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은 아들 슬레이드 모리슨이 일곱 살 때 처음 구상한 이야기를 엄마인 토니 모리슨이 다듬어서 내 놓은 작품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토니 모리슨이 동화를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 놀랍니다. 노벨 문학상과 동화(그림책)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니 모리슨은 이런 오래된 관습에 정면으로 맞섭니다. 되려 동화 쓰기가 얼마나 힘겹고 소중한 작업인가를 보여 줍니다.
나아가 토니 모리슨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동화 쓰기를 바라보는 통속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모든 공식을 깨뜨립니다. 제법 아름답고, 때로는 환상적이고, 적당히 비판적인 내용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동화일 거라는 예상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어른들에 대한 비판에 이르러서는 삼엄하기까지 합니다.
어른들은 나름대로 아이들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삶과 미래를 염려하고 보호하려 합니다. 아무런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푼다고 생각합니다.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에 나오는 패티와 미키와 리자의 부모님 선생님, 이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작가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동화 -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
패티와 미키와 리자는 제멋대로 행동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 시간에 소란을 피우고, 공놀이 금지라고 써 붙인 벽에 공을 던지고, 말에 채워 놓은 재갈을 빼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게 걱정입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나눕니다.
어른들은 당분간 아이들을 커다란 상자 속에 가두기로 했습니다. 패티와 미키와 리자가 똑똑하고 좋은 아이들이란 건 알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울먹이는 패티와 미키와 리자를 다독거리며 말합니다.
"얘야, 넌 아마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너처럼 자기 마음대로 구는 건 진짜 자유가 아니야."
상자 속은 근사한 장난감으로 가득합니다. 카펫이 깔려 있고, 미끄럼틀에다 물침대까지 있습니다. 패티와 미키와 리자 부모님들은 매주 이 곳을 찾아옵니다. 양손에는 과자와 놀잇감을 잔뜩 사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네모 상자가 아이들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네모 상자는 토니 모리슨의 동화 속에만 나오는 세계는 아닙니다. 어른들은 마음속에 아이들을 위한 네모 상자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온갖 정성을 들여 네모 상자를 꾸밉니다. 이 네모 상자야말로 아이들이 지내기에 안전하고 평온한 놀이터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자주 네모 상자를 사랑과 혼동합니다. 패티와 미키와 리자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글썽이는 건, 아직 진정한 자유가 뭔지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성장을 위한 자잘한 아픔쯤으로 넘깁니다.
사실 토니 모리슨도 네모 상자와 사랑 사이의 경계선이 어디쯤인지를 잘 모르노라고 고백합니다. 그걸 찾는 일은 힘들고 고된 여정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여정이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의 동화엔 푸르른 들판이 있습니다.
나무와 새와 토끼가 자유롭게 뛰노는 그 곳으로 모든 아이들을 초대합니다.
글쓴이 토니 모리슨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에서 태어나 하워드 대학, 코넬 대학을 졸업하고 랜덤하우스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예일·럿거스·하워드 대학교, 올버니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교 등에서 출판 편집에 대한 강의도 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프린스턴 대학에서 로버트 F. 고힌 기금교수로 있다. 「Beloved」로 1988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93년엔 노벨 문학상을, 1996년엔 미국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국립서적재단 메달을 받았다. 작품으로 「술라」「가장 파란 눈」「솔로몬의 노래」「타르 베이비」「재즈」 등이 있다.
글쓴이 슬레이드 모리슨
미국 오하이오에서 토니 모리슨의 두 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지금은 퍼처스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에서 미술과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그린이 지젤 포터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학교를 졸업했다. 『뉴요커』지에 그림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1997년에 『퍼블리셔 위클리』지가 발표한 유망한 일러스트레이터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됐고, 여러 출판물의 편집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미스터 세몰리나 세몰리너스』와 『가브리엘라의 노래』에 삽화를 그렸는데, 두 작품 모두 ALA 노터블즈에 선정되었다.
옮긴이 이상희
1960년에 태어났다. 시인으로, 그림책 『외딴 집의 꿩 손님』 『게으름뱅이 뻐꾸기』 『귀신 도깨비 내 친구』 『토마토 씨앗』 등을 썼다. 또, 『뽀뽀는 이렇게』 『눈송이』 등 프뢰벨 테마동화 30여 권과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바구니 달』 『벌레와 물고기와 토끼의 노래』 등을 번역했으며, 시집 『잘 가라 내 청춘』 『벼락무늬』와 어른을 위한 동화 『깡통』을 펴냈다.
어른들 마음속엔 아이들을 위한 네모 상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온갖 정성을 들여 꾸민 네모 상자야말로 아이들이 지내기에 가장 안전한 놀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혹시 네모 상자를 사랑과 혼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2001년 한우리독서운동본부 독서창의력 경시대회 선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