단 하나의 완본이었다. 그의 이름을 따 ‘프리스 파피루스’라고 불리는 이 문헌을 이처럼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하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4,3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저 옛날 속깊은 현자의 사상이 되살아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이 문헌은 많은 이집트 학자들에 의해 여러 차례에 걸쳐 번역되었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크리스티앙 자크판(版)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은 새로운 해석과 치밀한 번역으로 현대의 정본(定本)에 값한다. 우리에게는 이미 소설 『람세스』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이집트 연구가 크리스티앙 자크는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풍부한 해설, 원전의 구절구절에 첨부한 상세한 주해, 새로운 번역으로 4,300여 년 전의 지혜를 거의 완벽하게 복원시키고 있다.
지혜로운 인간, 충만한 삶을 일깨워주는 가장 오래된 잠언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나 경험이 풍부한 현자들은 자신의 후계자가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혜의 말’을 편찬할 의무가 있었다. 이집트인들은 이 ‘지혜의 말’을 지성과 감성이 균형잡힌 완전한 인간 존재로 이끌어주는 가르침으로 여기며 정성을 다해 마음에 새기고 후손들에게 전해왔다. 오늘 우리가 이 책에서 보는 것은 크리스티앙 자크가 과거와 현재의 맥락을 넘나들며 놀라울 정도의 꼼꼼함으로 복원한 그 지혜의 실체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은 ‘서문’ ‘프타호텝의 지혜의 말은 이런 것이다’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 ‘결론’ ‘참고 문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서는 이 책에 대한 역사적인 고증을 통해서 당시 이집트의 문화와 사회 구조에 대한 철저한 해석과 함께 이집트 문화 연구의 발전 과정까지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프타호텝의 지혜의 말은 이런 것이다’는 원전에 대한 일종의 현대적 해설이라 할 수 있다. 프롤로그와 서른일곱 개의 교훈, 아홉 부분으로 나뉜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는 문헌의 구성을 분석하면서 하나하나의 교훈에 담긴 의미 및 당시의 사회상, 문화와 관습 등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하고 있다.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은 문헌을 번역한 부분이다. 마흔다섯 개의 교훈과 프롤로그, 완전한 말의 교훈, 교훈의 끝으로 구성된 원전을 번역하면서 크리스티앙 자크는 상세한 주해를 붙였다. 이 주해는 크리스티앙 자크의 번역본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해에서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전의 번역본들을 상세하게 검토하여 해석상의 차이점이나 오역 부분을 꼼꼼하게 지적하고, 원문의 역사적 맥락을 복원하고 있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국어판에서는 원문 자체의 독자적인 감상과 주해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후주로 처리했다.
오늘, 프타호텝의 지혜를 읽는 것은 놀라움이며 환희이다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은 한마디로 현자로 사는 법, 즉 지혜로운 인간으로 사는 법을 후손에게 남긴 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4,300여 년 전 프타호텝의 글이 살아남았으며,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견뎌낸 힘은 시공을 초월한 진리의 완전성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법,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법에서부터 진정한 친구를 가려내는 법, 이상적인 여자를 만나는 법, 탐욕에서 벗어나는 법 등등 인간사의 모든 국면을 아우르면서 펼쳐지는 프타호텝의 지혜는 간결하고 꾸밈 없는 언어로 읽는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오함과 정확함, 통렬함과 섬세함이 배어 있는 이 책에서 우리는 조화롭게 자신의 존재를 구축해나가는 지혜로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우리가 신성문자로 남겨진 고대의 지혜와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크나큰 놀라움이며 환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발생 가능한 모든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진정한 ‘삶의 기술’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혜로운 행위란, 영원한 계율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공정함을 향해 마음을 여는 것임을 알게 된다.”―『르뷔 필로조피크』 지
“각각의 잠언들은 통치의 기술, 여자를 대하는 방법, 제대로 말하는 법, 우정의 용법, 에너지를 올바로 쓰는 방법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악튀알리테 드 리스투아르 미스테리외즈』 지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에서 크리스티앙 자크는 포기, 회피, 이기주의와 무지가 판치는 이 세상을 통렬히 비난하고 있다.”―『앙테오스』 지
크리스티앙 자크는 현존하는 최고의 이집트학자이며, 소설 『람세스』로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에 이집트 바람을 몰고온 작가이다. 1947년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이집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방송국 프로듀서와 문학잡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1987년 첫 소설 『이집트인 샹폴리옹』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12권의 연구서와 20여 권의 에세이집 등을 출간해 명실상부한 이집트 전문가로 자리를 굳혔으며, 『태양의 여왕』 『투탕카몬 사건』 『람세스』 등으로 프랑스 최고의 인기 작가로 떠올랐다.
프타호텝은 기원전 2400년경에 활동한 고대 이집트의 현자이다. 총리대신 등 여러 직책을 맡으며 오랜 세월 동안 파라오와 이집트를 위해 헌신했다. 그의 나이 백십 세 되던 해, 지혜를 담은 가르침을 남기겠노라 마음먹고 『현자 프타호텝의 교훈』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