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
- 저자
- 하종오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1999-10-25
- 사양
- 208쪽 | 신국판 변형(153×215
- ISBN
- 89-8281-220-2 0381
- 분야
- 어른을 위한 동화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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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정가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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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인간에게도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고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 저 도요새들처럼. 더러는 신 을 향해 가고 더러는 유토피아를 찾아가지만 이 지상에 더 많이 남는다, 저 도요새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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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종오
195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으며, 197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부터 "反詩" 동인으로 활동했고, 1983년 「신동엽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 『사월에서 오월로』 『분단동이 아비들하고 통일동이 아들들하고』 『꽃들은 우리를 봐서 핀다』 『님시편』 『쥐똥나무 울타리』 『사물의 운명』 『님』 등이 있으며, 굿시집 『넋이야 넋이로다』 등을 펴냈다.
이상권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회, 단체전 20여 회를 가졌다. 한겨레신문 연재소설 『IMF 인생』의 삽화를 비롯해 『이원수 동화나라』 『날아라 풀씨야』 『금이와 메눈취 할머니』 『파브르 식물이야기』 『사랑의 학교』 등의 삽화를 그렸다.
연필 소묘에 일부를 채색하는 기법을 사용한 『도요새』의 삽화는 세밀화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도요새의 체온이 느껴질 만큼 부드럽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다양한 앵글에서 도요새를 포착하여, 도요새의 몸짓과 표정이 만져질 듯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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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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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인간에게도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고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 저 도요새들처럼.
더러는 신을 향해 가고 더러는 유토피아를 찾아가지만
이 지상에 더 많이 남는다, 저 도요새들처럼.
1만 킬로미터의 외로운 비행, 그 머나먼 생의 길
민주, 민중, 민족이라는 거대 서사가 휩쓸던 80년대를 건강한 민중적 상상력과 유미주의적인 언어로 통과하면서 시대의 고뇌를 빼어나게 형상화한 바 있는 하종오 시인이 어른을 위한 동화 『도요새』를 펴냈다. 최근 펴낸 시집 『님』에서 보여지듯이 90년대 초입에서 공백기를 가졌던 하 시인은, 상생의 세계, 다시 말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현실 속의 지극히 자연스런 존재로서의 ‘님’과의 합일을 추구해왔다. 화해와 포용을 덕목으로 하는 그의 새로운 시세계는, 안과 밖, 지배와 피지배, ‘나’와 ‘너’의 구분이 없는 세계를 지향해왔다. 자연이 현실을 배제하지 않고 넉넉하게 끌어안듯이, 시인 역시 누추한 현실의 한가운데 서서 현실은 물론이고 현실 너머의 세계와 대면한다. 그러나 그가 마침내 가 닿고 싶어하는 저 합일의 세계는 ‘나’와 ‘너’가 사라지는 무화의 세계가 아니다. 조화를 이루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인 하나가 되지 않는, 화이부동(化而不同)의 상대적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도요새』는 그 동안 그가 천착해온 화두, 즉 상생과 합일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풀어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요새의 중간 기착지인 강화도에서 쓰여졌다. 90년대 초반, 직장을 그만두고 강화도에 허름한 농가 하나를 구한 하종오 시인은 지난 몇 년 동안, 일 주일에 삼사 일을 강화도에 들어가 농사를 지었다. 서울이라는 숨막히는 인공낙원에서 벗어나 시와 자기 자신, 그리고 자연을 새롭게 만났다. 흙과 강, 갯벌과 바다로 대표되는 강화도의 자연이 도요새를 ‘부화’시킨 것이다. 삶에게 주어진 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신에게 귀의하기 위해 떠나는 길,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길, 그리고 지상(현실)에서 살아남는 길. 작가는 이 가운데에서 세 번째 길, 그러니까 현실 안에서 현실을 뛰어넘어, 마침내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가장 지난한 길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요새는 일단 이동경로에 오르면 먹이를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1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기나긴 비행을 계속한다. 매년 알을 낳기 위해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북극권 시베리아로, 월동하기 위해 북극권 시베리아에서 남반구 오스트레일리아로 비행하는 도요새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의 서쪽 강화도 갯벌에 내려 며칠간 휴식을 취한다. 우리가 도요새를 볼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이때뿐이다.
신, 유토피아, 그리고 현실을 향한 끝없는 날개짓
도요새는 왜 그 머나먼 이동경로를 왕복 비행하는 것일까? 그 진정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도요새』는 우선, 그 비밀에 접근하는 작품이다. 도요새의 부화와 성장, 먹이와 가족 구성, 장거리 비행 등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도요새의 생태가 상세하게 소개된다. 도요새들은 알에서 깨어나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도요새의 성장을 따라가다 보면, 생의 비밀에 대한 어린 도요새의 질문과 어른 도요새의 답변은 어느새 잠언처럼 읽힌다. 단정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는, 마침내 도요새를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고독한 구도자로 보이게 한다. “북두칠성”으로 비유되어 있는 신, “허공의 세계”로 설정되어 있는 유토피아, “지상의 세계”로 함축되어 있는 현실이 작품 속에서 도요새들이 선택하고 투신해야 할 생의 길로 나타난다. ‘어머니도요’와 ‘참맑은은하수도요’는 신으로부터 받은 운명에 순응하고, ‘아버지도요’와 ‘거친바람도요’는 신념에 따라 유토피아를 찾아나서고, 작품의 화자인 ‘나’(‘고요한별빛도요’)는 땅 위에서의 완전한 삶을 찾아서 방황한다. 바로 이들에게서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자라고 병들어 죽게 되기까지 체험하는 성장의 고뇌와 욕망, 자아의 추구, 금기의 파괴, 이상과 현실의 간극, 만남과 헤어짐의 모순, 생과 죽음의 합일이 하나하나 밝혀진다.지상에서 두 발을 뗄 수 없는 인간에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 특히 도요새처럼 1만 킬로미터를 ‘무급유’ 비행하는 새들은 새로운 시선과 시야를 제공한다. 새는 지상을 벗어날 수 있는 날개를 갖고 있지만, 바로 그 날개 때문에 추락할 수 있다. 새는 비록 높이, 멀리, 빠르게 날 수 있지만 숙명적으로 땅과 관련되어 있다. 먹이를 하늘에서 구하는 새는 없기 때문이다. 하늘은 새에게 ‘땅’ 혹은 ‘바다’인 것. 그리하여 작가는 “이 지상에 더 많이 남는” 도요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현실 안에서 현실을 뛰어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고 떠나야 할 이유가 있다, 저 도요새들처럼. 더러는 신 을 향해 가고 더러는 유토피아를 찾아가지만 이 지상에 더 많이 남는다, 저 도요새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