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결혼 이제하 소설전집 7
- 저자
- 이제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1999-10-28
- 사양
- 392쪽 | 신국판
- ISBN
- 89-8281-231-8 0381
- 분야
- 장편소설, 전집/선집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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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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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환상적 리얼리즘의 작가 이제하의 세번째 장편소설『진눈깨비 결혼』은 1988년 경남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시습時習의 아내」를 개제(改題)한 작품이다. 80년대 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4·19로 첫사랑을 잃은 43세의 교수 최진우와 80년 광주에서 첫사랑을 잃은 26세의 젊은 처녀 지소영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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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3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고교를 거쳐 홍익대 조소과에서 수학했다. 1957년 『현대문학』에 시 추천, 『신태양』지에 소설 「황색 강아지」당선, 196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손〔手〕」입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1985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로 이상문학상을, 1987년 『열망』(원제:광화사)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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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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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환상적 리얼리즘의 작가 이제하의 세번째 장편소설
『진눈깨비 결혼』은 1988년 경남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시습時習의 아내」를 개제(改題)한 작품이다. 80년대 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4·19로 첫사랑을 잃은 43세의 교수 최진우와 80년 광주에서 첫사랑을 잃은 26세의 젊은 처녀 지소영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 우리 현대사의 근원적 모순을 함축하고 있는 8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하 소설로서는 보기 드물게 시대와 역사, 현실과 정치 문제를 직접적인 화제로 삼아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창작 도정에서 매우 특별한 의의와 위상을 점하고 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필자에게 1980년대란 그처럼 대책 안 서고 을씨년스런 풍경이었다고 할밖에 없다”고 고백하고 있듯이, 이 작품은 ‘광주의 연대’를 살아낸 한 작가의 내면 풍경이면서 80년대라는 시대에 대한 하나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이제하 특유의 예리한 감성적 문체, 상징적이고도 환상적인 에피소드들이 어우러져, 소설을 읽는 독특한 재미와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모순으로 가득 찬 80년대의 시대적 초상
한국 현대사에서 80년대란 갈등과 대립,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 찬 시대였다. 작가는 최진우와 지소영 두 사람을 결혼이라는 틀 속에 집어넣어 그들의 결혼생활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을 보여줌으로써, 80년대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부조시켜나간다. 이 두 사람은 역사적 격변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부끄러움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심리적 갈등은 개인적 상처 차원만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는 역사의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여기에 세대적 계층적 차이, 가족간의 원한관계가 이들의 결혼생활에 또다른 갈등 요인을 제공한다. 자기 부정과 일탈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처입은 이들이 일쑤 나아가는 길이다. 결혼을 앞두고 무녀 차림의 여자와 환상 속에서 관계를 맺는 최진우의 행위나 “두번 다시 사내가 나를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결혼 전날 스스로 자신의 처녀성을 파괴하는 지소영의 행위는 부정과 일탈의 극단적인 예이다.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80년대를 살아오면서 작가가 품고 있었던 갈증과 혐오를 보여주는 동시에 저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모든 동시대인들의 갈증과 혐오를 드러내준다. “알맹이는 바스라지고, 그걸 싸고 있던 내용은 벌써 부패해서, 오직 악쓰는 소리만이 혼미 속에 남아 있을 뿐”인 그런 세월의 기록인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바라보는 이 모순적인 현실세계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 내면과 뗄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구조적 상동성을 가진다. 4·19나 5·18 같은 사건들에 접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서 “추악한 정욕”을 본다. 그리하여 역사나 현실이라는 외부세계의 그림자는 바로 ‘나’라는 자아의 내면에 뿌리내리고 있는 어떤 폭력적인 충동이나 환상의 투사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적 폭력과 억압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탐구’라는 이제하 소설세계의 본령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하겠다.
역사의 폭력과 마주한 개인의 성찰과 환상의 힘
문학평론가 김진수는, 이 작품이 “세계의 폭력에 대해 ‘나’ 역시 책임이 있다는, 아니 어쩌면 바로 ‘나’의 욕망이야말로 저 세계의 폭력이 기원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성찰의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역사와 개인, 세계와 자아, 타자와 주체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할 때, 일본인 아내와 헤어져 홀로 의연한 삶을 살아가는 오덕 선생이야말로 “정신을 잃지 않은 어른”이며,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참된 인간의 모습을 간직한 인물이다. 그가 보여주는 철저한 자기 성찰은 이 작품이 제기하는 커다란 화두인 동시에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역사와 개인의 문제를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는 데서 우리는 작가의 폭넓은 통찰력과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이제하 특유의 환상적 에피소드들이 더해져, 정치와 역사 문제를 지금까지의 다른 한국 소설들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문학적 위상을 확보해내고 있다.
『진눈깨비 결혼』은 시대적 아픔에 대한 성찰과, 치열한 존재론적 고뇌에서 탄생한 환상의 힘이 서로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면서, 탁월한 인간 이해와 고도의 예술적 경지를 동시에 성취해낸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제하 소설전집을 펴내며
후배작가들의 영감의 원천, 우리 시대의 르네상스적 예술가
우리 문학사에 ‘예술가 소설’이라는 새 장을 열며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제하. 시인, 소설가 등 여러 문인 후배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예술적 감수성의 세례자로서 값진 영향을 준 우리 시대의 장인. 시·소설·그림·영화평론·작곡 등 장르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작품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르네상스적 면모를 보여온 그는 1957년 문단에 나온 이후 전통적인 소설작법과 관습적인 서술방법을 과감히 깨뜨리고 개성적이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개인의 내면을 깊이 천착한 작품세계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특히 그의 소설이 추구한 ‘환상적 리얼리즘’과 ‘광기(狂氣)의 미학’은 여전히 한국문학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제 시대적 아픔과 존재론적 고뇌를 함께 끌어안음으로써 우리 소설의 폭과 깊이를 확장시킨 이제하 소설의 정본을 독자 앞에 내놓는다. 그의 30여 년의 문학 인생을 결산하는 『이제하 소설전집』은 그가 쌓아올린 문학적 위업과 도저한 예술혼을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문학동네는 『열망』 『초식』 『기차, 기선, 바다, 하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진눈깨비 결혼』에 이어 전권을 지속적으로 펴낼 예정이다.
1. 소설집 『초식草食』―출간
2. 소설집 『기차, 기선, 바다, 하늘』―출간
3. 장편소설 『열망熱望』(전2권)―출간
4. 소설집 『돌의 사막, 풀의 국경』
5. 소설집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출간
6. 장편소설 『유자』
7. 장편소설 『진눈깨비 결혼』―출간
8. 장편소설 『모래틈』
9. 장편소설 『파락호의 수기』
10. 장편소설 『선생님』
11. 소설집 『울트라마린의 청춘』
12. 짧은소설 『코』
환상적 리얼리즘의 작가 이제하의 세번째 장편소설『진눈깨비 결혼』은 1988년 경남매일신문에 연재되었던 「시습時習의 아내」를 개제(改題)한 작품이다. 80년대 초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4·19로 첫사랑을 잃은 43세의 교수 최진우와 80년 광주에서 첫사랑을 잃은 26세의 젊은 처녀 지소영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