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 저자
- 서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11-15
- 사양
- 128쪽 | 신사륙판
- ISBN
- 89-8281-336-5 0281
- 분야
- 시
- 정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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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우울하고도 활달한 몽상의 세계(첫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로 독특한 시적 상상력을 선보인 바 있던 서림 시인. 이번에 세번째 시집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를 상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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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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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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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서림 시인의 세번째 시집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출간!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우울하고도 활달한 몽상의 세계(첫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로 독특한 시적 상상력을 선보인 바 있던 서림 시인. 이번에 세번째 시집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를 상자했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말의 육체화에 대한 고민이다. 말을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 말이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공허의 대명사가 되게 하지 않고 그 말을 듣는 이의 몸에 피와 살로 흔적을 남기게끔 하는 것, 그러한 말의 육체화를 통해 새롭게 서정성을 회복하려는 시인의 구상이 집요하다.
말의 힘, 서정의 고통, 그리고 시의 꿈
48편으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전체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서정의 고통’, 2부 ‘이 세상의 방 한 칸’, 3부 ‘물컹거리는 향수’라는 각 부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시집 전체에 깔린 주된 정조는 짙은 서정성이다. 그 서정은 바로 “헐벗은 풍경, /낯선 정물로만 앉아 있는 노파” “오 년째 내 목숨 이어주고 있는 밥집 아줌마” “콩나물 시루 빛깔을 벗어나보지 못한 어머니” “담뱃재처럼 사위어버린 누나” “늘 질퍽거리는 장바닥을 뜨고자 기쓰던/국수집 아들”(「박수근」 연작) 등과 같이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평범한 주변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단단하게 영글어가고, 그들과 어우러지는 관계 안에서 시인은 ‘말’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기에 이른다.
“너의 귀가 아니라,/내 말이/너의 입으로 들어가기,/내 말의 살점이/너의 이빨로 질근질근 씹혀지기”(「말의 혀 1」 중에서) “내 말의 손가락이/너의 차가운 가시를/그 근방이라도 더듬을 수 있다면,/내 말의 입술이/너의 굳은 입술에/그 그림자라도 부빌 수 있다면,/내 말의 혀가/너의 쪼글쪼글한 꿈에/그 가장자리라도 핥을 수 있다면,/내 말의 꿈이/너의 독한 꿈에/그 철책 울타리에라도/어른거릴 수 있다면,”(「말의 혀 2」 중에서)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말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약속의 의미를 점차 상실해버리고 공허하게 공중으로 사라져 덧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시대의 변화를 지켜보는 시인은 아직도 간절하게 염원한다. 나의 말이 듣는 이에게로 가서 한점 남김 없이 소화되고 그의 살이 되어 남아 있기를. 또한 그의 뇌수에 박혀 꿈자리 근처에라도 남아 있기를. 하지만 점점 문명화되어가는 오늘, 시인의 그러한 바람은 이미 공허한 것이 되어 있다. 말이 지니는 진정의 회복을 꿈꾸는 시인에게 그것은 참혹한 고통이지만 끝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밤마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벼리기에 이른다. “마음 깊숙이서/말(言)의 칼날을 간다./(……)/밤이면 밤마다,/나부터 살아 있으려고,/뼈 속 깊숙이서/독이 삭아서 약이 되어버리는/말의 칼날,”(「말의 혀 3」 중에서)
과거와 현실을 넘나드는 우울하고도 활달한 몽상의 세계(첫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로 독특한 시적 상상력을 선보인 바 있던 서림 시인. 이번에 세번째 시집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를 상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