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 저자
- 김현영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05-06
- 사양
- 232쪽 | 신국판
- ISBN
- 89-8281-284-9 0381
- 분야
- 소설집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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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젊은 여성작가 6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독신, 그 매혹과 불안. 그렇게, 90년대에 등단한 여섯 명의 젊은 여성작가들은 신선한 감수성으로 "독신"을 상상하고 "독신"의 내밀한 풍경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행복하게 결합하지 못하는 사랑, 완전한 관계의 미망 속에서 익숙해진 외로움에 안주하는 사람들, "화려한 싱글"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독신의 권태로운 일상, 혹은 당당한 선택으로 마주하는 독신의 공간 등 다양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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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73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명지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7년 『문학동네』 문예공모에 단편소설 「여자가 사랑할 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냉장고』 『까마귀가 쓴 글』이 있다. 1999년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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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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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테마소설집 『독신』 출간!
젊은 여성작가 6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독신, 그 매혹과 불안.
바이러스처럼 늘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저항력이 약해질 때면 일상의 무늬를 흩뜨려놓는 화두들이 있다. 앞선 두 권의 테마소설집에서 다룬 ‘서른 살’(『서른 살의 강』, 1996년 출간)과 ‘죽음’(『꿈꾸는 죽음』, 1997년 출간)이 그런 것이 아닐까. 이어지는 세번째 테마소설집의 화두는 ‘독신’이다. 독신의 사전적 정의는 ‘①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 ②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다. 통상은 두번째 뜻으로 쓰며 여성의 경우를 지칭하기가 쉽다. 문학동네의 기획 의도도 그러했지만 작가들의 상상 공간에서 ‘독신’의 실존적 풍경이 전혀 낯선 맥락으로 빚어지기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독신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의 요청은 달라진 시속(時俗)과 감성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 영원한 실존적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결혼 속에도 독신은 존재했으며 독신은 신종 ‘계급’이기까지 했다. 틈만 벌리고 깨지지 않는 피스타치오에서 독신의 내면을 본 참신한 상상력도 있었다.
그렇게, 90년대에 등단한 여섯 명의 젊은 여성작가들은 신선한 감수성으로 ‘독신’을 상상하고 ‘독신’의 내밀한 풍경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행복하게 결합하지 못하는 사랑, 완전한 관계의 미망 속에서 익숙해진 외로움에 안주하는 사람들, ‘화려한 싱글’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독신의 권태로운 일상, 혹은 당당한 선택으로 마주하는 독신의 공간 등 다양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독신』에는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웨딩 웨딩 드레스」(김현영),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류소영), 「어둠보다 익숙한」(박자경), 「영화가 끝나고」(윤애순), 「콜링 유」(이신조), 「섹스에 관해 너무 지껄인 다음날」(전혜성). 이중 윤애순, 전혜성, 박자경 씨는 기혼이며, 김현영, 류소영, 이신조 씨는 2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읽으면 각별한 묘미가 있지 않을까.
『독신』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는 독신 생활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알게 모르게 속박되어 있는 남녀간의 관계, 그 안팎의 사랑과 성, 욕망, 삶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빚어낸 입체의 조상(彫像)이다. 신선한 독서 체험이 될 것으로 믿는다.
김현영, 「웨딩 웨딩 드레스」
김현영의 「웨딩 웨딩 드레스」는 편견 없는 시선과 상식을 깨는 과감함으로 독신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을 꿈꾸며 방송작가의 길을 걷다 좌절하고 결혼에 안주한 후 ‘결혼 속의 독신’을 주장하는 주인공 현영,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마저 허락되지 않는 신종 프롤레타리아 Y, 치유되지 못한 상처를 안고 동성애에 매달리는 여자 ‘긴 목’, 자신을 따라다니는 남자와 ‘긴 목’ 사이에서 자살을 택하는 여자 등. 작품 말미에서 주인공 현영은 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당당히 ‘커밍 아웃’을 한다.
류소영,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는 독신을 상징하는 ‘피스타치오’라는 감각적인 기호를 모티브로,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독신을 고수하는 여자의 내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피스타치오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종갓집 넷째 딸 김연두. 그녀가 피스타치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숨은 쉬어야 하니까 틈을 주긴 주되 결코 내 세계를 보이지 않겠다는 뚝심. 나는 밖을 다 헤아리고 있지만 밖은 나를 헤아리지 못하는 구조”를 지닌 피스타치오가 자신의 삶의 모토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견고한 피스타치오 껍질 속에 연약하고 쭈글쭈글한 알맹이를 간직하고 있는 피스타치오는 독신 생활의 겉과 속을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박자경, 「어둠보다 익숙한」
박자경의 「어둠보다 익숙한」은 결혼에 실패한 후 경제적 능력도 없이 동생에게 얹혀 사는 이혼녀 ‘여’, 비전 없는 직장생활과 결코 그 대안이 되어주지 못하는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의 동생 ‘미’, 그녀의 애인 ‘유’의 이야기다. 서로 절대 참견하지 않기로 하고 떠난 휴가지에서 미는 혼자만의 시간을 간절히 원하지만, 깊은 밤 깊은 숲속에 홀로 남겨진 미는 공포스러운 ‘어둠‘과 익숙하긴 하지만 결코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안절부절한다. 독신은 매혹과 불안의 유희를 즐기는 자들에게 허락된 삶의 방식인 것이다.
윤애순, 「영화가 끝나고」
윤애순의 「영화가 끝나고」에서는 독신과 결혼의 경계에 서 있는 주인공의 심리가 여실하게 그려져 있다. 이혼한 지 이 년째 되는 독신녀 ‘나’는 여섯 살짜리 아이가 딸린 이혼남 ‘그’로부터 청혼을 받은 상태다. 결혼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나’는 갈등할 수밖에 없다. 결혼은 ‘나’에게 욕망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을 비껴감으로써 지켜질 수 있는 그녀의 욕망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모두 다 가질 수는 없”으며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라고 말하고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신조, 「콜링 유」
「콜링 유」에서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나’는 모닝콜을 해주는 일을 한다. 새벽 다섯시, ‘나’는 네 통의 전화를 차례로 건다. 늘 곧바로 받는 05에게 전화를 걸고 십 분 후에 다시 확인 전화를 하고, 언제나 자동응답기가 받는 96에게는 너바나의 네버마인드 앨범 중 5번 〈리튬〉을 들려준다. 그리고 나머지 한 통은 광고 회사 직원인 42에게. 모닝콜로 얽혀 있는 이 넷의 공통점은 모두 다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은 단지 ‘나’를 스쳐갈 뿐이다. 삶의 어떤 의미도 ‘나’에게 고이지 않고 그저 지나가버린다. 메마른 도시에서 먼지처럼 부유하는 고독한 개별자들, 그러나 그들이 앓고 있는 지독한 외로움은 함께 나눌 수 없다. 목적도 의미도 부여받지 못한 기호로 떠도는 개인들의 단절과 소외, 표류하는 사랑을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솜씨가 마치 왕가위 감독의 빠르고 현란한 영상을 보는 듯하다.
전혜성, 「섹스에 관해 너무 지껄인 다음날」
전혜성의 「섹스에 관해 너무 지껄인 다음날」은 어릴 적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느꼈던 완벽한 일체감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독신을 고수하는 삼십대 중반의 여자 ‘빈’의 이야기다. 그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는 있지만 거의 백수나 다름없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느 날 마조히스트와 연애를 하게 된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결혼한 선배와 섹스에 관해 밤새 지껄인 다음날 그녀는 아버지의 강압에 밀려 맞선을 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맞선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그녀는 다시 자신의 외로운 둥지로 되돌아온다.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해진 두 남녀의 어색한 만남을 묘사하는 장면이 누구라도 실소를 금치 못할 만큼 생생하게 와닿는다. “한국문학 전통에서 전씨만큼 가장 현대적인 의미의 구어체를 구사하는 작가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답게 작품 전체에 걸쳐 “발랄한 문체”가 돋보인다.
젊은 여성작가 6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 독신, 그 매혹과 불안. 그렇게, 90년대에 등단한 여섯 명의 젊은 여성작가들은 신선한 감수성으로 "독신"을 상상하고 "독신"의 내밀한 풍경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행복하게 결합하지 못하는 사랑, 완전한 관계의 미망 속에서 익숙해진 외로움에 안주하는 사람들, "화려한 싱글"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독신의 권태로운 일상, 혹은 당당한 선택으로 마주하는 독신의 공간 등 다양한 풍경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