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엽기전
- 저자
- 백민석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0-03-15
- 사양
- 392쪽 |
- ISBN
- 89-8281-267-9 03810
- 분야
- 장편소설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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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정가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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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1995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신세대문학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온 작가 백민석의 네번째 장편소설. 문예지에 발표될 때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충격적 소설은 백민석 개인에게뿐 아니라 한국소설 전체에도 오랫동안 선연하게 남아 있을 굵은 획이다.『목화밭 엽기전』은 소설 전체가 납치,린치, 강간, 살상, 중독, 포르노그라피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시종 피냄새가 진동하고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마치 끔찍스런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목화밭"과 "엽기전"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의 지독한 잔혹 뒤에는 오히려 애잔하기까지 한 푸르디푸른 목화밭의 청정지대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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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민석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헤이, 우리 소풍 간다』 『내가 사랑한 캔디』 『불쌍한 꼬마 한스』가 있고,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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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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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 윤리의 부재, 윤리적 가능성의 조롱
1995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신세대문학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온 작가 백민석의 네번째 장편소설 『목화밭 엽기전』이 출간되었다. 문예지에 발표될 때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충격적 소설은 백민석 개인에게뿐 아니라 한국소설 전체에도 오랫동안 선연하게 남아 있을 굵은 획이다.
『목화밭 엽기전』은 소설 전체가 납치, 린치, 강간, 살상, 중독, 포르노그라피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시종 피냄새가 진동하고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마치 끔찍스런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목화밭’과 ‘엽기전’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의 지독한 잔혹 뒤에는 오히려 애잔하기까지 한 푸르디푸른 목화밭의 청정지대가 숨어 있다(물론 작가는 ‘섣부른’ 희망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주인공 한창림과 박태자 부부는 대학강사와 수학 과외선생이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과천의 서울대공원 옆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특별한 부업을 갖고 있다. 어린 남자아이를 납치하여 포르노 비디오를 찍고, 결국엔 그를 죽여 집 뒤의 공터에 거름으로 파묻어버리는 일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끔찍한 부업의 대가로 한창림은 ‘펫숍 삼촌’(권력 혹은 빅 브라더의 상징으로 읽힌다)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펫숍 삼촌은 밀실에서 한창림이 건네준 포르노 비디오를 즐긴다.
그들은 텔레비전과 침대와 식탁이 있는 평범한 주택의 지하에 포르노그라피를 찍기 위한 밀실을 감춰두고 있으며, 범상한 생활의 이면에서 패악을 저지르고 광란에 빠져 있다. 그들이 청담동 사내애를 유괴해놓고 학대하는 ‘지하 작업실’이나 ‘뷰티풀 피플’ 언니의 남편이 자기 아내를 발가벗기고 거꾸로 매달아 세간과 함께 ‘세일’하고 있는 그 부부네의 뒤뜰, 박태자가 윤간을 당하고 살해된 다음 소각기에 던져지게 되는 펫숍, 한창림이 스스로 불러들인 경찰과 일대 혈전을 벌이는 ‘서울랜드’ 등, 소설의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곳곳에서는 인간 존재를 한낱 물리적 사실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폭력이 난무한다.(해설, 286쪽)
이처럼 반윤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에너지에 고양된 감각은 현대적인 감성과 미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이전부터 이어져오던 것이 사실이지만, 『목화밭 엽기전』에 나타나는 폭력과 야만성은 오히려 지독하게 원시적이다. 인간을 아예 동물적인 본성으로만 표현하고, 남자와 여자는 ‘수컷’ ‘암컷’으로 지칭한다. 사람을 죽이는 방식도,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도 적나라한 ‘동물의 세계’를 보는 듯이 냄새나고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목화밭 엽기전』은 윤리가 부재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윤리적 가능성 자체를 조롱한다. 이를테면 인간이 야수의 상태를 넘어선 윤리적 존재라는 믿음은 작중인물들이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미신이다. 그것은 인간을 동물로 가차없이 환원하고 인간 사회의 정글적 황폐함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담론과 정신적으로 일치한다. 한창림, 박태자의 세계에서 야수성은 엄벌에 처할 죄악이라기보다는 그 세계가 돌아가는 이치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2. ‘엽기전’과 ‘목화밭’ 사이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이 한국소설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전혀 새로운 미학적 전략 위에 구축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소설의 새로운 세기가 뚜렷한 실체를 얻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백민석은 기표를 경유해서 부재하는 아우라를 향해 거슬러올라가지 않는다. 문화적 이미지들을 기표의 차원에서 다룰 뿐이며 기표가 만들어내는 차이들을 가지고 유희할 따름이다. 또한 텍스트들을 참조하면서 놀기는 하지만 결코 우상을 만들어 노예가 되지도 않으며, 억압 장치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가짐으로써 자기 자신을 쫓기는 자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등가 원리의 철저한 적용은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에 입각한 삶의 태도를 가능하게 하며, 사회적 위계 구조의 주변에 무질서들을 배치하는 전략이 된다. 사회적으로 승인된 위계화 원리를 대등함 내지는 등가성의 차원으로 끌고 가려는 백민석의 뚝심은, 제의적인 것들의 의미를 박탈하면서 새로운 미학적 전략을 열어 보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황종연씨는 “이십세기의 마지막 십 년간 한국소설에 일어난 주요 변화 중의 하나는 인간 개체들의 조화로운 종합에 의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교육적 서사의 신전에서 저자로 내려와 ‘농담’이 되고 ‘만담’이 되었으며, 사제의 고독한 언어를 버리고 대중의 세속적 화법과 한몸이 되었다. 테마에 있어서나 형식에 있어서나 위악은 소설의 두드러진 책략이 되었다. 위악적 책략은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 느낌이 든다. 『목화밭 엽기전』은 앞으로 한동안 창조적, 비판적 의식을 끊임없이 괴롭힐 소설의 악몽이다. 아마도 이 악몽을 해석하고, 활용하고, 처치하는 가운데 한국소설은 새로운 원년을 이룩할 것이다”고 백민석 소설의 위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같은 평가와는 별도로 이 소설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일단 책장을 넘겨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야수로 변한 인간들이 펼치는 괴기적인 행각들과, 상식을 무참하게 전복시키는 장면장면들을 따라가다 문득, 연민의 감정에 싸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작가는 ‘수컷’( 작가는 문명의 외피를 덮어쓴 권력의 체계, 그 총화를 수컷이라고 부른다) 냄새 진동하는 이 야만의 세계와 패배가 예비된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대목은 아마도 이 소설의 핵심 전언이랄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 날 때부터 괴물로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 괴물? 괴물의 정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사회체계 바깥의 존재. 그런 존재는, 제아무리 용을 써도 사회체계 안의 내용물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와 그의 아내가 저질러놓은 것이라곤 예쁘장한 사내아이 몇을 죽여 파묻은 것뿐이다. 그저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건 죄악도 패악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와 아내는, 그래서 비극적인 존재였다. 아무리 지랄을 쳐도 자기가 태어난 이 사회에 한 뼘 손톱 자국조차, 한 뼘 이빨 자국조차 낼 수 없는 무력한, 비극적인 존재였다. 둔덕에 수백 구의 시체를 파묻어도 비극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바깥의 존재로 운명지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게 뻔했던 운명들이었다.(261~262쪽)
서울랜드에서 벌어진 비장한 잔혹의 시간 뒤, 한창림이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 떠올리는 목화밭(한창림은 한번도 목화밭을 본 적이 없다. ‘목화밭’은 집앞 마당에 관심을 보이는 형사가 불쑥 내뱉은 뜬금없는 단어에 불과했다. 그러나 ‘엽기전’의 세상과 대비되는 평화의 이미지가 ‘목화밭’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의 풍경은 그 무력한 싸움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과천 서울랜드로 표상되는 거짓 문명의 이면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이 순간 『목화밭 엽기전』은 전혀 엽기적이지 않은, 나직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감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과연 무엇인가?” “이 세계는 과연 살 만한가?” “살 만하지 않다면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창림은 악이되, 악을 드러내기 위한 악이었던 셈이다.
1995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한 이후 신세대문학의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온 작가 백민석의 네번째 장편소설. 문예지에 발표될 때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충격적 소설은 백민석 개인에게뿐 아니라 한국소설 전체에도 오랫동안 선연하게 남아 있을 굵은 획이다.『목화밭 엽기전』은 소설 전체가 납치,린치, 강간, 살상, 중독, 포르노그라피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시종 피냄새가 진동하고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떠나질 않는다. 마치 끔찍스런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목화밭"과 "엽기전"이라는 제목처럼, 소설의 지독한 잔혹 뒤에는 오히려 애잔하기까지 한 푸르디푸른 목화밭의 청정지대가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