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암탉 크릴의 그림일기 같습니다. 잠에서 깨어 마당과 냇가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들기까지 하루 동안에 보고, 듣고, 느낀 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크릴은 우리 아이들이 그러하듯, 주위의 모든 사물에 호기심을 느낍니다.
크릴이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림자였습니다. 그림자는 뚱뚱하게도, 길쭉하게도 보입니다. 갑자기 그림자의 일부분이 사라져버리기도 합니다. 또 그림자는 크릴이 깨뜨린 알을 다시 품어주기도 합니다. 그림자가 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는지 알 수 없는 크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냇가로 나갑니다.
냇가에는 크릴이 더 놀랄 만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 속에 비친 그림자 주위로 하얀빛이 생겨납니다. 마치 성자처럼 말이죠. 또 물결이 일더니 물에 비친 크릴의 모습은 아주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제대로 보였다가 거꾸로 보였다가 하더니 나중에는 두 눈만 찌그러진 모습으로 남았습니다. 크릴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멀리서 헤엄쳐 오는 오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에 비친 오리 머리는 네 개도 넘어 보였습니다. 오리는 헤엄칠 수도 있고, 물 속으로 잠수도 할 수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크릴은 물 속에서 물 밖을 보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물고기에게 물었더니 세상이 모두 동그랗게 보인답니다. 또 물 속에서는 내 시야를 벗어난 물체도 볼 수 있답니다. 물이 거울처럼 반사시켜 주기 때문이랍니다. 크릴은 알쏭달쏭하기만 합니다. 물에 비친 모습과 사실 물고기도 물 밖 세상이 궁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크릴은 물고기에게 물 위에 비친 쇠귀나물 모습과 강물 바닥에 생긴 그림자와 파란 하늘과 구름이 물 위로 비치는 모습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느 새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온 크릴은 어깻죽지에 머리를 파묻고 잠이 듭니다. 크릴은 꿈 속에서 그림자 놀이와 거울 놀이를 했습니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처럼 서로 닮은 모습들.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가 비친 모습일까? 연꽃은 하늘에 반사될까? 별들은 수면에 반사가 될까?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그림자 놀이와 거울 놀이
『무엇이 어떻게 보일까요?』에서 나오는 그림자와 거울의 원리는 우리 아이들이 부엌, 목욕탕, 운동장에서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냇가에서 크릴의 그림자 주위에 생겼던 밝은 빛은, 머리 뒤쪽에 밝은 등을 켜고 어두운 커튼을 쳐 놓으면 볼 수 있습니다. 또 물결이 일어 크릴의 머리가 여러 개로 비치는 모습은 숟가락 예닐곱 개를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이 서로 엇갈리게 놓고 얼굴을 비춰보면 됩니다. 이렇듯 작가는 한 장면마다 아이들이 쉽게 실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을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보일까요?』는 과학의 원리를 설명해 주는 책이 갖는 딱딱함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학 그림책입니다.
옮긴이 김희정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네덜란드어과를 나왔습니다. 네덜란드로 입양됐던 아이들이 다시 우리 나라를 찾아 왔을 때 통역을 맡아서 도와주었으며, 많은 네덜란드 책을 우리 나라 말로 옮겼습니다. 지금은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