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난민
- 저자
- 윤의섭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11-15
- 사양
- 120쪽 | 신사륙판
- ISBN
- 89-8281-337-3 02810
- 분야
- 시
- 정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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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시공의 경계를 손쉽게 허물어뜨리는 점성술사의 자유분방한 내면일기
독특한 상상력으로 영원과 초역사의 지평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윤의섭 시인의 새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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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94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마계』 『묵시록』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가 있다. 제2회 사이펀우수작품상, 제5회 딩아돌하우수작품상, 제10회 김구용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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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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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시공의 경계를 손쉽게 허물어뜨리는 점성술사의 자유분방한 내면일기
독특한 상상력으로 영원과 초역사의 지평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윤의섭 시인의 새 시집 『천국의 난민』이 출간되었다. “시공의 경계를 손쉽게 허물어뜨리는 점성술사의 자유분방한 내면일기.” 시인 이승하가 지적했듯이 윤의섭은 이번 시집에서 묵시록적 사유를 포함하는 직선적 시간관을 여지없이 붕괴시킨다. 시간의 질서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그의 시들은 기록된 과거와 예언된 미래의 합치를 근간으로 삼는 새로운 기억의 방식에 연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평범한 것들 속에 날카로운 상상력의 현미경을 들이대고 놀라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평범하고 하찮은 것들 속에 뛰어난 삶의 통찰이 들어 있다는 것을 시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의 속을 뒤집어 보여주거나 보는 각도를 달리 함으로써 드러낸다. 그럴 때 시어들의 평범한 목소리는 평범한 것들 속에 숨어 있는 예각들을 끄집어내며 번쩍번쩍 빛난다. 이렇듯 윤의섭의 시편들을 채우는 것은 일상의 구체적인 현상과 장면들이다. 이러한 일상성은 그러나, 시의 중의성과 다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에 다름아니다. 일상의 한 현상에서 그는 다층적인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현실/비현실, 삶/죽음, 현재/과거 등 중층적인 의미망을 형성시킨다. 그렇게 끝없이 나뉘는 의미의 지속, 거기에서 비롯된 ‘미궁의 시’를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모종의 신비로운 체험을 부여한다. 이러한 체험에는 시공간과 존재의 자유로운 변환을 꿈꾸는 ‘난민’의 이미지가 스쳐간다.
무한한 의미의 확장과 변전, 그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
이번 시집에서 윤의섭이 화두로 삼는 것은 바로 기억의 방식이다. 윤의섭이 내놓은 이 새로운 기억의 방식은 세계를 완전하게 재편하고 있다.
마당에선/뒹굴던 새의 깃털이 점점 자라/다시 온전한 새가 되어 날아가고/해질녘에 떨어진 햇빛은 풀꽃으로 진화한다네/거긴 좀 어떤가/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창 밖 세상은 벌써 일만년 후라네/전날 깎아버린 손톱은 열 개의 달이 되고/어딘가에 떨어진 눈썹은 숲이 된다네//그대여 바람을 일으켜 먼지 흩날리게/그대 기억보다 더 생생한 잊혀짐이게(「수암 가는 길」 중에서)
깃털이 자라 새가 되어 날아가고, 햇빛이 풀꽃으로 진화하고, 깎아버린 손톱이 열 개의 달이 되고, 떨어진 눈썹이 숲이 되는 것은, 무수한 존재 전환의 예를 든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한 몸으로 엉키는 차원에서 존재의 개체적 독립성과 한계는 초월되고 다른 존재로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창 밖 세상은 벌써 일만년 후라네”가 보여주는 것은, 이 존재 전이를 낳는 블랙홀인 ‘시간의 미궁’이다. 윤의섭의 이러한 시쓰기 방식은 매혹적인 몽상의 타나토스가 되어 색다른 매혹으로 자리잡는다. 삶과 죽음이 뒤바뀌며 무수히 변전되는 이 ‘시간의 미궁’을 통해 시인은 시집 도처에 허무주의와 시니시즘의 색채를 흩뿌린다. “나는 또 누군가의 생애인가”라고 묻는 그는 이 미궁의 시간 자체를 허무의 바다로 본다. 그러나 이 허무의 바다는, 우연성과 무한한 변전 가능성이 지배하는 이 세계의 허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생의 긍정, 혹은 운명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고 있다.
윤의섭의 시는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왔던 결정론적 시간과 공간, 혹은 순환적 세계관을 이탈한다. 그리고 세계와 존재를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파도처럼 낙차 큰 깊이를 지닌 그의 시들은, 그러나 보통의 시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복선’에 의해 서로 밀고 당기며 그 울림을 극대화하고, 그 울림은 곧 형용할 길 없는 매혹으로 다가온다.
시공의 경계를 손쉽게 허물어뜨리는 점성술사의 자유분방한 내면일기
독특한 상상력으로 영원과 초역사의 지평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윤의섭 시인의 새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