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신비로 가득 찬 영생과 부활의 비서(秘書)!수천 년 역사를 이루어온 고대 문명의 신비 뒤에는 그들의 정신을 이루고 문화의 기저를 형성한 집단의 정신적 모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계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시기에 거대하고 장엄한 태양의 문화로 인류의 문명을 인도한 이집트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문화를 꽃피웠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상을 지배하고 문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부활사상이 담긴 내세관이었다. 신전의 사제들은 죽은 자를 위한 의식과 주문으로 죽은 자를 영원한 삶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 신비롭고 방대한 죽음과 부활의 내세관이 담긴 비서(秘書) 『사자(死者)의 서(書)』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사자의 서』는 어느 한 사람이 기록한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시대에 씌어진 것도 아니다. 『사자의 서』는 이집트 왕조가 성립되기 이전, 문자가 발명되지 않은 구전(口傳)의 시기부터, 알렉산더 대제에 의해 이집트 왕국이 멸망한 후 성립된 프톨레미 시대까지 약 삼천 년에 걸쳐 기록된 것이다. 이후 수많은 이집트 학자들의 연구와 해석에 힘입어 오늘날의 우리는 전설적인 오천 년 전의 문화를 접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사자의 서』를 온전한 모습으로 소개하는 귀중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문학동네에서 『이집트 사자의 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이집트학의 여명을 여는 데 기여했던 대영박물관 이집트학 실장이었던 월리스 벗지, 독일 학자 렙시우스, 그리고 최근에 포크너가 편찬한 것을 기초로 서규석씨가 재구성하였으며, 일반인들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꾸며져 있다. 또한 이집트 신화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플루타크가 쓴 『이시스와 오시리스』를 참고로 했으며, 『사자의 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집트의 개벽 신화와 종교를 전편에 도입하였다. 아울러 여러 학자들이 해독 내지 해석한 내용과 삽화를 많이 담고자 노력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죽음의 의식, 이집트 문명의 정신적 모태를 추적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인류사상 최고(最古)의 문화가 꽃피워낸 삶과 죽음의 지혜『이집트 사자의 서』는 전체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 ‘천지창조와 부활의 신화’는 나일 강을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이 발생하게 되는 과정과 지역 설명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양식을 대표하는 축제와 신화를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삶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바탕을 마련한다. 2부 ‘영원과 천국의 세계’에서는, 『사자의 서』의 주문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3부 ‘부활의 염원이 깃들인 파피루스’에서는 『사자의 서』의 본격적인 탄생 과정과 세 갈래로 편집된 텍스트 개요가 첨부되어 있으며, 4부 ‘『사자의 서』’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인 등장인물과 190장으로 이루어진 주문이 구체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사자의 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첫째, 『사자의 서』는 사자의 명복을 빌기 위한 주문집으로, 명칭 자체가 암시하듯 장의용(葬儀用) 문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부터 제17장까지를 ‘레우 누 페르 엠 후루(Reu nu pert em hru)라고 현지인들이 이름 붙인 것처럼, 사자가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하는 일종의 ‘부활의 서’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제64장부터 제75장까지 전개되어 있다.
둘째, 오시리스 신과 라 신에 대한 찬가집이기도 하다. 사자가 현세와 마찬가지로 내세의 오시리스 왕국에서 부활하여 행복을 누리기 위하여 오시리스와 라 신에게 드리는 찬가, 자기 고백, 심판 등이 들어 있다.
셋째, 이집트의 신화적 사유와 세계관 및 사회 관습과 풍습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우주, 태양과 달, 나일 강 등의 자연만물에 대해 갖고 있던 신화적 사고와 토템적 신앙뿐만 아니라 중왕조 시대의 평등사상, 사회 구성원리였던 족내혼, 일상생활의 소소한 습속 등이 『사자의 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사자의 서』는 죽음과 부활과 영생의 신화이며, 죽은 자가 알아야 할 그 많은 주문에는 영원을 희구하는 부활의 염원과 신에의 의지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동안 끊임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죽음의 공포와 사후세계에 대한 신비는 현세의 삶과 의식을 지배하며 사상과 종교를 만들어내고 문화와 문명을 창조해냈으며, 인류사상 최고(最古)의 문화를 꽃피워낸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자의 서』라는 부활의 책으로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비록 고대 이집트의 문명 자체는 사막의 햇볕과 모래바람에 의해 풍화되어갔지만 『사자의 서』가 내뿜는, 생과 죽음의 비의를 관통하는 놀라운 통찰력과 인간 무의식의 심층을 두드리는 시적인 표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광휘를 잃지 않고 살아남아 현재의 우리에게 소중한 문헌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규석씨는 1959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배제대, 청주 교대에서 ‘인간과 사회’ ‘경제인류학’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국회 정책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