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 저자
- 김영무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1-04-27
- 사양
- 152쪽 | 신사륙판
- ISBN
- 89-8281-385-3
- 분야
- 시
- 정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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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맞닥뜨린 죽음 앞에서 피어오르는 금결의 시어!
암이라는 질병 속에서 치열하게 고통하며, 솟아오르는 통증을 시인 고유의 시어로 표현한 김영무의 세번째 시집. 암을 하나의 가상현실로 노래하는 가상의 텍스트와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붉은 생명의 땅이 가진 시원의 꿈을 꿈꾸는 치유와 원시로서의 꿈의 텍스트를 통해 실존의 극한에서 경험하는 암을 공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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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영무
1944년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창작과비평』에 평론 「이육사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90년 평론집 『시의 언어와 삶의 언어』로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색동나무숲을 노래하라』(1993) 『산은 새소리마저 쌓아두지 않는구나』(199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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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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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통증의 불꽃놀이를 통해 단련한 금결의 말
암이라는 병과 동거하며 새로운 시안(詩眼)을 펼쳐 보이는 김영무의 세번째 시집 『가상현실』이 출간되었다. 시인 김영무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조건인 질병의 사슬과 싸우며 암을 하나의 가상현실로 노래하는 ‘질병의 텍스트’와,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붉은 생명의 땅이 가진 시원의 힘을 꿈꾸는 ‘치유와 원시로서의 꿈의 텍스트, 울루루(호주 대륙 한복판 사막 가운데 솟구쳐 있는 통바위산)’를 통해 새로운 시세계의 정신을 보여준다. 시인 나희덕의 말처럼 “삶과 죽음의 동서(同棲)를 통해 ‘불가마에 아흔아홉 번 단련한 금결의 말’, 그리고 실존의 극한으로 치닫는 개인적 통과의례로서의 암”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이 피워낸 삶의 꽃송이들, 그 아프고도 눈부신 형상
『가상현실』에서 주요 화두는 바로 ‘나’로 대표되는 저자의 질병이다. 그러나 질병이 주는 공포와 죽음의 기호, 불확실함과 위협의 기호는 단순한 ‘토로’의 형태가 아닌 은유와 상징을 통해 펼쳐진다.
새벽 아득한 잠결에 누군가 얼굴을 더듬는다/아내의 손길이 턱수염을 만지작거리고/눈썹을 문질러보고 오른쪽 눈두덩 아래/검버섯도 쓸어본다/나는 눈을 꼭 감고 숨을 죽인다/아내의 손길이 더듬는 것/스물다섯 해 우리들이 함께한/이 세상 소풍 이야기일까/검버섯 뒤에 피어나는/심연의 적막일까/(……)/아내의 손길이 더듬어 달래고 있는 것/싸늘한 형광불빛 아래/내가 여덟 시간 동안 발가벗겨져 뉘어졌던 사건 이래/어이없게도 우리들 이불 속으로/파고 들어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갓난 죽음, 아내는 이 늦둥이가/깨어나 칭얼댈까 겁이 나는 것일 게다/아내여, 마음 졸이지 마오/안 나오는 젖이나마 물려주고/둥기둥기 업어주다 보면/혹시 누가 아오, 그 녀석 순둥이로 자라 효도할지
―「난처한 늦둥이」 중에서
언급한 시는 죽음과 잉태의 혼합 이미지를 은유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죽음의 싹은 성모 마리아의 뱃속에 잉태된 사생아처럼 가장 귀엽고 소중하고 가장 덧없는 따스한 갓난아이로 비유된다. 여덟 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술을 받은 후 이제 부부의 이불 속으로 들어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갓난쟁이와도 같은 죽음의 새싹. 그러므로 아내의 손길이 조심스레 만지고 있는 것은 나의 육신이 아니라 나의 암이 낳아놓은 죽음의 싹이며 아니 이미 내 몸으로부터 태어나서 부부의 이불 한가운데로 ‘출산되어’ 누워 있는 갓난 사생아이다. 그 죽음의 새싹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이라는 활유를 통해서 보듯 순결하고 고요한, 오히려 평화에 가까운 이미지로 표현된다. 질병이 생명의 끝, 공포와 아픔이라는 죽음의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하나의 ‘잉태’이자 또다른 ‘생명’으로 새롭게 거듭난 것이다.
암 선고가 믿을 수 없는 가상현실의 한 조각으로 한 인간에게 다가왔다면, 시인은 ‘억압된 감정들의 보복으로서의 암’ 즉 질병에서 벗어나 그 가상현실의 한가운데에서 무의식에 채워진 억압의 고리를 풀고 “뚜벅뚜벅” 당당한 발걸음으로 삶에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영무는 또다른 시 「가상현실」에서는 자신의 병을 개인의 질병이 아닌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신제국주의적 문명의 힘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로 해석함으로써 ‘질병’을 키 워드로 하여 세계를 해석·분석하는 치열한 정신의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것은 ‘울루루’라는 역사와 문명이 아직 침투하지 않은 시간과 공간, 즉 “황홀한 야만”(「감사 예절」)에 대한 찬미로 이어진다. 마음의 자연, 황홀한 야만을 꿈꾸는 시인의 내면 한가운데서 ‘울루루’는 하나의 꿈과 치유의 상징으로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는 무어라 이름 지을 수 없는 힘이 꽉 차 있습니다. 시를 읽어나가노라면 그 힘이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와 어쩌지도 못할 따름인 것입니다. 그래서 뿌지직 뿌지직 합선(合線)되어 내 몸은 사뭇 뒤흔들릴 것입니다. ―고은(시인)
이 시집에는 죽음이 피워낸 삶의 꽃송이들이 아프게, 그리고 눈부시게 박혀 있다. 그러나 시인은 “갓난 죽음”을 자신 안에 키우며 온몸으로 “통증의 불꽃놀이”를 감내해낸다. 그 싸움은 실존의 극한으로 치닫는 개인적 통과의례인 동시에 “고압선 철탑 위에 얹혀 있는 까치집”과도 같은 문명의 위기에 대한 살아 있는 증언이다. 그러한 삶과 죽음의 동서(同棲)를 통해 그의 시는 “불가마에 아흔아홉 번 단련한 금결의 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나희덕(시인)
* 2001년 4월 27일 발행/ISBN 89-8281-385-3 02810
* 신사륙판/152쪽/값 5,000원
* 편집담당:김현정, 김미영(927-6790 내선 217, 212)
맞닥뜨린 죽음 앞에서 피어오르는 금결의 시어!
암이라는 질병 속에서 치열하게 고통하며, 솟아오르는 통증을 시인 고유의 시어로 표현한 김영무의 세번째 시집. 암을 하나의 가상현실로 노래하는 가상의 텍스트와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 붉은 생명의 땅이 가진 시원의 꿈을 꿈꾸는 치유와 원시로서의 꿈의 텍스트를 통해 실존의 극한에서 경험하는 암을 공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